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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만 27년 연구…중국·인도 법인 설립하겠다"

  • 이재은 기자
  • 입력 : 2015.12.17 09:02

    지난 11일 원자현미경을 생산하는 전문 기업인 파크시스템스를 찾았다. 경기도 수원 광교테크노벨리 안쪽에 위치한 한국나노기술원 건물 4층 전체가 파크시스템스 본사다. 4층 공간의 절반은 사무실, 절반은 원자현미경을 제작하는 생산 시설이다. 공장에 들어서자 직원 3~4명이 성인 남성의 키보다 큰 산업용 원자현미경에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장비는 반 쯤 완성된 상태였다. 안내를 하던 직원은 “기기 1대를 만드는 데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연간 100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계측 기기 회사 파크시스템스가 17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제조업체 중에는 아스트에 이어 2번째로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지난 1997년 박상일 대표가 설립한 파크시스템스는 국내 최초로 원자현미경(AFM)을 개발한 기업이다. 원자현미경은 198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처음 개발된 현미경으로, 성인 남성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측정할 수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앞서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원자현미경을 만드는 벤처기업 PSI를 세웠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직 제안을 받았지만 박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창업을 택했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원자현미경 시장 점유율 1위가 목표”라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 제공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원자현미경 시장 점유율 1위가 목표”라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 제공
    당시 박 대표는 미국에서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던 중이었다. 그는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 일본 NTT 등으로부터 원자현미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수요가 있다는 걸 느끼고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차고에서 친구와 단둘이 사업을 차려 원자현미경 상용화에 성공했다. 회사 매출을 130억원까지 키운 후 박 대표는 PSI를 매각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파크시스템스를 설립했다.

    파크시스템스의 사업은 크게 연구용 원자현미경과 산업용 원자현미경으로 나뉜다.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연구용이 40%, 산업용이 42%다. 연구용 원자현미경은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유수 대학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한 각종 연구기관의 나노 과학기술 연구에 사용된다.

    산업용 원자현미경은 적용 범위가 더 넓다. 애플이 만드는 IT 제품의 개발부터 롤렉스 시계와 같은 정밀기계의 품질관리, 반도체 생성공정까지 활용된다. IBM, 애플, 롤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SK 등이 주요 고객이다. 박 대표는 “향후 첨단기기 개발과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원자현미경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의 강점은 17년간 축적해온 원자현미경 관련 원천 기술이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자현미경 관련 국내외 특허만 32개에 달한다. 박 대표는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나노계측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박사 출신의 뛰어난 연구개발 인력도 포진해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부터 27년간 원자현미경 한우물만 판 전문가다.

    파크시스템스의 산업용 현미경. /이재은 기자
    파크시스템스의 산업용 현미경. /이재은 기자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브루커(Bruker)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원자현미경 시장은 여러 원자현미경 업체를 인수한 브루커(Bruker)가 점유율 40~45%로 1위다. 파크시스템스의 전신인 PSI도 브루커가 인수했다. 파크시스템스의 시장 점유율은 약 7~10%로 뒤를 쫓고 있다.

    그는 “실제 제품 품질과 기술력은 파크시스템스가 앞서 있기 때문에 고객사를 확보해 판매를 꾸준히 확대하면 1위 탈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파크시스템스는 해외 영업과 홍보·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운영 중인 현지법인의 영업과 마케팅 인력부터 늘리고 유럽과 중국, 인도에는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원자현미경 시장은 3억5000만달러(약 4100억원) 규모인데, 2020년까지 연간 7.4% 성장해 5억달러(약 5888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그는 “전자현미경 시장은 원자현미경 시장의 10배 규모"라며 "일본 전자현미경 제조업체 JEOL의 경우 전자현미경만으로도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원자현미경 시장이 성장하면 파크시스템스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는 2012년까지 성장을 이어오다가 2013년 처음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는 지난해 15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억8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지난 2년간 반도체 시장이 부진으로 기업들의 수주와 설비 투자가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8억4000만원, 17억4200만원이다.

    파크시스템스는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일반 투자자 공모 청약에서 7.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9000원이었다. 공모자금은 해외 영업망 확충과 연구인력 확보에 사용할 계획이다.

    파크시스템스 직원들이 산업용 장비를 만들고 있다. /이재은 기자
    파크시스템스 직원들이 산업용 장비를 만들고 있다. /이재은 기자
    ◆액면가: 500원

    ◆자본금: 24억5000만원

    ◆주요 주주: 박상일 외 3인(39.3%)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643만1155주의 59.5%인 387만4858주

    ◆주관사(KB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연구용 원자현미경 시장은 다국적 대기업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함.

    회사는 지난 2013~2014년 영업 적자를 기록해 재무 상황이 악화됐음.

    파크시스템스의 주요 고객은 해외 기업과 기관으로, 외환 위험에 노출돼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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