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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한민국 주류대상 수상작] ②고도리 화이트 와인..."거봉으로 빚은 풍부한 과일향"

  • 영천=변지희 기자

  • 입력 : 2016.03.06 18:25 | 수정 : 2016.03.06 23:06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

    적은 강수량, 풍부한 일조량, 물빠짐 좋은 토양···. 경상북도 영천은 포도 재배에 딱 맞는 천혜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영천은 국내 최대 포도 산지이자 국내 최대의 ‘토종' 와인 생산지다. 서울 여의도의 8배 가까운 면적(2268헥타르)에서 연간 4만톤의 포도를 생산한다. 한 해 생산되는 와인이 25만병이나 된다.

    영천을 ‘한국의 나파 밸리(Napa Valley)’나 ‘한국의 보르도(Bordeaux)’로 키우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도 강하다. 2008년부터 영천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합동으로 와이너리 조성과 와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고도리 화이트와인/고도리 와이너리 제공
    고도리 화이트와인/고도리 와이너리 제공
    2월 18일, 영천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고도리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영천에 자리잡은 농가형 와이너리 14개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다. 최봉학(56) 고도리 와이너리 대표는 “지역명이 ‘고도리(古道里)’여서 와이너리 이름도 고도리로 지었다”고 했다.

    와이너리로 가는 도중 포도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넓은 평야 위에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하늘 위로 포도송이 같은 흰 구름이 떠다녔다.

    고도리 와이너리는 2009년 레드와인을 처음 만들었다. 요즘에는 화이트와인, 로제 와인, 복숭아 와인, 아이스와인도 생산한다. 최 대표 부부 내외, 두 명의 자녀가 포도 재배부터 와인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다 책임진다.

    ‘고도리 화이트 와인’은 ‘2016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우리술 부문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로 뽑혔다. 2015년 주류대상 우수상, 2015년 한국와인베스트컬렉션에서 금상을 받았다.

    2016 대한민국 주류대상 와인부문 심사를 총괄한 센소메트릭스 조완일 대표는 “고도리 화이트 와인은 맑고 밝은 미황색으로 과일향과 꽃향이 풍부하고 꿀향, 경쾌한 향도 느껴진다. 감칠맛이 나면서도 깔끔하고 감미롭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뒷맛도 깔끔하며 여운이 남는다는 평가를 받아 국내 최고 와인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고도리와이너리는 최 대표가 직접 생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낸다./변지희 기자
    고도리와이너리는 최 대표가 직접 생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낸다./변지희 기자
    고도리 화이트 와인의 첫 인상은 예뻤다. 연두빛이 감도는 맑은 노란색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포도만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만큼 복숭아향이 강하게 났다. 단 맛은 적었다. 술을 다 삼키자 입 안이 개운했고, 상큼한 향만 코 끝을 맴돌았다.

    최봉학 대표는 “부케향과 함께 식빵향, 풀잎향이 나는 와인이다. 식전, 식후에 생선요리, 닭고기와 함께 마시면 좋다”고 말했다.

    고도리 화이트 와인은 거봉 포도로 빚었다. 최 대표가 25년 동안 영천에서 키운 품종이다. 최 대표는 “잘 모르는 외국 품종보다 오랫동안 내 손으로 재배한 거봉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와인을 출하할 땐 온 가족이 모여 과정에 참여한다./변지희 기자
    와인을 출하할 땐 온 가족이 모여 과정에 참여한다./변지희 기자
    와인 제조 과정은 품이 많이 든다. 최 대표는 “와인은 정성”이라고 했다.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해 압착하고 즙을 내는데, 화이트 와인을 만들려면 즙을 낸 뒤 5시간 안에 채반에 걸러 껍질과 알맹이를 분리해야 한다. 걸러낸 포도즙은 효모와 함께 발효 탱크 안에 넣고 발효시킨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온인 15도에서 발효시킨다. 향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발효가 끝나면 침전물 위층의 맑은 액만 분리한다.

    최 대표는 “두 달에 한번 꼴, 많으면 여섯 번, 적어도 세 번 이상 작업한다”고 했다. 작업이 다 끝나면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맛과 향을 봐 가며 출하 시기를 정한다.

    “와인에 설탕을 넣지 않으려면 당도가 높은 포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포도 송이가 열리면 반 정도를 잘라 줍니다. 120알을 60알로 잘라주면, 120알로 갈 당분이 60알에 모이게 되죠. 당도를 높이기 위해 비가림막도 다 설치했습니다.”

    고도리 와이너리 전경./변지희 기자
    고도리 와이너리 전경./변지희 기자

    와인 생산은 쉽지 않았다. 2010년 화이트 와인 첫 출하를 목표로 했다가 와인 숙성에 실패, 1톤 가량을 모두 버리기도 했다.

    최 대표는 대경대학교 와인커피바리스타과의 김옥미 교수를 찾아갔다. 김 교수의 도움으로 미국와인전문가 자격증인 CSW도 땄다.

    와이너리 투어 중인 체험객들 모습/고도리 와이너리 제공
    와이너리 투어 중인 체험객들 모습/고도리 와이너리 제공
    “농민이 와인 전문가로 변신하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와인 공부도 어렵지만 마케팅이 제일 어려워요. 와인 만든 첫 해 모르는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맛을 평가해달라고 했어요. 홍보용으로 1000병을 돌렸죠.”

    최 대표는 “조선비즈 주류대상에서 최고의 국내 와인으로 선정돼 기쁘다.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고, 내 손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며 “한국인과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와이너리 곳곳을 보여준 최봉학 대표의 손마디가 굵었다. 고도리 화이트 와인의 빼어난 맛과 향은 천혜의 기후와 토양이 준 선물이 아니라 고도리 와이너리 식구들의 땀과 정성으로 빚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도리 와이너리는 경북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 494-3번지에 있다. 여름에는 와인 체험 행사도 연다. 문의전화 054-335-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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