사외이사는 정경유착 고리?...재계 주총 앞두고 부적격 인사 추천 논란

입력 2016.03.10 09:57 | 수정 2016.03.10 22:31

삼성그룹 교육 계열사인 크레듀(067280)는 3월 11일 2016년 주주총회에서 황대준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황 교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을 역임한 온라인 교육 전문가다. 사외이사로서 크레듀의 사업분야(교육 서비스)와 관련 지식·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황 교수는 과거 크레듀 사외이사 재임 시절 이사회 출석이 저조했다. 출석률이 2014년 25%, 2015년 20%에 그쳤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황 교수가 2010년 3월 크레듀의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고, 2013년 3월 재선임됐다. 그러나 2015년 주요 주주와의 거래 관련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이면 업무 충실성에 문제가 있다. 재선임하지 말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올해 3월 열리는 2016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의 적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기업 관련 업무를 맡거나 기업 오너 등 경영진과 지연·학연 등 사적 인연이 강할 경우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독립성·이해 관계에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2016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의 적격성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조선일보DB
◆ 펀드 운용사 감사부터 회장 학교 후배까지 적격성 논란

한진해운(117930)은 노형종 KSF선박금융 감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밀고 있다. 노 감사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진출컨설팅센터장 출신이다.

노 감사가 일하고 있는 KSF선박금융은 선박투자 회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해운, 조선회사와 계약을 맺는 선박운용사다. 한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펀드도 운용한다.

재계의 한 인사는 “선박금융은 부실 해운사의 구조조정을 위한 통로다. 노 감사의 사외이사 추천은 경영 투명성 확보가 아닌 금융권과 대정부 로비 등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부적절한 인사"라고 말했다. 노형종 감사는 한국수출입은행 출신이다.

현대제철(004020)은 정호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다. 2013년에도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정 교수는 현대제철 2대 주주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주주와 같은 고교 졸업생이고 친분이 깊은 인사라면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독립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했다.

호텔신라(008770)는 문재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문 고문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이다. 율촌은 호텔신라의 경쟁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관련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율촌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 허가와 관련,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한 회사의 사외이사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이 이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자문을 수행할 경우 이해 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LG하우시스, 사외이사 후보 전격 교체

일부 후보는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법을 위반하는 문제가 생겨, 주총을 코앞에 두고 다른 후보로 교체되기도 했다.

LG하우시스(108670)는 3월 8일 사외 이사 후보를 교체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안영균 삼일회계법인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가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바꿨다.

삼일회계법인은 2009년부터 LG하우시스의 외부 감사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안 대표가 LG하우시스의 사외이사가 되면 상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지적이 나왔다. 상법에서는 상장사의 감사인으로 선임된 회계법인의 집행 임원은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009540)도 3월 9일 사외이사 후보의 교체를 공시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본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직 수행이 어렵다고 고사했다.

민 전 행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로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민 전 행장 대신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 “10대 그룹 사외이사 44%가 권력 기관 출신”

대기업 사외이사 자리에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출하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사외 이사 자리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상장사의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후보 140명을 분석한 결과, 43.6%인 61명이 정부 고위관료, 국세청, 금감원, 판·검사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직 장·차관이 16명이나 된다.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GS건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두산인프라코어),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한화생명),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삼성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의 기업 진출이 많은 것은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기업들이 사외이사들에게 고액 연봉과 거마비 등 각종 특혜를 주고, 이들을 바람막이 역할로 활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권력 유착이고, 윤리경영에도 위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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