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해외 이코노미스트]③ 'IMF맨' 최승모, 만화 그리는 경제학자

조선비즈
  • 이신영 기자
    입력 2016.01.19 10:00

    조선비즈는 지난해 [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있는 30대, 40대 젊은 경제학자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사회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2016년에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40대 한국인 경제학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미경제학회(KAEA) 전현직 임원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효율적 시장 가설은 금융 투자자들은 ‘합리적 기대’를 가진 사람들로 봅니다.” (본격경제만화 ‘효율적 시장 가설’ 중)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효율적 시장 가설, 그림자 은행, 환율, 재정 긴축 등 어려운 경제학 개념을 쉽게 풀어준다면 어떨까. 그것도 전문가인 경제학자가 만화로 설명한다면.

    국제통화기금(IMF) 산하 역량개발기구(Institute for Capacity Development, ICD)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는 최승모 박사(39)는 만화를 그리는 경제학자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최 박사는 ‘본격경제만화’를 페이스북에 한글판과 영어판으로 연재 중이다.

    사진=최승모 박사 제공
    최 박사는 재정과 거시경제 전문가로 IMF 산하 역량개발기구에서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부 관료에게 경제성장론과 금융경제학을 강의한다. 연구 분야는 경제 성장과 금융 시장이다. IMF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거시경제 정책 및 금융 정책을 주로 다룬다. 서울 출생으로 대원외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가 지도교수다. 50대 경제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것은 루카스 교수가 처음이었다. 루카스 교수는 거시경제학의 신으로 존경받는 학자다. 1993년 한국과 필리핀을 비교해 한국 경제를 기적이라고 평가한 ‘기적 만들기(Making a Miracle)’란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영향으로 최 박사가 처음 쓴 논문들은 주로 경제 성장과 관련된 게 많다.

    다음은 최 박사와 일문일답. 답변 중 연구 내용은 최 박사 개인 연구로 IMF의 입장이 아니다.

    -페이스북에 ‘본격경제만화’를 연재해 관심을 모았다. 만화를 그리게 된 이유가 있나.

    “일반 국민에 대한 경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잘 알아야 토론이 활성화하고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이해는 개인의 경제 활동(투자 등)을 위하여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선거 등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과정으로 경제 관료나 정치가가 더 좋은 정책을 입안할 수 있게 유도한다.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경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으면 한다.”

    - 지금까지 주로 다룬 만화 주제는.

    “그림자 은행업, 남북한 통일, 외환 위기 등이다.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만화 작업에 쓰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30분도 안 된다. 막상 만화 작업을 해보니 만화에 들어가는 시간 대부분은 자료 수집과 내용 구성이다. 그러다 보니 그림 자체에는 신경 쓰지 못하고 종이에 펜으로 대충 그린다. 사실 만화를 그리는 것도 좋지만 내용을 구성하면서 배우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만화를 그리면서 어떤 걸 배우나.

    “지금 구상하고 있는 주제가 ‘재정 정책의 소득 재분배 효과’다. 재정 정책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소득 불평등이 왜 나쁜가, 정말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했는가, 소득 불평등의 심화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할까,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있는가 등을 연결해서 큰 그림을 구성해야 한다. 막상 이 단계가 되면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런저런 문헌을 찾아보고 내용을 구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부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린 만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남북한 통일’ 편이다. 많은 사람이 통일에 너무 감상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서 통일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작업했다.

    내 연구(‘Economic Impacts of Reunifications in Germany and in Korea (2015)’와 ‘Korean Economic Integration: Prospects and Pitfalls (2012)’) 내용에 기초한 만화였고 반응도 좋았다. 만화에 등장한 한국 연구자로부터 격려도 받았다.” (남북한 통일 편에는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등장했다.)

    최승모 박사가 그린 본격경제만화 ‘남북한 통일’ 편./그림=최 박사 페이스북 캡처
    -앞으로 만화로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나.

    “IMF 사태라고 불리는 한국의 1997년 금융 위기를 만화로 다루고 싶다. 이제 많은 시간이 흘러 외부에 공개된 자료가 꽤 된다. 당시 상황을 냉정하게 이해해야 장래를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외환위기를 어떻게 다루고 싶나. 단순한 사실 나열은 아닐 것 같다.

