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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 순환출자 고리 해소해야"

  • 곽창렬 기자
  • 입력 : 2015.12.28 03:04 | 수정 : 2015.12.28 09:03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새 '고리' 3개 생겨
    7300억 상당 주식 6개월내 팔아야… 삼성 "연장 요청"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그룹에 기존보다 강화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를 해소하라고 삼성그룹에 통보했다. 순환출자란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합병 전 삼성그룹에는 총 10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는데, 합병 후에는 7개가 남았다. 이 중 3개는 합병 이전보다 지분이 늘어나는 등 순환출자가 더 강화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9조2에는 합병으로 인해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는 6개월 이내에 해소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 SDI가 보유한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시가 약 7300억원)를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순환출자와 관련된 삼성그룹의 공식 질의에 대한 답변인 셈"이라며 "삼성그룹은 현행법 규정에 따라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규제 강화 후 첫 사례

    순환출자는 대기업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어 규제 대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 출자 금지가 필요하다"며 경제 민주화 정책의 하나로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후 2013년 말 "기존 순환출자 구조는 제외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대기업의 순환출자는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개정안이 적용되는 첫 사례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 정리도
    공정위가 "강화됐다"고 판단한 3개의 순환출자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 SDI→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 ▲통합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통합삼성물산 고리다. 통합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이 보유하던 주식과 함께 옛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식도 물려받는 과정에서, 삼성SDI가 통합삼성물산 지분을 옛 삼성물산 시절보다 500만주 더 보유하게 됐다.

    삼성 "순환출자 해소기간 촉박… 연장 요청할 것"

    삼성그룹은 합병 6개월이 되는 내년 3월 1일 이전에 공정위가 "강화됐다"고 판단한 3개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삼성 SDI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추가 취득하게 된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팔아 순환출자 고리를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삼성물산 주가(지난 24일 현재 주당 14만5500원)를 감안하면, 삼성그룹은 약 73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지분 2.6%에 해당돼 삼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시장에 내다 팔면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블록딜(시간외 주식 대량매매)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따르겠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이 2개월뿐이라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기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공정위 측에 기간 연장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이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해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삼성물산은 내부 지분율(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과 KCC 등 우호 주주 지분이 총 40%에 달한다. 다만, 주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당분간 투자자들의 동요가 있어 삼성물산 주가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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