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해외 이코노미스트]① 신용석 워싱턴대 교수 "가족-동문 네트워크가 양극화 심화시켜"

입력 2016.01.12 09:38 | 수정 2016.01.13 09:03

조선비즈는 지난해 [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있는 30대, 40대 젊은 경제학자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사회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2016년에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40대 한국인 경제학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미경제학회(KAEA) 전현직 임원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정부의 지원은 생산성 높은 곳에 집중하되 배분적 정의도 따져야 한다. 정부 정책의 목표는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목표도 따져야 한다. ”

“테크놀로지가 불평등 심화시키는 시대가 됐다. 중간층이 없어지고 허드렛일을 하는 직업과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양극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어릴적 환경 차이가 이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좋은 가정환경과 네트워크가 미래를 좌우한다.”

“한국은 통일 이후 경제를 너무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은 동서독간 소득 격차가 남북한보다 훨씬 작았는데도 여전히 동독 출신이 서독 출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탈북자를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정부가 산업정책을 펼 때 배분적 효율성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93학번인 신 교수는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 교수의 가장 아끼는 제자로 꼽힌다. 스탠퍼드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중 사전트 교수를 따라 뉴욕대로 옮겼고 끝까지 그의 지도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현재 재직중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로 옮겼고,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이코노미스트로도 활동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93학번 동기들은 신 교수가 천재였다고 기억하기도 한다.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전미경제학회 현장에서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온혜선 기자
전미경제학회(AEA) 현장에서 만난 신 교수는 짙은 푸른색 점퍼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여행을 다니길 좋아하고,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웃는 얼굴로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을 했지만,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분명히 긋기도 했다.

모든 연구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었고, 불평등 문제나 탈북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

“거시경제학의 여러 주제 중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 인적자본과 노동시장, 불평등 등에도 관심이 많다. 경기가 좋아졌다든지 나빠졌다든지 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거시경제학에서 인기 있는 분야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중장기 경제성장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성장을 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추격자들은 1인당 국민 소득이 선진국, 대표적으로 미국의 80% 수준이 되면 더 이상 추격을 못 한다. 측정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우리는 미국의 10% 수준에서 빠르게 성장해 지금 70%쯤까지 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 아직 답을 드릴 수는 없다.”

- 석사 박사 학위는 스탠퍼드에서 했다. 유학을 가게 된 계기는?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석사학위가 없다. 미국 박사과정은 대부분 석박사 통합과정인데 중간에 석사학위를 받으려면 서류를 한 장 내야 한다. 나는 까먹고 못 냈다. 유학을 간 이유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그냥 유학을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여담으로 부모님께서는 법대를 가기를 원하셨다. 서울대 경제학과 93학번 동기 중 친한 친구들이 미국에 여럿 있다. 미시간 주립대 김규일 교수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전성재 교수, 캔사스시티 연방은행의 도태영 박사 등이다. 다들 떨어져 있어서 이렇게 학회가 있을 때나 얼굴을 볼 수 있다.”

- 유학 생활은 어땠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소한 일에는 운이 없는데 큰 일에는 운이 좋다. 토마스 사전트 교수(2011년 노벨상 수상자)를 지도교수로 만나 뉴욕대까지 함께 간 것이 좋은 예다.

스탠퍼드에서 박사 3년차 때 사전트 교수가 뉴욕대로 옮겼다. 함께 갈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5년 장학금을 보장 받은 상황이어서 따라갈 수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장학금 때문에 조교로 일해야 했고, 사전트 교수를 따라갈 수 없었다.

뉴욕대에서 사전트 교수의 조교를 하면서 그가 안착하는 데 기여를 했고, 이것이 사전트 교수가 나에 대해 많은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뉴욕대는 원래 거시경제학에 강점이 없던 학교다. 2002년 당시 사전트 교수를 비롯한 석학들을 영입하면서 거시 분야를 키우기 시작했다.

나는 기존 뉴욕대 학생들에게 사전트 방식의 학습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사전트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과 공부 모임을 했는데, 숙련된 조교가 곁에 있으니 얼마나 편했겠는가. 거시경제학은 학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법론이 달라 사전트 교수가 안착하려면 이 작업이 꼭 필요했던 상황이다.

