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군의 옛지도 여행] 백두대간 개념 정립한 신경준의 출생지, 전라도 순창군

조선비즈
  • 이현군 역사지리학자
    입력 2016.02.20 04:00

    순창군지도(淳昌郡地圖, 규10476), 조선후기 지방지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순창 위치, 네이버 지도 참조.
    지금은 고추장으로 유명한, 조선시대 전라도 순창군의 중심부 지역을 돌아보았다. 옛지도 가운데 객사(客舍)가 그려져 있고 순창 관광안내지도에도 객사가 보인다. 순창 객사는 순창초등학교 안에 있었다. 객사의 현판에는 ‘옥천지관(玉川之館)’이라 적혀있다.

    순창초등학교 안 순창 객사.
    옛지도를 보면 객사 왼쪽에 옥천동(玉川洞) 지명이 등장한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순창의 다른 지명으로 옥천(玉川)이 나온다. 순창의 다른 지명을 따서 객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일부 건물만 남아있는 객사는 1759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한다.

    객사가 있는 순창초등학교는 1908년에 세워진 학교다. 조선이 무너지면서 옛 관아들이 사라지는데 그 자리에는 학교나 군청, 면사무소들이 들어선 경우가 많다. 객사나 동헌을 찾으려면 일단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나 관공서를 찾는 게 좋다.

    순창군청 앞 오래된 느티나무들.
    순창초등학교 교문 왼쪽에 순창군청이 들어서 있다. 군청 앞에는 약 400년된 느티나무들이 여러 그루 서 있다. 뒷산과 하천, 객사의 상대적 위치 등을 생각하고 옛지도를 보았을 때 동헌(東軒)이 있었던 곳에 군청이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순창 향교.
    옛지도에 객사와 동헌 앞에 홍살문이 그려져 있고 홍살문 남쪽으로 하천이 흐른다. 하천에는 경천(鏡川)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경천에 다리를 그리고 대교(大橋)라고 적었다. 경천의 다리를 건너 서쪽으로 가는 길에 향교를 그려 놓았다.

    객사와 순창군청을 보고 다리를 건넌 후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멀리 기와집이 보이기에 향교라고 생각하고 찾아갔다. 향교가 아니라 단성전(檀聖殿), 단군 성전이었다. 단성전 앞에도 한옥 건물이 있는데 이 고을 생원 진사들이 모이던 사마재(司馬齋)였다.

    향교는 단성전과 사마재 사이 골목으로 더 들어가니 나왔다. 입구의 현판에는 ‘옥천유문(玉川儒門)’이 적혀 있다. 순창의 다른 지명인 옥천과 유학의 문을 합한 것이다. 이 문을 지나면 앞에는 명륜당, 뒤에는 대성전이 나온다. 향교 규모는 지방 향교치고는 큰 편이었다. 옥천동에 있었던 순창향교는 1694년에 낙뢰로 인해 소실되어 1702년에 현재 위치에 새로 지었다.

    향교 안에 있는 비석들.
    향교를 둘러보다 명륜당 건물 옆에서 비석들을 발견하였다. 순창군수와 전라관찰사들의 공덕을 기리는 비석들이다. 설명문을 읽어보니 순창군청 근처에 있던 비석들이었는데 2013년에 향교 안으로 옮겨온 것으로 되어있다. 수령들의 공덕비들이니 관아 앞에 있는 것이 맞다.

    신경준 출생지.
    순창읍내에서 순창톨게이트로 가는 방향으로 경천교 남쪽에 순창IC 교차로가 있다. 그 뒤쪽에 보이는 산이 옛지도에 남산(南山)으로 등장한다. 남산을 돌아가서 남산마을회관(남산할머니노인당)에 도착했다. 마을회관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 ‘신경준선생 출생지․ 신말주선생 유허비’라는 안내판이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비석이 ‘귀래신선생유허비(歸來申先生遺墟碑)’다. 신선생이 신말주이고 그의 호가 귀래이다. 비석 왼쪽에 또 다른 돌판이 보이는데 여기에 ‘신경준 선생 출생지’라고 적었다. 조선 숙종 38년(1712)에 지리학자 신경준(申景濬)이 이곳에서 태어났음을 알려준다.

    설씨부인, 신경준 유지.
    다시 남산마을회관으로 가서 오르막길을 따라 가다보면 ‘설씨부인, 신경준선생 유지’, ‘귀래정’이 적힌 안내판이 나온다. 골목을 따라 가면 기와집이 등장한다. 이 집 안에 들어가면 이곳의 유래를 설명해 놓았다.

    단종을 몰아내고 수양대군을 옹립했던 신숙주의 동생이 신말주(申末舟)다. 신말주의 부인이 설씨(薛氏)다. 신말주는 형과 달리 수양대군 옹립을 반대하면서 부인의 고향인 순창으로 낙향한다. 설씨부인은 문장과 그림에 능했는데 설씨부인 권선문(勸善文)은 보물 제 7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신말주와 부인 설씨의 10대손이 여암 신경준(旅菴 申景濬, 1712-1781)이다. 신경준은 북방강역도(北方疆域圖) 등 여러 지도를 편찬 제작하였다. 그의 또 다른 업적으로 알려진 것은 ‘산경표(山經表)’다.

    산줄기를 산경((山經), 물줄기를 수경(水經)이라 부른다. 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줄기를 족보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족보를 펼치면 할아버지 아래에 큰 아버지, 그 아래에 큰 아들이 나온다. 큰 아버지 옆에는 작은 아버지, 그 아래에는 작은 아버지 자식들이 나온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원 출처가 산경표다. 산경표를 펴면 첫머리에 백두대간이 등장한다. 제일 처음 나오는 산이 백두산(白頭山)이다. 백두산 아래에 백두대간의 주요 산들이 적혀 있다. 갈라져 나온 산은 족보처럼 그 옆에 적고 그 맥은 또 어디로 연결되는지 아래에 적는 방식으로 정리하였다.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시작하여 장백정간(長白正幹), 낙남정맥(洛南正脉), 청북정맥(淸北正脉), 청남정맥(淸南正脉), 해서정맥(海西正脉),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脉), 한북정맥(漢北正脉), 낙동정맥(洛東正脉),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脉), 한남정맥(漢南正脉), 금북정맥(錦北正脉),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脉), 금남정맥(錦南正脉), 호남정맥(湖南正脉)의 순서로 정리해 놓았다.

    맥(脉)은 산맥(山脈)의 맥(脈)과 같은 글자이다. 산과 산 사이에는 물이 흐른다. 큰 산줄기 사이에는 큰 강이 흐른다. 정맥의 명칭을 보면 강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천강, 임진강, 예성강, 한강, 낙동강, 금강의 명칭을 따서 북쪽과 남쪽 정맥으로 산줄기 이름을 붙였다. 산과 강은 하나다.

    귀래정.
    신경준의 지리학에 대해 생각하다 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정자가 세워져 있다. 신말주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 이름이 귀래정(歸來亭)이다. 이곳에서 순창 읍내를 바라보다 내려왔다.


    고추장 민속마을.
    순창관광안내지도의 표지에는 ‘장하다 순창’, ‘순창 장류와 장수의 고장’이 적혀 있고 순창군청 현관에는 ‘장류, 장수고장 순창’이 크게 적혀 있다. 순창의 특산품이 고추장이다. 순창읍 백산리에는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1997년에 조성한 마을이다. 고추장 민속마을 주변에는 순창장류박물관, 장류연구소, 장류체험관이 보인다. 이번에는 가게 구경만 하고 가지만 다음에는 고추장을 직접 담그는 체험도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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