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환경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는 전제를 강박 관념처럼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해야 하는 곳은 ICT기술과 결합된 인프라를 구축, 고품격 휴양 도시로 거듭나려 합니다. 2030년 제주도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세계적인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탄소 없는 섬)로 거듭날 것입니다.”
12월 18일 만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당당하고 빠른 말투였다. 시종일관 거침이 없었다. 허공을 가르는 그의 손동작은 에너지 혁명을 이끄는 야전 사령관의 손짓을 닮았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소개한 ‘카본 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 비전이 큰 호응을 얻어서 일까? 그는 다소 뜰 뜬 표정이었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젊고 야심 만만한 그의 ‘제주 2030 비젼, 탄소없는 섬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파리에 모인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대표 모델이자, 세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제주 사례를 알렸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제주' 비전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원 지사는 “앞으로 제주도를 달리는 모든 차는 전기차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스마트 그리드 실증 단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 제주도 수천 년 역사에서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이룩하겠다"고 단언했다.
◆ 2030년, 제주도 탄소 배출 제로('0')에 도전
원 지사는 “제주도 도내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 COP21 기조 연설에서 제주도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 사례를 제시했고, 중앙 정부도 전기차·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강력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2020년까지 대중 교통과 렌터카를 중심으로 전체의 40%,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0%를 달성할 것입니다.”
5년 뒤에 제주도 자동차의 40%를 전기차로 바꾸고, 다시 10년 뒤에는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이다.
원 지사는 “전기차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했다.
그는 “충전 인프라 서비스, 마이크로그리드 연계형 모델 등 전기차 후방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제주도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세계 2500개 도시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후 변화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에 국제 사회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직접 느꼈습니다. 제주도는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따라 정보통신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실현 시켜야죠.”
◆ "제주도를 세계 전기차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
원 지사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고려한 주행 거리와 도로 환경을 갖춘 제주도가 전기차 관련 산업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글로벌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이미 2362대의 전기차가 달리고 있다. 전국의 38% 규모다. 또 전국의 44%, 2580기의 충전기가 제주도에 있다.
원 지사는 “작년 3월 제주에서 제 1회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를 개최했다”며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 있을 제2회 엑스포는 국제 전기기술표준 위원회에서 패널을 파견하고, 참가 업체와 참가자 수가 1회 때 보다 2배 이상 많은 73개 업체, 7100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현재 전기차 구매 지원 기금을 신설, 구매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버스, 택시, 렌터카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폐배터리 활용, 전기차 중고시장을 만들고, 전기차, 배터리 인증기관 등 전기차 관련 국제인증 센터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당장 2년 뒤인 2017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과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간 협력 금융 상품을 개발, 보급한다. 전국 최초로 전기차 콜센터(1899-8852)도 운영한다. 고장 수리, 현장 출동 서비스가 한 번에 제공된다.
◆ ICT와 신재생에너지의 융합이 핵심… "'그린 빅뱅' 시대 선도하겠다"
탄소-프리(Free), 에너지 혁명이 현재 기술로 가능할까? 원 지사는 “‘그린 빅뱅' 없이 현재의 기술만 가지고는 다 해결이 안된다”고 했다.
그린 빅뱅이란, 기술간의 융합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모델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ICT기술이 융합된 솔루션을 말한다.
원 지사는 “탄소 없는 섬을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도입을 하겠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적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안정적으로 전력 계통에 연계하고 보급 용량을 확대 시키려면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첨단 기술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와 마을이 함께 마을 재정자립 사업을 추진하고, 향토기업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제주도는 전기차 기반 렌터카·카셰어링 시장을 확대하고, 풍력 발전과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연계한 스마트그리드 플랫폼 구축 전초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제주도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고, 제주도 발전소나 전력망 추가 건설 비용을 줄이면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원 지사는 자신했다.
원 지사는 “제주는 “‘풍력+ESS’ 융합 발전 모델로 전기차 렌터카·카셰어링 시장을 활성화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이익을 기업과 도민과 나누겠다. 2030년에는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90%가 감축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 지사는 제주를 글로벌 대표 ‘스마트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원 지사는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해야 찾는 이가 많아진다.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자연을 지키고, 방문객을 늘리려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스마트 관광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항, 크루즈 항만 시설 확충과 ICT 기반 관광 산업이 더 진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 지사는 “위치기반 서비스(비콘·Beacon) 등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관광 서비스 모델을 만들겠다. 제주 전역에 ‘와이파이 프리존’을 조성, 해외 관광객의 통신비 부담을 확 덜어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