사전트 교수는 그게 고마웠는지 각별한 관심을 쏟아줬다. 2년을 뉴욕대에 있었지만 박사학위는 스탠퍼드에서 받았다.”

-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박사학위 논문은 어떤 것인가. 가장 많이 알려진 논문은 무엇인가.

“정부가 재정 지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단기적으로 세금을 걷거나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모두 조세로 충당하는 셈이다. 오늘 발행한 국채는 미래에 세수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사학위 논문은 경기 변동과 현재 국채 총액을 감안해 조세와 국채발행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를 연구한 것이다. 기존 논문과 달랐던 점은 국채를 단순히 조세 부담을 미루는 용도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채는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이를 고려한 것에 의미가 있었다.

가장 인용이 많이 된 논문은 지난 2011년 미국 경제학회지에 게재한 ‘금융시장과 경제발전: 산업 부문 간 금융의존도 차이를 이용한 분석(Finance and Development: A Tale of Two Sectors)’이라는 논문이다.”

- 최근 발표한 논문은 어떤 것이 있나.

“‘수평적, 수직적 양극화와 산업체제 변환(Managing a Polarized Structural Change)’라는 논문이다. 1980년대부터 중위권 소득에 있는 직종의 임금과 고용이 고소득 직업군은 물론 저소득 직업군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대다수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를 수평적 양극화라고 부른다. 같은 시기에, 경영자 또는 관리자가 일반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숫자도 많아지고, 또 소득도 빠르게 늘었다. 이는 수직적 양극화다.

이 논문은 이 모든 현상이 컴퓨터와 기계가 중위권 직종의 노동력을 더 빠르게 대체한 결과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 기술자나 과학자 같은 고소득 직종이나 단순 노동 위주의 가사도우미, 레스토랑 종업원 같은 저소득 직종의 경우 자동화가 어렵다.

반면 물건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물건을 조립하거나,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위권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하는 업무는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쉽다. 사실 그동안 수평적 양극화와 수직적 양극화는 전혀 관계 없는 현상으로 논의가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인이 같았던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논문이다.”

- 금융시장과 정부 정책의 배분적 효율성, 그리고 이것이 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

“똑같은 기계와 똑같은 노동자가 있어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어떤 나라는 생산을 많이 하고 어떤 나라는 잘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 배분적 효율성이 다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자원 배분도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남미를 비교해보자. 한국에는 특별한 기업가와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한 정부가 있었다. 역사를 보면 이들이 비교적 사심 없이 일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기술을 도입할까 뿐만 아니라,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원을 몰아줄까 고민을 했다. 이것이 산업정책이다.

한국은 수출 위주로 산업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성공했다. 수출을 격려하고 수출을 잘 하는 기업에게 자원과 특혜를 몰아줬다. 수출을 잘 하는 데는 물건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 소비자들의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가 수출을 지원해주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선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데 노력을 했다.

남미는 어떻게 했나? 수입 대체에 집중했다. 냉장고가 필요하면 일본에서 수입할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할 기업을 키우자는 식이었다. 그리고 독점 기업을 나라 안에 만들어줬다. 독점이면 좋건 싫건 써야 하니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지 않는다.

이 경우 기술력을 높이는 데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는 데다 독점권을 받을 때 인맥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 결과 같은 돈을 지원 받아도 결과는 나쁘다. 배분적 효율성이 다른 것이다.”

- 수출이 늘고 경제가 성장했지만 한국도 대기업 집중이라는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래서 수출 위주의 산업정책도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한 번 혜택을 주면 그 정책을 없애기가 어렵다.

또 이미 몸집을 키운 특정 기업이 생겨 공정한 경쟁이 안 된다. 진입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법률 체계나 시장 여건이 그렇지가 못하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정답이 없어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다.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이런 논의를 하는 정치경제론에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

- 후발 주자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정부 지원은 잠재적 생산성이 좋은 기업에 가야 하는 것이 첫번재 원칙이다.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고 중소기업은 좋다고 하면 좋은 정책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기업의 잠재적 생산성을 알기 어려우니 그냥 규모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를 키우기 위해 작은 회사에 보조금을 주고 대기업을 규제한다.

