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Outlook

[Weekly BIZ] 예술가가 직원 생활을 다큐로 제작했더니 생산 효율 25% 향상… 예술이 경영에 개입하면 놀라운 변화

  • 홍대순 이화여대 교수

  • 입력 : 2015.12.12 03:04

    새 개념의 신제품 개발에서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까지 경영 전반에 혁신 일으키는 효과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제작사 '픽사'는 영업 직원들에게까지 데생을 비롯한 예술 교육을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업이라지만 학교가 아닌 직장에서, 그것도 부지런히 현장을 누벼야 할 영업 직원까지 데생 교육을 시키는 것은 한가한 발상으로 여겨질 법하다. 그러나 픽사의 생각은 다르다.

    데생을 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런 습관이 체화(體化)되면 직원들이 통찰력과 영감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한 제조 업체는 경영 현장에 예술가를 투입했다. 이 예술가는 직원들의 생활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는데,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예술가를 생산라인에 투입하자 직원들의 생산효율성이 25% 향상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임직원들이 예술가와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무심히 지나갔던 '기계 뒤의 사람'(기계를 움직이는 존재만으로 여겨져 잊고 있었던 직원 개개인의 인간성)이라는 존재를 재발견하게 되고, 직원들 간 의사소통이 활성화되면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경영계에선 기업 현장에 예술가, 혹은 예술적 요소를 도입하는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기업 경영에서 예술과 관련되는 부분은 직원 복리 후생 차원의 공연 관람이나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예술가 후원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예술적 개입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예술가가 기업의 전략 수립 단계부터 제조, 판매와 같은 전반적인 기업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예술적 개입이며 장르 역시 음악·미술·무용·연극·영화·문학 등을 총망라한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창조적 충돌(Creative Clash)'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 경영에서 예술적 개입이 나타내는 실제 성과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EU는 경영에서의 예술적 개입이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 개발은 물론, 생산성 제고,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변화, 조직 구성원의 결속력 향상 등 기업 경영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산업경제 시대를 넘어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가득한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것이 보편적인 시대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기업만이 세상을 리드해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예술적 간섭은 이런 창조, 창의의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원천에 '예술' 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된 경영 방식이다. 창의, 혁신의 본질에 철저하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혁신과 창조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술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독특한 재해석을 통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상상하고 표현하는 예술적 사유, 주관적인 통찰, '서로 다름'을 허용하고 그 바탕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예술의 특성과 창조 과정은 기업 혁신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야 하는 덕목이다.

    기업들은 다양한 혁신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기존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열심히 활동해도 성과 창출은 미흡한 악순환 구조에 빠지고, 혁신에서 멀어지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기업이 된다. '그래 더 해보자'고 이것을 또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술가 폴 호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이 수많은 창의, 혁신 관련 활동을 하지만 보통은 창의와 혁신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술적 속성인 '창의와 상상'을 통한 혁신적인 제품 창출, '표현, 공감, 존중' 등의 속성을 통한 조직 구성원 간의 협업, 소통, 동기 제고로 기업 경영에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예술적 개입, 아트 경영을 통해 "와! 예술이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도록 경영하는 기업이 미래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그런 기업이 '격이 다른 기업'으로 칭송될 것이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