    “외환위기 후 20년이 지나 연구가 축적된 만큼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이 받아들인 정책의 목적과 평가에 대한 여러 시각을 가능한 한 중립적으로 소개하고 싶다. 당시의 정치-외교적 배경이나 한국의 위기가 다른 나라에 미친 영향도 중요한 내용으로 다루고 싶다. IMF의 금융 지원 역사와 관련해서 다른 위기 사례와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 될 것 같아서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IMF가 발간한 ‘벽 허물기: 국제 통화 기금 1990~1999년’(Tearing Down Walls: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1990-1999)이라는 책에서 1997년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다. 내부 문건을 포함해 풍부한 자료를 투명하게 다루고 있다. 관심 있는 분은 찾아보면 유용할 것이다.”

    -이름을 검색하면 프로레슬링 관련 자료가 나온다.

    “1999년 입대 직전 인천방송에서 잠깐 미국 프로레슬링 해설자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프로레슬링 홈페이지를 운영했는데 그만둔 지 10년이 됐다. 아직도 검색 엔진에 이름을 검색하면 경제학보다 프로레슬링 자료가 더 나오는 것 같아서 제 본업을 제대로 하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다. 그때만 해도 우리말로 된 정보도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이나 방송 등에서 정보가 많아진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어떻게 IMF에 자리 잡게 됐는지 궁금하다.

    “워싱턴주립대(Washington State University)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교수로 지내다가 IMF에 자리를 잡았다. 개인적인 이유는 결혼과 함께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서였다. 직업 면에서는 학술 연구에만 남아있기보다 정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다.

    IMF에는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모여있어서 거시 정책에 관련해 어떤 세부적인 문제든 꼭 전문가가 있다. 학교에 있을 때는 세부 전공까지 비슷한 교수를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생각을 공유할 여지가 제한됐다.

    경제학 교수와 IMF 이코노미스트는 관련은 있지만 서로 다른 직업이다. 경제학 교수는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학술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 목적이다. IMF 이코노미스트는 그때그때의 경제 이슈를 분석하거나 분석을 직접 도울 배경 연구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학술 연구와 경제 이슈 분석 양쪽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그래서 IMF로 옮긴 뒤에도 학술 연구를 계속하려고 노력 중이다.”

    -구글 등 기업에서는 다양성을 위해 일부러 여러 나라 출신을 다양하게 채용한다고 한다. IMF에서도 그런 노력을 하나.

    “능력 위주 채용이지만 국적은 다양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구글과 달리 IMF는 국제기구라서 회원국이 가진 지분만큼 직원 수를 맞춰 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면도 있지만 각 회원국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배경도 있다.”

    -일반인에게 IMF 하면 곧 외환위기가 떠오를 텐데 IMF에서 하는 일은.

    “학술지에 싣는 논문 작업과 IMF 회원국 경제 관료 교육 준비, IMF에서 발간하는 국가별 보고서를 쓴다. IMF는 아무래도 조직이다 보니 학교와 달리 개인 연구에 쓰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IMF는 개인 연구보다는 IMF가 하는 일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근무 평가를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만큼 출장이 잦을 것 같다.

    “지난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등 모두 6번 출장을 나갔다. 한 번 출장 가면 비행시간까지 합쳐 2주일이 넘는다. 1년 중 4분의 1 이상을 집을 떠나있는 셈이다. 그래서 아내와 두 살 난 아들에게 미안하다. 가끔 출장지에 직접 데리고 가기도 하고 출장 뒤에 휴가를 붙여서 현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출장은 IMF 협정문 4조에 따라 거의 모든 회원국에 대해 일대일로 연례 협의일 때가 있다. 현재 더 많이 가는 출장은 경제 관료 교육이다. 싱가포르에는 IMF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교육 시설이, 오스트리아에는 유럽 및 중동 지역 담당 교육 시설이 있다. 한 나라에서 1~2명의 경제 관료가 이 시설에서 교육받는다.

    선진국, 신흥국, 저소득국 별로 취약성 분석을 어떻게 하는가, 대외 부문의 불균형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분석하는가 등 IMF에서 쓰는 방법론을 교육한다. 전체 과목 30~40개 중 10개 과목을 맡고 있어서 교육 면에서는 나름대로 베테랑이 됐다.”


    최승모 박사가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하는 모습. 최 박사는 여러 나라로 출장 다니며 경제 관료를 교육한다. /사진=최승모 박사 제공
    -여러 나라에서 온 경제 관료를 교육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주로 재무부, 중앙은행, 금융 감독 기관 등 경제 관료를 교육하지만 국적도 다르고 학력, 근무 연수도 다양하다. 배경이 워낙 달라서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연수생이 평가서를 쓰고 동료와 상사가 강의실에서 직접 보는 등 강의 평가가 이뤄진다. 준비가 소홀하면 바로 지적받고 근무 평가로 연결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온 경제 관료도 교육한 적이 있나.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소속인 분들이 연수에 참여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 연수생보다 좋은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강의 중에는 너무 조용하다. 한국은 저소득 국가에서 시작해 고소득 국가가 된 예외적인 경우인 데다가 세계 금융위기도 비교적 잘 헤쳐나간 것으로 알려져 많은 나라가 한국의 경험에 관심을 가진다.