이런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부분 작은 회사들은 능력이 없다. 정부 보조금은 능력이 있는데 진입장벽에 막혀있는 회사에 가야 하는데, 이런 회사가 별로 없는 데다 이런 회사를 미리 알아내기도 어렵다.”

- 그럼 작은 회사는 계속 작은 회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래서 배분적 정의(불평등 문제)도 꼭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잘 하는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게 된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생산성만 따지는 것은 동전의 한 면만 보는 것과 같다.

정부 정책의 목표는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도 목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분배와 관련한 정책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총체적인 성장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성장의 경우 데이터를 갖고 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다음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기 쉽다. 어떤 정책을 썼을 때 누가 행복해지고 누가 불행해지는지, 어떻게 중재할 수 있는지는 따지기가 어렵다. 성장 논의만 많고 분배 논의가 적은 이유다.

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자인지는 애덤스미스 이후 많은 경제학자가 다룬 주제지만 모두가 좋아지는 정책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위너가 되고 누군가는 루저가 된다.”

- 미국에서 창업이 더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을 보면 제도가 있고 어느 정도 공평한 운동장이 있다. 이 기업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돈이 몰려간다. 제도를 보면 파산보호법이 잘 만들어져 있는 영향이 크다.

미국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일을 시작했다가 잘못돼도 회사와 개인이 분리돼 있어 창업자의 기본 자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은 창업 한번 잘못하면 집안이 망한다. 개인에게 책임이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서 그런 일이 덜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기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전문성이 있다.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 하루 아침에 한국이 따라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법정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 사기를 치면 사법 책임을 무겁게 물린다.

그럼 우리나라에 이걸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게 정말 어렵다. 미국이 특별한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가 잘 못하고 있다. 그래서 능력 있는 친구들은 결국 다 미국으로 온다. 자본이 있고 실패에 관대하고 인적자원도 많으니 미국으로 오는 것이다.

- 앵거스 디턴 교수가 말하는 불평등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디턴을 비롯해 불평등과 경제성장에 대해 정말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단순한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보자. 불평등이 아예 없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불평등이 극심하면 불화가 심해져 경제성장이 안 된다.

대부분 나라는 중간에 있다. 불평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지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 안에도 불평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작은 불평등이다. 디턴 교수는 더 못 사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무엇이 불평등을 심화하는가.

“테크놀로지(기술)가 한 이유다. 내가 연구하는 인적자원과 관계가 있다. 미국에서도 양극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의 양극화와 다른 논의다. 미국에서는 직업의 양극화를 말한다.

1980년대 돈을 못 벌던 직업부터 잘 벌던 직업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2010년에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면 각 직업의 평균 임금과 전체 고용 분포가 양극화 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80년대에 돈을 많이 못 받던 직업들의 월급이 올랐고 고용이 늘었다. 80년대 돈을 잘 벌던 직업들이 더 잘 벌고, 일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중간에 있던 직업의 경우 소득과 일자리가 모두 줄었다. 대부분 제조업 생산 라인과 관계된 직업이었다. 중국과 같은 나라와의 교역, 기술 발전 등이 영향을 준 것이다.

가장 돈을 못 벌던 직업인 청소부는 대체하기 어렵다. 상위권에 있던 로켓 과학자 같은 직업 역시 대체가 안 된다. 반면 중간층이 하던 반복적인 일은 기계로 대체가 가능하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에 기술이 바뀌는 속도에 비해 인간, 특히 고령자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양극화를 부추긴다. 기술이 진보하면 나이에 따라 이를 따라가는 능력이 다르다. 40대가 넘으면 신기술을 배우길 꺼린다. 예전에는 종신고용 제도가 있어서 못 따라가는 사람들도 데리고 갔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중간이 없고 허드렛일 하는 사람과 수퍼스타로 양극화되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고용과 직장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개인사업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말이다. 미국에 창업붐이 생긴 이유도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 줄어서다.

예를 들어 지금 회사를 다니는 회계사의 경우 나중에는 용역을 받아서 하는 개인사업자로 바뀔 것이다. 회사원이 사업가가 되려면 보다 높은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 작은 회사라도 경영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수퍼스타 쪽으로 가는 것이다.”

