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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억달러 시장 잡아라… IT 강자들 '스마트홈 표준 전쟁'

  • 정철환 기자

  • 입력 : 2016.01.05 03:04 | 수정 : 2016.01.05 08:09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CES 2016'에서 勢 싸움 예고]

    TV·냉장고·조명 등 기기 간에 서로 소통하게 하는 기술이 핵심… 시장 압도하는 '표준' 없는 상황
    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잡은 OIC… 로열티·기술종속 우려 없어 주목
    퀄컴과 MS가 미는 '올조인'… 세계적 가전업체 200여개 참여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가전제품을 원격 조종하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조명과 난방을 켜고 끈다. 집안의 화재나 누수(漏水), 도둑의 침입 같은 사고를 가전제품이 자동으로 감지해 내 스마트폰에 알려준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집 전체를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사례다. 스마트홈 시장은 올해 690억달러(82조원), 2019년 1115억달러(132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적 IT(정보기술)·가전 기업들의 치열한 세(勢) 싸움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전자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6'이 그 무대다.

    스마트홈 표준을 잡아라

    스마트홈 기술의 핵심은 TV·냉장고·세탁기·조명 같은 다양한 기기가 서로 소통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 간에 협업이 가능하려면 우선 서로 간에 말이 통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마트홈 기기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협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LG, 휘어지는 18인치 OLED 디스플레이 공개
    LG, 휘어지는 18인치 OLED 디스플레이 공개 - LG디스플레이가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6’에서 공개하는 18인치 휘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세계 최초로 곡률(曲率) 반경‘30R’을 구현해 화면이 마치 얇은 책받침처럼 휘어져 있다. 30R은 반지름 30㎜인 원의 휘어진 정도를 뜻한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애플과 구글은 물론 퀄컴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산업의 강자들이 모두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아직 시장을 압도하는 표준 기술이 없는 상황이어서 저마다 이합집산을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기술 방식이 다른 제품끼리는 데이터를 주고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한두 개의 기술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분야에서 퀄컴과 MS가 주도하는 '올조인(Alljoyn)', 인텔과 삼성전자의 'OIC(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 애플의 '홈킷', 구글의 '브릴로·위브' 등 4개 기술이 업계 표준이 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OIC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어 로열티 부담이나 기술 종속의 우려가 적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손잡고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업계 표준 만들기에 나섰다. 이들이 주도하는 OIC 진영에는 지난해 9월 이후 80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했다.

    퀄컴과 MS가 미는 올조인에는 하이얼·소니·LG전자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참여했다. 이 진영에는 2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올조인의 경우 본래 2011년 퀄컴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현재는 외부업체들도 쓸 수 있게 공개됐다.

    향후 5년이 표준 전쟁 승부 가른다

    애플은 아이폰과 애플TV 등으로 각종 IT 기기 및 가전을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 다른 업체들이 이 기술을 따르도록 독려하고 있다. 애플의 승인을 받아야만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애플의 검수를 받아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적지 않은 로열티도 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채택만 되면 6억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애플 제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시장이 크다는 것이 장점이다.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전망. 경쟁하는 4대 스마트홈 기술.
    구글은 애플과 달리 스마트홈의 기반기술인 브릴로와 위브를 다른 제조사에 적극 개방하기로 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무료로 제공해 시장을 석권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자사의 기술 생태계를 인터넷·모바일에서 가전 영역으로 확대해 가려는 시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는 이들 스마트홈 표준 기술이 처음으로 서로 격돌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브릴로·위브와 OIC는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올조인과 홈킷은 각각 2011년과 2014년에 발표됐다. 하지만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스마트홈 기술은 PC나 스마트TV 같은 기기가 가정의 중심축(허브)이 돼서 다른 가전기기를 통제하는 방식에서, 각각의 스마트홈 기기들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필요에 따라 협업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스마트홈 표준 전쟁의 판도는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구글 간의 경쟁에, 이들에게 또다시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기존 가전·하드웨어 기술 기업들의 도전이 더해진 구도다. 주요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각각의 스마트홈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관과 세미나를 마련했다. 삼성·소니 등은 해당 표준에 맞는 제품들을 일제히 선보일 예정이다. 각 스마트홈 기술이 표준이 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무대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파크스 어소시에이츠는 "PC와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표준을 장악한 기업이 전체 산업을 주도했듯, 스마트홈 분야도 어느 진영이 표준을 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향후 5년이 승부를 가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홈 표준 기술

    TV·냉장고·세탁기·조명 등 집 안의 다양한 기기가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서로간에 송·수신하며 협업(協業)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수많은 제조사가 만든 다양한 제품 간에 서로 소통이 되어야 하므로, 기술의 세부적 내용을 약속해 '표준 기술'로 정하고 있다. 애플·구글처럼 선도 업체가 정한 기술을 다른 기업들이 따라가거나, 업체 간에 그룹을 이뤄 서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표준이 다른 제품들끼리는 연동해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반에 표준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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