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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여인' 노소영 관장...아트센터와 '타작마당' 통해 테크놀로지와 아트의 융합, 21세기형 인재 양성 활동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6.01.01 14:27 | 수정 : 2016.01.01 20:26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 계획을 세우고 새 희망을 꿈꿀 때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56)과 부인 노소영(55)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는 혹독한 연말 연시를 맞고 있다.

    최 회장은 사흘 전 ‘가정 불화’, ‘혼외 관계', ‘여섯 살 딸의 존재'를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했다. 하루 뒤에는 최 회장이 2013년 작성한 이혼 소송장이 공개됐다.

    낱낱이 드러나는 재벌가의 사생활을 접한 재계와 국민들은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최 회장과 27년간 부부로 지낸 노 관장 보다 더 충격 받은 사람이 있을까?

    노 관장은 “답답하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12월 31일엔 아버지(노태우 전 대통령)가 근무한 9사단 ‘독서 카페 기증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아들 뻘인 장병들 앞에서 “제 딸도 해군에 근무하시는 것 아시죠”라고 할 때 잠깐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모든 것이 다 지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한 참석자의 전언처럼, 그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서울대 공대 퀸카’로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짧은 대학 생활, 쫒기듯 떠난 미국 유학, 재벌가 장남과의 극적인 만남, 세기의 결혼, 3대 재벌 총수 부인, 두 딸과 아들을 낳은 어머니···.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노소영 관장이 한순간 ‘비운의 재벌 총수 부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2년 9월 서울 장충동 타작마당 개관식에서 노소영 관장(왼쪽)이 개관 의의를 직접 설명했다. /조선일보 DB
    2012년 9월 서울 장충동 타작마당 개관식에서 노소영 관장(왼쪽)이 개관 의의를 직접 설명했다. /조선일보 DB
    SK 그룹 ‘나비 로고’ 관여...아트센터 관장, 디지털 아트, 로봇 혁신의 전파자, 인재 프로젝트 추진

    노 관장은 남편 내조를 미덕으로 여기는 여느 재벌가 부인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자 ‘디지털 아트’를 전파하는 강사로 활동하면서, 로봇과 기술의 미래를 전파하고 21세기형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했다. 최근까지 아트센터 ‘나비’와 ‘타작 마당'에 거의 매일 출근했다.

    노 관장은 2005년 4월 재계 여성들의 봉사 모임인 ‘미래회’의 회장직을 맡았다. 성경 공부를 하던 재계 총수 부인들이 주축이 돼 1999년 결성한 봉사 모임이다.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 부인 안영주씨,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며느리 이수연씨 등 재벌 며느리 또는 총수 부인 20여명이 멤버다.


    나비를 형상화 한 SK그룹 로고
    나비를 형상화 한 SK그룹 로고
    그가 2005년 새로 만든 SK그룹의 ‘나비 로고’ 등 그룹 이미지 변신 작업에 깊이 관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교복, 정유 등 무거운 그룹 이미지를 통신 등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는 노 관장의 소신이 크게 작용했다.

    12월 31일 오후 서울 서린동 SK 본관 2층 아트센터 ‘나비'를 찾았다. 아트센터 한켠의 카페에선 SK그룹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눴다.

    아트센터 ‘나비’의 전시 공간(‘디지털 라이브러리')에는 책장과 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평소 워크숍, 공개 강연, 세미나,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전시회가 활발하게 열리던 공간이지만, 사람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었다.

    전시장 뒷편 사무실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특별 전시도 없었다. 12월 30일 아트센터 나비 홈페이지를 통해 30~31일 휴관이 공지됐다. 최 회장의 편지가 공개된 이튿날 내려진 결정이다.

    ‘나비’는 2000년 개관한 미술관이다. 노 관장의 시어머니인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부인 박계희 여사에게서 물려받은 워커힐 미술관을 개편, 전통 예술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노 관장은 당시로선 생소했던 ‘기술의 인간화'(Humanizing Technology)를 내걸고 과학 기술, 인문학, 예술의 상호 협력과 융합의 매개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IT, 통신, 디지털 기술이 아트와 융합된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의 행복한 결합'을 갈파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잘 알려지기 전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디지털 라이브러리 내부. 12월 31일 휴관했다. /전효진 기자
    아트센터 나비의 디지털 라이브러리 내부. 12월 31일 휴관했다. /전효진 기자
    ‘나비 로고’ 만든 노소영, ‘타작 마당’ 통해 “후회 없이 살겠다" 결심 밝혀

    노 관장은 2012년 또 한번 크게 움직였다. ‘학력, 전공 상관 없이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통섭인재양성소 ‘타작 마당'을 개관했다. 기획, 개관, 운영 모든 것이 노 관장 주도로 이뤄졌다. 그는 공개적으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우겠다"고 했다.