- 그런 시대에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수퍼스타는 교육으로 쉽게 만들 수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점점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진다. 오히려 미국에서 요즘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학교 교육 이상으로 어릴 때 성장 과정과 네트워크가 점점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좋은 예로 꼽힌다. 인적 네트워크가 2세, 3세로 이어져 내려간다. 유명한 창업주의 자식들이 많다 보니 어릴 때부터 본 것도 많고 조언을 해줄 부모와 부모의 친구들, 본인의 친구들이 주변에 널렸다.

소득 불평등은 세금으로 바꿀 수 있지만 가족 불평등은 바꾸기 어렵다. 정부가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또다른 것이 교육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살아갈, 이를테면 개인사업자 회계사로 살아가는 방법 같은 것을 가르쳐줄 수는 없다.

미국처럼 기업의 요구가 변하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웬만한 대졸 지식 가지고는 좋은 직장 갖기 힘들다. 기업은 창의적이고 여러 가지를 다 잘하는 인재를 찾는데 이런 인재는 대학 교육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불평등의 근원에 가족이 있고 가족 불평등이 세습될 가능성이 크다. 돈을 물려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똑똑한 아이들도 잘못된 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좋은 기회를 갖기 어렵다. 출발선이 다른 문제다.”

-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대학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미국 상위권 대학은 창업과 관련된 지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대학을 다녔다는 점이다. 좋은 교수에게 배우는 것보다 좋은 동문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중상위층은 엘리트 대학에 들어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간쯤 가는 대학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것을 세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 청소년기 네트워크도 중요한가.

“미국에서는 0~6세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미국도 요즘 조기교육 열풍이 분다. 경제학자로서 말하자면 과학적인 증거는 약하다. 기존 연구들이 적은 샘플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일종의 믿음이다. 종교같은 거다. 특히 진보적인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유전자와 관련 있다는 식의 날 때부터 정해져있다는 논의를 싫어하기도 한다.”

- 통일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통일은 그동안 내가 연구한 것과 상당히 비슷한 프레임을 갖고 있다. 그동안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가 합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나는 남북한 사람들의 차이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탈북자에게 관심이 많다. 보통은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관심이 많지만 나는 이들이 남한에서 적응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이것을 잘 보면 통일 이후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할 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경제체제가 다른 곳에서 살던 2500만명의 사람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어려운 문제다. 독일은 통일 당시 동서독의 소득 격차가 1:3이었다. 북한과 남한의 소득 격차는 1:30이다.

독일 통일 당시 30세 이상이던 동독 사람들은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용접공끼리만 봐도 서독 용접공보다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독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기술 습득이 쉽지 않았고 이른바 소프트 스킬이 부족했다.

음식점 종업원이라면 기분이 나빠도 웃으면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는 것 같은 소프트 스킬은 어린아이에게는 가르칠 수 있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가르치기 어렵다. 한국도 통일이 되면 첫 번째 세대는 힘들 것 같다. 탈북자를 보면 어린데도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사람들이 북한에서든 남한에서든 몰려 살게 될 것이고 네트워크가 약해질 것이다. 유럽에서도 중동 난민 등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가 많다.

다시 독일로 돌아가 보면 동독의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 서독을 따라잡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차이가 있다. 바로 부모님으로부터의 교육이 완전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안에서도 못 사는 지역은 계속 못 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통일하면 빨리 잘 될 것이라는 낙관이 많다.”

- 그런 낙관도 학자들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에서 통일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선뜻 함께 하자고 답하지 못했다. 국책기관은 결과를 빨리 내야 하는데 나는 이 중요한 연구를 좀 더 천천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다른 논문들도 대부분 최소 3년씩은 걸렸다. 사전트 교수도 비슷하다.

공부를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은 기자에게 분석이나 해설을 잘 주지 못한다. 심각하게 연구를 하지 않은 사람이 의견이 강한 경우가 많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도 학문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보다는 그 아랫 급들이 분석을 많이 내놨다.

블로그나 신문에 기고를 많이 하는 교수들도 있는데 전에는 경제학자들이 이런 것을 진정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총장 입장에서는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보다 뉴욕타임스 같은 곳에 나오는 교수가 필요하고 대우해주기 때문이다. 학생을 끌어모으고 학생을 알리는 데는 뉴욕타임스가 더 좋다. 상아탑이 연구 업적만 보던 시대가 언제까지 갈 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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