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구내식당 줄이 길어진 이유는? 왕소금 직장인 늘어난다

조선비즈
  • 송기영 기자
    입력 2016.01.19 14:17 | 수정 2016.01.20 10:15

    19일 서울 강남구 메리츠화재 본사의 직원 식당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식사를 받고 있다. 이 직원 식당은 점심값이 5000원으로 저렴해 이 지역 직장인과 학원생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메리츠화재 제공

    1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리츠화재 본사의 지하 2층 구내식당. 낮 12시가 되자 점심 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순식간에 5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배식대 부근은 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로 초만원이었다.

    이날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한 은행원 김모 차장은 “조식 3500원, 중식 5000원 수준으로 ‘살인물가 벨트’인 이곳에선 매우 저렴한 편"이라며 “(우리 은행은) 건물 입주사는 아니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식당이어서 자주 원정 온다"고 말했다.

    김주형 메리츠화재 차장은 “원래 본사 직원과 본사에 입주한 외부 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했는데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엔 인근 지역 직장인과 학원생들까지 찾는다”며 “그러다 보니 점심 시간에는 일찌감치 메뉴가 품절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주머니 단속에 힘쓰는 알뜰파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유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살림살이가 팍팍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소비 성향은 71.5%로, 소비성향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였다. 소비성향은 수치가 낮을수록 지출이 적다는 의미다.

    특히 돈 흐름에 민감한 금융권 직장인들이 다양한 근검절약 비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금융사 직원인 황모(39) 과장은 “당장 월급이 깎인 건 아니지만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마음 속에 남아 있다”면서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여유 있을 때 조금이라도 아껴두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 먹꾸통장, 혼밥카드, 편도족… 직장인 생존 백태

    골드미스 은행원인 김모(39)씨는 올 초 ‘먹꾸통장’을 새로 만들어 매달 30만원씩 입금하기로 했다. 먹꾸통장이란, 먹고 꾸미는 데만 쓰는 돈을 넣어두는 통장의 줄임말이다.

    외식이나 의류 구입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30만원으로 한정해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만약 밖에서 많이 사 먹었다면 옷을 덜 사고, 예쁜 옷을 많이 장만했다면 식당에서 덜 사 먹는 식이다.

    김씨는 “월급을 받아도 돈이 모이지 않아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남들보다 먹고 꾸미는 데에 돈을 많이 썼더라”면서 “먹꾸통장에 넣어둔 돈이 바닥나면 더 이상은 쓰지 않기로 독하게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직장인 중엔 한 달 지출 중 의류비와 외식비 비중이 높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 경우 먹꾸통장을 만들어 실천한다면 지출 통제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한 직장인들의 분투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편도족은 2500~4000원 사이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후식도 1000원짜리 편의점 커피를 마신다. 실제로 여의도에는 식당처럼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전문 편의점’도 증가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사에 재직 중인 은성미(33)씨는 “여의도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20~30분 씩 줄 서는 것은 기본이고 가격도 7000~1만원에 달한다”며 “비싼 여의도 물가를 감안하면 편의점 도시락은 후식까지 4000~5000원에 해결할 수 있으니 굉장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 2003년 이후 최저치인 소비성향… “미래 불안해 씀씀이 줄인다"

    자기계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습지를 찾는 회사원들도 있다. 학원 수강료는 보통 10만~30만원, 인터넷 강의도 9만~10만원에 달하는 반면, 학습지는 월 3만~4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번 학습지 교사에게 직접 지도도 받을 수 있다.

    학습지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학습지 회원 수는 아직은 5%에 불과하지만, 매년 50% 가까이 늘고 있다.

    최근 중국어 학습지를 시작한 직장인 이모(29)씨는 “작년에 학원 새벽반을 등록했는데 야근과 회식 때문에 자주 나가지 못했다”며 “학습지는 가격도 매우 저렴한데 매주 1회 원하는 시간에 교사를 만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혼밥카드를 만드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혼밥카드란, 혼자 밥을 먹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식사비 할인카드를 말한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미스터라이프 카드’는 독신 남성을 겨냥한 카드다. 혼자 저녁을 먹는 독신 남성을 위해 모든 식음료 업종에서 일 1회, 월 10회, 건당 1만원까지 야간에 1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싱글푸드샵 업체인 ‘인테이크푸즈’에서 결제 시 전월 신용판매 이용실적이 1건만 있어도 월 4회까지 온라인 결제금액의 20%를 할인해준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타임카드도 혼밥족에게 인기있는 상품이다. 오전에는 편의점과 제과점 10%, 점심에는 음식점 10%, 커피전문점 20%, 저녁에는 음식점 5% 할인 등 시간대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2010년 출시돼 현재 20만명 넘게 사용하고 있다.

    SC은행 관계자는 타임카드는 대중교통요금 및 점심 값 할인 등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최근에는 혼자 저녁을 먹는 싱글족을 위해 저녁 시간대 할인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