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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프리존' 도입… 드론·무인車, 지역별 전략산업으로

  • 최현묵 기자

  • 입력 : 2015.12.17 03:05

    [14개 시·도별 전략산업 선정 중점 육성키로]

    日, 세계 최초 '드론 택배 도시' 실현 눈앞

    - 日의 '국가전략특구' 벤치마킹
    해당지역 전략산업의 장애물… 덩어리 규제 한방에 철폐
    야당이 줄곧 반대해온 의료·관광분야 대거 포함
    - "의도 좋지만 성공여부 지켜봐야"
    내년 6월 특별법 통과가 관건… 총선 앞두고 지자체 갈등 우려
    '나눠주기식 분산' 경쟁력 저하

    대구의 무인차(無人車), 광주의 에너지신산업 등 전국 14개 시·도별로 정부가 2개의 지역 전략산업을 선정해 중점 육성한다. 이들 전략산업에 대해 모든 규제를 없애주는 '규제 프리존(free zone)' 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16일 내놓은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로 전략산업을 선정해 덩어리 규제를 일시에 철폐하는 '규제 프리존'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한꺼번에 규제를 없애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지자체가 해당 산업과 관련한 규제 철폐를 요청하면, 중앙 정부가 나서서 법 개정 등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특별法 통과가 관건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위해 해당 지역 내 전략산업 추진에 장애물이 되는 업종·입지 관련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해 철폐하기로 했다. 세제(稅制)·재정·금융·인력 등을 집중 지원한다. 강원도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대구·대전에서는 의료법인의 부대(附帶)사업 겸영 등을 허용한다.

    규제 프리존이 적용되는 시도별 전략 산업. 한국 규제 프리존과 일본 국가전략특구 비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대구의 경우 일반도로에서 무인차 운행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 무인차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드론(무인기)을 전략산업으로 지정받은 전남에선 야간·고(高)고도 비행 등 드론 비행에 관한 규제를 없앤다.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부산과 강원도에는 시내 면세점 설치가 추진된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국회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김성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은 "내년 3월까지 지자체로부터 필요한 규제 철폐 건의를 받아 심사·결정한 뒤 내년 6월까지 '규제 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전략산업에 야당이 줄곧 반대해온 의료·관광 분야가 대거 포함된 부분도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법'의 주요 내용을 지역 단위에서 먼저 추진해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며 "지역 전략산업은 전국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야당 소속 시·도지사도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해결사'

    '규제 프리존'은 일본 정부가 2013년 12월 법제화한 '국가전략특구(特區)'를 본뜬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1차 전략특구를 지정하면서 수도인 도쿄권역(圈域)을 포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 등 수도권은 제외했다.

    도쿄권의 경우 건축 규제를 대거 풀어줘 히비야(日比谷) 지구 등에서 초대형 도시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에서 승인된 의약품 기기의 사용을 허용해 애플이 요코하마에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하는 등 규제 혁파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은 또 아베 총리가 전략특구 회의를 직접 주재해 사소한 규제부터 덩어리 규제까지 풀어가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규제 철폐 속도가 빠르다. 아마존의 드론 택배(宅配) 사업이 대표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5일 아마존이 요청한 규제 철폐 건의를 검토한 뒤 한 달여 만인 이달 15일 국가전략특구회의에서 항공법 개정을 지시했다.

    일본 정부는 지바시에서 3년 이내 드론 택배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캐나다·영국에서 드론 택배 실증 시험을 하고 있지만 규제에 묶여 상용화를 못한 상태다. 그런데 '규제 천국(天國)'으로 불리던 일본이 세계 최초의 '드론 택배 도시' 실현에서 최선두에 섰다.

    "지역별 나눠먹기式 추진해선 안 돼"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프리존' 구상에 대해 '의도는 좋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 간에 전략산업 선정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이미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등에서 규제 프리존을 먼저 시작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한 곳에 집중 육성하지 않고 지역별로 나눠주기식으로 분산한 게 경쟁력 강화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례로 현 정부가 지정한 지역 전략산업 가운데 무인차·수소차·친환경차 등 자동차 분야의 경우 충남·광주·울산·대구 등 전국에 흩어져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가적 산업 경쟁력 측면이 아니라 내년 4월 총선 등을 염두에 둔 선심(善心)성 고려나 지역 균형 발전 관점에서 접근해 '나눠먹기식(式)'으로 추진하면 '규제 프리존'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규제 프리존(free zone)

    시·도별로 2개씩 선정한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입지·업종·융복합 등 핵심 규제를 걷어내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 대구에서는 무인차(無人車)의 시내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충북에선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해 주는 방식이다. 중앙 정부는 지역별 전략 산업에 대해 재정·세제·금융을 종합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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