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홍대 3대 상권은 뜨고, 가로수길·삼청동·인사동 등 전통 대형 상권은 지고….'
요즘 서울 시내 상권의 지각 변동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홍대 3대 상권인 상수동·연남동·서교동은 20·30대의 발길이 집중되면서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반면 삼청동·인사동·가로수길 등은 성장세가 눈에 띄게 정체되고 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서울 시내 주요 상권 19곳을 뽑아 2014년 12월 대비 지난해 12월 카페·음식점 등 요식업종에서의 카드 이용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조사해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상권 19곳은 도심권(이태원·경리단길·해방촌·한남동), 북부권(북촌·서촌·부암동·인사동·삼청동), 서부권(홍대·서교동·상수동·연남동·연희동·신촌), 강남권(강남역·가로수길·논현동·서래마을)으로 나눠 선정했다. 신한카드 남궁설 트렌드연구소장은 "크리스마스와 송년 모임이 집중된 연말 시즌에는 외식 비율이 연중 가장 높기 때문에 뜨는 핫 플레이스를 분석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요즘 뜨는 상권은 홍대 3인방
트렌드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카드 이용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상수동이다. 전년 12월 대비 69.2%가 늘었다. 연남동(51.4%), 한남동(46.1%), 서교동(32.4%)이 그 뒤를 이었다. 경리단길(30.1%)과 해방촌(27.5%) 등 이태원 주변 상권도 증가율 5~6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19곳의 주요 상권 중 증가율이 가장 낮은 곳은 인사동(7.6%)이었다. 가로수길(10.1%)과 삼청동(14.1%)도 부진했다.
최근 3년간의 통계를 보면 이 같은 결과는 우연이 아닌 장기적인 추세다. 상수동의 경우 2013년 12월의 전년 동기 대비 카드 이용자 증가율 순위는 5위였다. 이후 2014년에는 3위로 뛰어오르더니 지난해에는 1위를 차지했다. 연남동은 3년간 2, 1, 2위를 기록했고, 서교동은 3년 연속 4위에 올랐다. 한남동도 17→10→3위로 수직 상승해 최근 수년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독서당길'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반대로 가로수길과 삼청동은 같은 기간 각각 6→17→18위, 7→19→17위로 각각 떨어졌다. 인사동은 3년 내내 하위권(18→16→19위)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홍대·이태원의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상점들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주변 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상권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며 "가로수길에는 대기업에서 홍보를 노린 안테나숍이 많이 들어와 상권 형성 초기의 트렌디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지면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핫 플레이스 만드는 주(主)동력은 2030
눈길을 끄는 점은 뜨는 지역일수록 20·30대의 카드 이용 증가율이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남동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체 카드 이용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로 2012년(13.6%)보다 크게 늘었고, 경리단길은 같은 기간(2012 ~2015년) 20대 이용자 비중이 15.9%에서 25.7%로 급증했다.
반면 핫 플레이스 순위가 많이 떨어진 가로수길의 경우 같은 기간 20대와 30대 비중이 23%, 2%씩 감소한 반면 50대와 60대는 24%, 26%씩 증가했다. 삼청동도 20대와 30대가 28%, 14%씩 감소했고 50대와 60대는 29%, 40%씩 늘었다. 인사동도 50대와 60대 비중이 17%, 59%씩 늘었다.
핫 플레이스 19곳의 지난해 12월 2030 카드 이용자 증가율 순위를 보면 2030이 핫 플레이스 지각 변동을 일으킨 주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대 고객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곳(상수·연남·서교·한남·경리단길)은 전체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 꼴찌(19위)를 차지한 인사동은 유일하게 2030 카드 이용자 수가 줄어든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