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나 활용하지 않는 재화를 대여하거나 교환하는 방식의 경제활동을 뜻한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제공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이다.
공유경제라는 단어는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 교수가 1984년 발표한 '공유경제 : 불황을 정복하다'라는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이때의 공유경제는 ‘수익공유’의 개념에 가까웠다. 최근 널리 통용되는 공유경제 개념은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에 가깝다. 레식 교수는 공유경제를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기존의 경제체제에서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돈을 주고 소유권을 확보해야만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상품을 구매하고 나서 실제 사용하는 시간보다는 방치해두는 시간이 더 길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몇천만원씩 내고 자동차를 구매하지만, 하루 중 차를 이용하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 근처의 원룸을 임대한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방학 기간에 집을 비워두게 된다. 자동차건 방이건,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동안 그 재화들은 ‘낭비’되는 셈이다.
공유경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이처럼 ‘놀고 있는’ 자신의 재화를 다른 사람들이 빌려쓸 수 있도록 한다. 재화를 대여한다는 점은 기존 렌탈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공유경제에서의 대여는 쌍방 협의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보다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빌려주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는 재화를 빌려줘 수익을 낼 수 있고, 빌리는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재화를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IT(정보통신) 기술이다. 이전에도 보다 간편한 방식의 대여·교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어 제대로 된 시장이 구축되기 어려웠다. 인터넷의 발달로 공유경제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되면서 거대한 공유경제 시장이 만들어졌다.
공유경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4년 150억달러(약 16조원)였던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3350억달러(약 367조원)로 20배 넘게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2013년에 한국에 진출했다. 보수적인 국민 성향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에도, 에어비앤비는 2015년 한 해 동안 전년도 대비 140% 성장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1만여 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으며, 지금껏 한국을 방문한 총 게스트 수만 18만명에 이른다.
공유경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는 공유경제 대표주자인 우버를 비판한다. 이들이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리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4대 보험, 유급 휴가 등 법으로 보장된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도 짊어지게 된다. 라이시 교수는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것은 노동자가 아닌 공유경제 기업뿐” 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는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로 활성화된 공유경제가 사람들의 숨겨진 자산을 활성화하고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라 설명한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공유경제가 발달할수록 대부분의 직장이 시간을 쪼개 활용하는 프리랜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 내다본다. 노동자가 자영업자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순다라라잔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하고 능력에 맞춰 돈을 벌게 된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라이시 교수와는 반대로 공유경제가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공유경제가 등장하면서 소비 형태가 ‘사용’ 개념으로 바뀌고 있어 굳이 감당하기 힘든 ‘소유’의 길을 택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재화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시 UC 버클리대 교수, 위클리비즈 2015년 4월 11일
“공유경제로 돈을 버는 건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회사이지, 노동자가 아닙니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과거 유럽의 왕실에서 체스를 두는 기계인형에서 유래한 말. 기계인형에는 사실 사람이 들어가서 체스를 뒀는데, 여기에 착안해 아마존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거리를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서 하는 방식에 이 이름을 붙였다)’를 보세요. 이는 최저임금의 개념을 무색하게 합니다. 예컨대, 여러 사진 중 괜찮은 사진을 골라주고 30센트, 악필의 손 글씨를 읽어주면 50센트를 받습니다. 이 작은 금액에서 아마존은 수수료 10%를 떼어갑니다. 메커니컬 터크에서 일하는 50만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달러 선이라고 합니다.”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 위클리비즈 2015년 4월 11일
“저는 공유경제의 혜택을 받는 것은 명백히 저임금 계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 참여자는 대부분 부자가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소유’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비싼 개념의 ‘소비’입니다. 자동차나 명품 가방, 명품 드레스를 사는 데는 큰돈이 듭니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그 제품을 24시간 사용하는 것도 아니지 않아요? 공유경제가 등장하면서 소비 패턴이 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식입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살 수 없는 소비자는 필요할 때마다 렌트를 하거나 우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자동차를 산 뒤 빌려 줘 비용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로 소비 방식이 더 다양해진 것입니다.”
☞우버(Uber)
트래비스 칼라닉이 2009년 설립한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공유된 차량과 운전기사, 승객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뒤 4년 만에 4년 만에 37개국 140여개 도시로 진출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우버의 기업가치를 680억달러로 평가했다.
하지만 우버는 유럽 각국에서 ‘불법 택시 서비스’로 규정돼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는 자국 내 우버 서비스를 금지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중국 정부는 우버의 불법 택시 영업 수사를 위해 우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우버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런던의 ‘블랙 캡’ 기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우버는 2013년 8월 한국에 진출했다. 서울 지역에서 리무진 차량을 중계하는 '우버블랙'(UberBLACK), 동료나 이웃 등 지인과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엑스'(uberX)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았지만 실정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국토교통부는 우버의 서비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규정했고 서울시는 실제로 단속에 나서 우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결국 우버코리아는 2015년 3월 한국에서 개인택시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우버택시’를 제외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현재 우버코리아는 고급택시 서비스 ‘우버 블랙’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가 2008년 8월 시작한 숙박 공유 서비스. 비싼 샌프란시스코 월세에 시달리던 창업자들이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콘퍼런스 참가자들에게 요금을 받고 거실을 빌려준 것에서 시작됐다.
자신의 방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은 에어비앤비 홈페이지나 앱에 등록한 뒤 방을 빌려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숙박요금은 방을 제공하는 쪽에서 직접 정한다. 호텔보다 저렴한 숙소를 찾거나 현지 문화를 확실히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여행자들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예약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는 지난 2013년 정식 진출했고, 현재 1만여곳 이상의 한국 숙소가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다.
에어비앤비도 성장과 함께 법적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나 규제기관의 허가 없이 개인이 주택을 임대하여 수익을 올리는 행위가 문제가 됐다.. 에어비앤비가 진출한 지역의 조례가 에어비앤비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서는 아파트 주거인이 부재중일 때 타인에게 30일 미만으로 주거 공간을 임대하는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 밖에도 부실한 숙소 관리의 책임 소재, 범죄발생 시 책임소재 등 법적으로 불분명한 부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해 뉴욕시에 호스트(임대인)의 익명화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신용카드 결제 대행, 사전 신분 조회 의무화, 객실 제공자에 대한 100만 달러 한도의 보험 가입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법적 논란에도 에어비앤비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에어비앤비에 방을 공유할 사람을 찾지 못해 쩔쩔매던 스타트업은 창업 7년 만에 25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글로벌 숙박공유업체로 성장했다. 크레딧스위스는 현재 1%인 에어비앤비의 글로벌 숙박시장 점유율이 2020년이면 5%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크라우드 펀딩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유치 방식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금융분야의 공유경제로 불리기도 한다. 자금이 부족한 사업가, 예술가 등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면 해당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투자한다. 투자는 일정 기간을 두고 진행되며, 만약 그 기간에 사전에 설정해둔 투자액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그때까지 쌓인 투자금은 투자자들에게 반환된다.
2009년 4월 출범한 미국의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텀블벅(www.tumblbug.com) 등 5~6개의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