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교가 창업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교육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창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을 보면 창업 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

창업 인식과 관련해 오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지난 봄 해외 파견 프로그램에 지원한 사범대와 교육대 학생들과 나눈 대화다. 전공 분야에 제안하고 싶은 창업 아이템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공교육을 담당할 자신들에게 어떻게 사교육 창업 아이디어를 물을 수 있는지를 되물었다. 전공 분야 시장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공교육은 공식적으로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비스 공급자가 정부라는 사실뿐이다. 실제로 공교육 기관이 방과 후 교육과 진로 교육 등을 사교육 기관에 위탁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만이 공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사립학교가 대학 교육의 80%, 고등학교 교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창업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교육 시장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창업 교육의 현실이다.

창업 교육의 부족은 교육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글로벌 창업 분야에서도 학교 교육이 창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창업은 국경을 넘어서서 자원을 조달하고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시도다. 한국에서 개발한 아이디어로 해외에서 창업한 눔(Noom)과 노리(knowRe), 그리고 미국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미미박스(MeMeBox)와 쿠팡(Coupang)이 좋은 사례다. 최근에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공동으로 창업을 하는 ‘크로스 창업’이 주목 받고 있다.

일본어 사용을 금지한다는 사인을 내건 일본의 한 스타트업 행사. 스타트업 산업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우리도 창업과 글로벌 교육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창업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진

그러나 전체 창업 시장을 놓고 보면 글로벌 창업은 부진한 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2%만이 창업 초기에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하며, 실제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경우는 전체 창업 기업의 1.5%에 그친다고 한다. 내국인이 국내 자본으로 국내 시장을 겨냥하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 시장은 곧 포화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글로벌 창업이 부진한 1차적인 이유는 글로벌 창업 교육의 부재와 전공 교육의 경직성에 기인한다. 정부의 창업 정책 초점이 ‘기술 창업’에 맞춰지면서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공대 학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받는 교육은 필수과목 중심의 전공 교육으로 제한돼 있다. 글로벌 창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글로벌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빡빡한 졸업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공대 학생이 교환 학생 프로그램 등의 글로벌 교육에 참여하기는 매우 힘들다.

외국인 유학생 정책도 글로벌 창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 한국을 찾은 유학생의 상당수는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문과 성향의 학생으로, 창업을 한국 유학의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다 해도 같이 협업할 수 있는 내국인 학생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학생은 문화적으로 격리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창업 교육 과정에 해외 교환 프로그램 같은 글로벌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교육과 창업 교육을 융합해야 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해외 대학의 창업 프로그램에 파견하거나 해외 기업의 인턴십을 주선하는 등 대학이 글로벌 창업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역으로 글로벌 교육에 창업 교육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 중심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과제 중 하나로 해외 대학 동료와 같이 창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외국 학생들과 공동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문화를 이해하고 국가 간 공동 이익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외국인 학생의 구성 자체를 창업 중심으로 전환해 '크로스 창업'을 위한 인적 자원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IT 인력을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서 유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도 외국인 학생 유치 프로그램을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처음부터 창업 인재가 될 수 있는 학생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어학 중심의 글로벌 교육에 얽매여 제대로 된 창업 중심의 글로벌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주소다. 포화돼가는 국내 창업 시장과 날로 늘어나는 글로벌 창업 수요를 고려할 때 대학은 글로벌 교육과 창업 교육을 융합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업과 정부가 연계된 외국인 창업 인력을 유치하며, 외국인 학생의 관심을 창업으로 돌리는 교육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창업 인재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