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2016 경제정책] 최경환식 확장기조 지속…"가계부채 등 리스크에 취약"

  • 세종=정원석 기자

  • 입력 : 2015.12.16 13:43 | 수정 : 2015.12.16 15:37

    정부가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추진해왔던 ‘초이(choi) 노믹스’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상GDP(국내총생산) 성장률’ 기반 거시정책운용이라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 경상GDP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저물가를 탈피하겠다는 의도다.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경기부양 쪽으로 더 기울게 하는 장치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방향성도 성장 친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을 목전에 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외 경제 불안요인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적으로 부양을 확대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능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지도에 없던’ 경상 중시 거시정책, 통화정책 부양기조 강화될 듯


    [2016 경제정책] 최경환식 확장기조 지속…"가계부채 등 리스크에 취약"
    최경환 경제부총리(사진)는 취임 일성으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직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살렸고, 올해는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위축된 내수 소비를 회복시켰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제시된 ‘경상GDP 성장률 중시 패러다임’도 지금까지 정부 정책이 선택하지 않았던 ‘지도에 없는 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거시정책을 활용할 때 생산과 투자 등 투입요소가 반영된 실질 GDP 성장률을 활용했다. 경상GDP성장률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수요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여기는 경기부양 정책을 통해 소비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 구상에서도 이런 의도가 보인다. 정부는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국내 SOC(사회간접자본)과 각종 인프라시설 투자를 작년에 비해 10조원 가량 증가시키고,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유가하락 등으로 절감한 비용 6조원 가량을 에너지 인프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재정지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연기금과 공기업 여유자금까지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연기금과 공기업 자금 등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국가 채무부담 논란을 피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해 부양효과를 일으키려는 의도”라면서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나 구조개혁보다는 경기부양에 집중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본격화 할 경우 가계부채 등 리스크 심각해질 듯”

    문제는 이 같은 확장정책이 대내외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이윤정 기자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이윤정 기자
    특히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실시된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올 연말 1200조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완화 시키기 위해 지난 7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지난 16일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을 강화하고 대출자의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가계부채 대응방안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소득에 기반한 여신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효과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싱크탱크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지금은 부동산 경기진작보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집단대출에도 대출자의 소득여력을 반영하는 등 여신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KDI는 지난 9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단기부양에서 리스크 관리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경상GDP성장률 중시 거시정책 패러다임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양 기조에 방향이 맞춰진 경상GDP 중시 정책이 미국 금리인상 이후 한국은행의 신축적인 금리정책 구사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흐름은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으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 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정책 기조와도 상충될 소지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는 15~16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한은 또한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 이후에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이 경우 경상GDP 중시 정책 등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가 금리인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이어 “역사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한은이 금리를 못 올렸거나 내리면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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