    심지어는 한국의 경험을 듣기 위해 특별히 한국 연수생을 선발한 적도 있습니다. 연수 중에도 한국 경험을 자주 언급해주면 좋겠다. 다른 나라의 관료도 배우는 게 많을 거다.”

    -경제 성장과 관련된 논문을 많이 썼다.

    “경제 성장은 수많은 사람의 생활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이나 직업 훈련, 육아 등 인적 자본에 투자하면 양(+)의 외부성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사람들은 서로 배우기 때문이다.

    박사학위 논문은 이 양의 외부성 크기를 계산했다. 인적 자본 투자는 민간에만 맡기면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보다 매우 낮게 된다. 정부가 개입해 인적 자본 투자를 적절한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요지다.”

    -또 다른 연구는.

    “경제 성장을 돕는 연구개발(R&D)과 국외 기술 도입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연구개발과 기술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지만 경제의 생산성이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가에 따라 적정비율이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자료를 분석하면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연구개발과 기술 도입이 대체 관계다. 연구개발로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기술을 도입해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생산성이 일정한 단계에 달하면 연구개발과 기술 도입 간 관계가 보완적으로 바뀐다. 다른 나라에서 어떤 기술을 쓰는지 보고 도입하는 동시에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자신의 기술을 개발해야만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금융감독원에서 강의하는 최승모 박사./사진=최 박사 제공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경제적 득실이 무엇일지 따졌다. 통일은 정치적인 문제로 다뤄지기 쉬운데 어떻게 분석했는지 궁금하다.

    “통일이 이뤄질지 또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다. 통일이 남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때는 남북한 각각의 노동 투입량, 자본 투입량과 생산성을 떼서 살펴본다.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TFP)이라고 한다. 비교 대상이 있어야 분석할 수 있어서 1990년 통일을 이룬 독일을 참고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사례나 북예멘-남예멘 통일 등이 있긴 하지만 독일 통일이 한국 상황에 가장 가깝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IMF에 오기 전에 개인적으로 연구한 적이 있다. 북한의 노동력이 남한으로 오고 자본 이동이 늘어나면서 1인당 GDP가 높아질 수 있다. 통일하면 남한이 가장 크게 잃는 건 생산성 하락이다. 통일 전 서독도 마찬가지였다. 통일이 안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서독의 TFP는 15% 높았을 것이다. 남한의 TFP가 낮아지는 것을 막아야 통일됐을 때 남한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래서 왜 서독이 TFP 감소를 겪었는지 알아보는 건 중요하다. 아직 이를 다룬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독일 통일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나.

    “물론이다. 북한 인구는 남한의 절반이다. 동독은 서독 인구의 4분의 1에 그쳤다. 통일 직전인 1990년 서독의 1인당 GDP는 2만6263달러, 동독은 7167달러로 3.7대 1이다.

    남북의 GDP 차이는 더 심하다. 북한의 가장 최근 통계치인 2008년을 기준으로 보면 남한의 1인당 GDP는 2만7565달러, 북한은 1576달러로 17대 1에 달한다. 기반시설도 마찬가지다. 철도, 도로, 수로는 북한이 동독보다 뒤떨어진다.”

    -통일이라는 미래를 가정하는 연구라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통일 이후 북한에서는 장기적으로 자본이 들어오고 생산성이 빠르게 나아질 것으로 예측하지만 남북한 경제가 통합될 때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또 통일은 경제학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회 정치 영역이기도 하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장단점이 있을 텐데 이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다룬 논문을 쓴 만큼 한국을 계속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으로 올 건가.

    “물론이다.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 싱가포르나 중국 등 아시아 출장이 있을 때마다 가는 길, 오는 길에 한국에 들른다. 1년 동안 6번 들른 적도 있다. 다만 머무르는 기간이 하루 이틀에 불과해서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한국은 빠르게 변하는 나라라 자주 들르지 않으면 감을 잊게 되는 것 같다. 2~3년만 안 들어와도 버스 시스템이 바뀌어 있다.”

    -앞으로 계획은.

    “IMF는 MOOC(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에 진출하는 등 교육 면에서도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안에 금융 시장 분석을 주제로 한 MOOC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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