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ㆍ조세

47년 만에 '종교인 과세' 합의…'본회의 투표·2년 유예' 변수

  • 전슬기 기자
  • 입력 : 2015.11.30 17:28 | 수정 : 2015.11.30 17:39

    국회 조세소위 종교인 과세 2018년 시행 합의…본회의 투표 마지막 관문 남아
    2018년 시행은 총선과 대선 뒤…“너무 몸 사리는 것 아니냐” 비판의 목소리도

    국회가 47년째 성역(聖域)으로 머물던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를 2018년부터 시행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다만 종교인 과세가 실제 시행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여야가 시행 시기를 2018년으로 미룬 것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위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했다.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세금이 확정될 예정이다. 세금 부과 시 소득 구간에 따라 필요경비 공제율이 차등 적용된다. 종교인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20∼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 경비율은 연 소득 4000만원 미만은 80%, 4000만∼8000만원은 60%, 8000만∼1억5000만원은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다.

    예를 들어 연소득 1억원의 소득을 가진 종교인은 40%인 4000만원을 필요 경비로 인정 받고, 나머지 6000만원에 한해 과표 기준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 과표 기준에 따른 구체적인 세율은 정부가 시행령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학자금과 식비, 교통비는 실비변상액으로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교인들은 세금을 낼 때 원천징수 여부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종교인들은 종합소득세로 자진 신고하면 된다.

    47년 만에 '종교인 과세' 합의…'본회의 투표·2년 유예' 변수
    조세소위는 아울러 종교계의 세무 조사 우려를 받아들여 방지책을 법에 담았다. 정부가 목사 등 종교인들에 대해서 지급된 장부만 열람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종교계는 그동안 과세가 이뤄질 경우 교회 장부에 대한 세무조사가 빈번할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조세소위는 법에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 시 종교인 소득에 대해서는 종교단체의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에서 종교인 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려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대부분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할 경우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한다. 종교인 과세도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본회의 투표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이례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본회의는 의원 전원이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관 상임위 여야 의원들의 의견과 전체 의원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종교인 과세는 의원들에게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표심(票心)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소관 상임위 의원들이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전격 합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이를 부결시킬 가능성은 있다. 종교인 과세는 오는 12월 2일 본회의에 상정돼 여야 295명 의원들의 투표로 최종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조세소위 소속 여야가 시행 시기를 2018년으로 늦춘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종교인 과세의 시행을 내년으로 잡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 2013년 만든 시행령도 2016년 1월 1일부터 실시하게 돼 있으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도 시행령에 근거해 과세 시행 시기는 내년부터다.

    조세소위는 종교인 과세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인 만큼 준비 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당초 야당에게 3년 유예를 요청했으나, 여야 협상 과정에서 2년 유예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2018년은 총선과 대선이 끝난 후다. 여야가 선거를 고려해 종교인 과세 시기를 늦추는 '몸 사리기'를 했다는 비판이다. 2018년 전에 국회에서 시행시기를 다시 늦추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세소위 야당 간사인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은 "종교인 과세는 반발이 있는 제도인데 시행하는 것에 대해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고 일단 법이 통과된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며 "시행하기로 한 것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또 나오기는 국민적 저항 때문에 어렵다"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47년 만에 '종교인 과세' 합의…'본회의 투표·2년 유예' 변수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