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WeWork)'가 한국에 진출한다. 위워크는 서울 명동 대신증권 신(新)사옥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1조원 이상 투자해 수도권 일대 10곳에 공유 사무실을 오픈할 계획이다. 공유 사무실은 건물을 층(層) 단위로 빌린 뒤 이를 쪼개서 다시 기업이나 개인에게 재임대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전전세(轉傳貰)' 개념이다.
2010년 설립한 위워크는 미국과 유럽에 공유 사무실 52곳을 운영 중이며 기업 가치가 12조원으로 평가된다. 아시아 진출은 중국 상하이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위워크의 상륙을 계기로 국내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위워크, 연내 국내 사무실 10곳 추진
위워크는 올 10월 준공하는 지상 26층짜리 서울 명동 대신증권 본사 사옥의 10개층(연면적 2만여㎡)을 향후 15년간 통임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지난 8일 체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김송규 대신증권 인프라관리본부장은 "대신증권이 위워크 국내 1호 사무실을 유치하게 됐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위워크는 사무실 임대료로 2031년까지 수천억원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는 대신증권 본사 외에도 서울 강남과 경기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일대에 고층 빌딩을 가진 대·중소기업 10여 곳과 임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위워크의 임대 대행업체인 미국 뉴욕 PD프로퍼티의 데이비드 박 부사장은 "현재 한국 도심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아 사무실을 대규모로 임차하는 위워크의 국내 진출을 반기는 건물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빌딩 직접 소유보다 저렴하고 편리
미국에서 시작된 사무실 공유 서비스는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대형 빌딩을 소유하는 부담이 커졌고 창업하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사무실 공유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위워크의 경우 창업 5년 만에 미국·영국·네덜란드·이스라엘 등지에 사무실을 52개까지 늘렸다. 포브스지(誌)가 평가한 기업 가치도 102억달러(12조2000억원)에 이른다.
위워크의 경우 공유 사무실에 입주하는 고객은 공용(公用) 홀만 이용할 수도 있고 전용 사무실 1칸 또는 그 이상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홀을 이용할 경우 최소 1인당 월(月) 45달러, 전용 사무실은 1칸에 월 450달러부터 시작해 인원이 많아질수록 가격도 비싸진다.
위워크는 사무실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입주 기업들은 초고속인터넷과 책상·복사기·프린터 등 사무용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무료 커피와 맥주가 비치된 공용 주방도 있다. 워크숍이나 다양한 교육 행사도 자주 열어 입주 기업끼리 인맥도 쌓을 수 있다.
◇"국내 공유경제 활성화 신호탄 될 것"
위워크의 진출을 계기로 국내에 기존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외국계 사무실 임대 회사인 리저스 코리아는 사무실 임대와 더불어 업무에 필요한 전화와 유·무선 인터넷, 각종 IT(정보기술)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비즈니스센터'를 15곳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 신생 벤처기업인 '패스트파이브''까사갈라' 등도 개인사업자나 신생기업 상대로 사무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워크는 전 세계 3만개 이상의 개인·법인 사업자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레드불·레딧·에어비앤비 등 유명 대기업들도 위워크 공유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다. 위워크 관계자는 "한국은 도심 인구 밀도가 높고 IT가 발전한 나라여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위워크의 본격 진출은 국내 공유 경제를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미국과 달리 소규모 기업이나 1인 창업자가 적은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