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너무 조였나… 주택시장 엄동설한

입력 2016.03.04 03:06 | 수정 2016.03.04 07:56

[규제 강화 한달만에 후폭풍 강력]

은행들 심사 강화하고 금리 올려
2월 대출증가액 1617억원 그쳐… 작년 11월엔 1조1300억원 수준
주택 거래량·가격·청약률 하락, 1·2월 청약 아파트 42%가 미달

"요즘엔 아파트 상품 설명보다 대출 상담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3~4배는 더 많은 것 같아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아파트를 분양 중인 A건설사 분양소장 김모(45)씨는 올 2월부터 강화된 정부의 주택 담보대출 규제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대출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고객들도 무조건 대출받기 힘든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면서 "정부 의도와 달리 대출 규제를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시행된 지 한 달여를 넘기면서 부동산 시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시중은행 담보대출이 빠르게 쪼그라들고 신규 분양 시장에서는 모집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이 미달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고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 당국은 애초 "주택 경기를 죽이지 않으면서 가계 부채 증가 속도도 줄이겠다"고 강조했지만 성수기를 맞은 주택 시장에는 아직 냉기가 흐르고 있다.

◇주택 담보대출과 집단 대출 동시 감소

금융 당국이 수도권에서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때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 이후 담보대출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1월 1조1300억원 수준에서 올 1·2월엔 증가액이 각각 4159억원, 1617억원으로 급감했다. 규제에서 빠진 중도금 집단 대출을 제외하면 4대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은 지난 2월에는 572억원이 감소했다. 집단 대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증가액은 지난해 2월 5251억원에서 지난달엔 218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래프

은행들은 대출 심사 강화와 동시에 대출 금리도 올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 연 3.06%에서 계속 하락해 3%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통제에 나서면서 올해 2월엔 연 3.20%로 재상승했다. 금융 당국은 집단 대출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작 시중은행 창구에선 집단 대출도 통제하고 있다. A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주택 담보대출 규모가 너무 빨리 늘어 은행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최근 공급 과잉 논란으로 2~3년 뒤 아파트 입주 대란(大亂)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와 집단 대출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택 거래량·가격·청약률 하락

금융 당국이 돈줄을 조이자 주택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새 40% 이상 줄었다. 서울 사당동의 공인중개사 윤모(61)씨는 "작년 가을엔 좋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던 대기 매수자가 제법 있었는데 올해는 받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도 하락세다. 매월 0.3% 안팎 상승률을 유지하던 전국 집값은 올 1월 0.04%로 상승 폭이 줄어든 데 이어 2월엔 0%로 보합세로 돌아섰다.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지방 집값도 0%대로 주저앉았다. 올 1~2월 공급된 전국 아파트 단지 40곳 가운데 17곳(42%)이 청약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고 대거 미달됐다.

◇건설업계 "집단 대출이라도 막지 마라"

대출 규제의 영향이 예상보다 강력한데 대해 건설업계는 규제 대상이 아니던 집단 대출까지 통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집단 대출은 입주 시점에 전셋집이나 살던 집을 처분하면서 대출 상당 부분을 일시에 상환하는 대출이어서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전셋집에 사는 평범한 가구가 집단 대출 없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2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대출 규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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