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은행 PB 서비스… 準자산가들 몰린다

입력 2016.02.29 03:06

주요 은행 PB서비스 기준 3000만~5000만원 이상으로 낮춰
자산관리서비스 받는 고객 늘어 작년 非이자 수익 20~30% 증가

직장인 이모(33)씨는 올해 초 만기가 된 정기적금 2000만원 등 여윳돈 3000만원을 갖고 회사 근처 은행 지점을 찾았다.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투자 성향을 진단한 결과, '위험 중립형' 투자자임이 확인된 이씨에게 은행에서는 국내주식형 펀드와 유로존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1000만원을, 국내외 채권형 상품에 750만원 정도를 넣을 것을 추천했다. 이씨는 현재 연 4%대 초반의 수익률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면서 준(準)자산가 고객이 은행에 몰리고 있다. 준자산가란 수억원대 금융자산을 가진 고액 자산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3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2~3년 전만 해도 은행에서 PB 서비스를 받으려면 금융자산이 3억~5억원은 있어야 했으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요 은행들은 이 기준을 3000만~5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PB 서비스 대상을 1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춘 씨티은행은 두 달여 만에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의 고객 수가 21% 늘었다. 2011년 일찌감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제한을 없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의 고객군이 2013년보다 14% 늘었다. 조명규 씨티은행 WM영업본부장은 "수천만원대 금융자산으로는 부동산처럼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가 어렵고, 예·적금에 넣어두기에는 연간 이자가 수십만원대에 그친다"며 "준자산가야말로 전문적인 자산 관리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준자산가 고객이 늘면서, 은행은 비(非)이자 수익이 증가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준자산가들이 PB 상담을 거쳐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적극 가입하면서 판매 수수료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의 비이자 수익은 전년 대비 평균 20~30%가량 늘었다.

은행이 준자산가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 대상 서비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준자산가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이 은행 입장에선 적지 않은 낭비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은행은 준자산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KB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이경희 VIP팀장은 "30~40대 중심의 준자산가들이 지금은 여윳돈이 적지만, 한 번 거래를 시작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50~60대가 됐을 때 많은 돈을 맡기는 알짜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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