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삼성, 금융지주社 만들려는 '첫 포석'

  • 김기홍 기자

  • 이진석 기자

  • 입력 : 2016.01.29 03:06

    [오늘의 세상]]
    삼성생명,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 인수결정

    - 삼성, 왜 금융지주사 추진하나
    금융 관련社 묶어 시너지효과
    지분구조 단순화… 승계 작업 용이… 상속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설립案 이달 20일쯤 금융위에 전달

    삼성그룹의 주력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은 2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 전량(37.45%)을 1조5400여억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전체 지분의 71.8%를 보유하는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가 됐다.

    삼성생명은 이날 "이번 지분 매입은 보험과 카드 사업의 시너지(결합)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계에선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목표로 본격 '사전 정지(整地)' 작업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주가는 이날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이 호재(好材)로 작용해 주가(株價)가 하루 만에 각각 11.5%, 10.4% 올랐다.

    "금융사 경쟁력 높이고 지배구조 단순화"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삼성생명·화재·증권 등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은 작년 10월 말 각각 수천억원을 들여 자사주(自社株)를 사들였다. 삼성생명은 이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최대 주주이다. 신설되는 금융지주사가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자사주를 사들이면 자(子)회사로 금방 편입하는 요건(최대주주 및 지분 30% 보유)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 현황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에 대해서만 아직 최대 주주가 아니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1대 주주가 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될 길이 확실하게 열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생명을 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먼저 법인세 감면, 주식 양도(讓渡)차익 납부 유예 같은 법적 혜택이 가능하다. 또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를 통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판매할 수 있고 부실 계열사에 대한 합병·재편과 외부의 유력 금융사 인수합병(M&A)도 훨씬 손쉽게 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전자(電子)·바이오와 함께 그룹의 3대 축(軸)으로 키우려는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획기적 돌파구가 되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KB금융, 신한금융 등이 모두 금융지주회사 구조를 구축한 것은 이런 엄청난 효과 때문"이라며 "특히 고객 정보를 공유해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할 경우 서비스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중심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권 승계 작업이 용이해지는 것도 매력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의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상황에서 상속 문제 해결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상속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지주사를 세우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선 이부진·이서현 두 동생에게 계열사를 떼어주는 식의 분할상속이 아니라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일부 넘기는 식으로 상속 문제를 풀고 그룹 후계 구도를 부드럽게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2년 이내 금융지주사 체제 완전 전환할 것"

    하지만 삼성이 금융지주회사를 완성하려면 고비가 많다. 다른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30%까지 확보해야 하는데 각 계열사의 지분을 이 수준까지 맞추려면 최소 수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7.2%) 같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 정리도 부담이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도가 오히려 느슨해지게 된다.

    그럼에도 재계와 금융계에선 삼성의 금융지주사 설립이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 파다하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생명은 이달 20일쯤 '금융지주사 설립 계획안(案)'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를 세우려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하고, 이 주식을 그룹에서 사들이려면 수조원이 필요할텐데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일단 접어뒀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평소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해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그룹이 지금 같은 순환출자 중심의 지배구조를 지속하기 어려운 데다 금융지주사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삼성이 적어도 2년 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완전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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