    12월 31일 오후 서울 장충동 ‘타작 마당'도 문을 닫았다. 얼핏 가정집과 다르지 않아 찾기 쉽지 않았다. ‘SKT UX HCI LAB’ 이라 쓰인 작은 푯말 만이 이곳이 ‘타작 마당’임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지상 3층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담 너머 앞 마당에 옹기종기 전시된 장독대들만 보였다.

    ‘타작 마당’에서는 재미난 행사가 자주 열린다. 작년 12월 17일 ‘로봇 파티'가 열렸다.

    인간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로봇부터 적당한 비율로 소맥(소주와 맥주)을 말아 주는 로봇,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로봇, 밴드 로봇 등 50여종의 로봇이 공개됐다.

    “감정 표현을 쉽게 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감성 로봇'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온다. 오늘은 산업용 로봇이 아닌 감성 소통 로봇을 소개하는 자리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로봇들이다.”

    노 관장은 열정적으로 ‘로봇 파티’의 숨겨진 의의를 말했다.

    작년 12월 서울 장충동 ‘타작마당'에서 노소영 나비 관장이 '폭탄주 만드는 로봇'(가운데)과 건배하고 있다. 큰 곰 인형은 대화하는 로봇 '동행'이다./조선일보 DB
    작년 12월 서울 장충동 ‘타작마당'에서 노소영 나비 관장이 '폭탄주 만드는 로봇'(가운데)과 건배하고 있다. 큰 곰 인형은 대화하는 로봇 '동행'이다./조선일보 DB
    “살다 보면 업도 다운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항상 그렇게 살았다. 지나고 보니 가야 할 곳을 가지 않고 주춤거리면 꼭 후회를 했다. 아트센터 나비를 운영하면서, (타작마당 개관을) 염두에 뒀던 것인데, 지금이 적합한 시기라 판단했다."

    노 관장은 2012년 ‘타작 마당’ 개관 무렵, 언론 인터뷰에서 ‘타작 마당'이 오래 전부터 꿈꿨던 사업이며, 후회 없이 살겠다고 했다. 노 관장은 “내 나이가 쉰 살이 넘었다. 앞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쯤 남은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하는 일로만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노 관장은 철학, 문학, 공학 등 전공과 학력을 불문하고 우수 인재를 선발, 매년 5000만원씩 지원할 것이며, ‘타작 마당’을 통섭 연구와 토론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인재를 뽑겠다"는 그의 지론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타작 마당’은 국내 3대 재벌 기업의 연구소이자, 산업 장벽과 인습의 굴레를 벗어난 21세기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기관이다. 노 관장이 자신의 꿈을 펼칠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에선 보고 있다.

    돌이켜 보면, 노 관장이 ‘타작 마당’ 개관 인터뷰에 응한 2012년은 노 관장과 최 회장의 결혼 생활이 파경으로 치닫던 때였다. 혼외 자식을 얻은 최 회장이 이혼장 작성에 들어갔을 때다.

    노 관장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딸’, ‘재벌 총수의 아내’가 아닌 ‘자연인’ 노소영의 꿈과 미래를 위해 살겠다고 했다.

    그의 결심에 국내 3위 재벌 기업 SK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가 ‘회장님과의 불편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지, 그룹 경영과 후계 구도를 어떻게 구상하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만약 그가 이혼을 결심한다면 ‘세기의 이혼 재판' 결과에 따라 정유·통신·반도체 등 SK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권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잡스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차고(garage)를 근거지로 삼아 세계적인 기업 애플을 일궜다. ‘나비 여인’ 노소영 관장이 아트센터 ‘나비’와 디지털 인재 양성소 ‘타작 마당'을 통해 날아 오를까?

    2016년 새해 벽두, 재계와 국민들의 관심은 노소영 관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리고 있다.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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