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티켓몬스터, 잡플래닛 등 최근 주목 받는 벤처 기업들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유학생 출신이라는 점이다. 국내 창업 시장에서 유학생의 비교우위는 분명히 존재한다. 외국의 비즈니스를 접한 경험은 국내 인재가 보지 못하는 창업 기회를 포착하는 자산이 되고, 유학생 창업자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외국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물론 유학생 출신 창업자는 국내 시장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핸디캡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창업 시장에 모여드는 쟁쟁한 국내 인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유학생이기에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키워야 한다. 또 선배 유학생이 창업한 기업 사례를 통해 유학생 출신 창업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쿠팡과 티켓몬스터, 잡플래닛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준다.
첫 번째는 선도적인 사업 모델의 중요성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외국 비즈니스 모델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미국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유학생들이 쿠팡과 티켓몬스터를 창업했으며, 잡플래닛은 미국의 직장 리뷰 사이트 글라스도어(Glassdoor)를 벤치마킹했다.

이처럼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창업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을 때 그 분야를 선점함으로써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이점이 된다. 이들이 도입한 사업 모델이 이미 외국에서 검증받은 모델이라는 점에서 창업 리스크 역시 낮출 수 있다.

두 번째 교훈은 해외 자원을 확보하는 데서 기업 경쟁력을 찾는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유학생 창업 기업은 모두 초기에 해외 벤처투자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쿠팡과 잡플래닛은 창업 초기부터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기업 알토스벤처스의 지원을 받았으며, 티켓몬스터 역시 초기에 미국의 인사이트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쿠팡의 경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올해 6월에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해외 투자기관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외국 인재를 활용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팡은 중국과 미국 자회사를 통해 수백 명의 현지 연구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또 기술개발과 상품개발 담당 임원 등 본사의 핵심 인력에도 외국인을 많이 포진시키고 있다. 특히 쿠팡은 다수의 동시통역사를 채용해 외국인 직원의 소통을 돕는 등 외국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문화와 제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세 번째는, 벤처 투자기관의 노하우에 힘입어 시장에서의 경험 부족을 보완한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의 벤처 투자기관도 자금뿐만 아니라 경험 있는 인재를 지원하는 등 창업 기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유학생의 가장 큰 핸디캡인 국내 시장에서의 경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기업과는 차별화되는 기업경영 철학과 방식을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쿠팡과 잡플래닛은 종종 미국 기업 같다는 평을 듣는다. 벤처투자계의 한 지인은 쿠팡의 김범석 대표를 합리적이고 공격적이며 스케일이 큰 기업인이라고 평가하는데,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쿠팡이 지난주 발표한 새로운 운송 시스템 구축 계획에서도 잘 드러난다.

쿠팡은 전국 어디서든 24시간 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017년까지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로켓배송 운전기사 등 최대 4만 명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택배기사 전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한국 기업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노동친화적 인사 정책을 펴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유학생 창업 기업들은 수평적이고 격식 없는 조직문화를 조성해 한국 기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학력, 경력, 연령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며, 능력만 뛰어나면 신입 직원이라도 팀장으로 선임하는 등 철저하게 업무 능력과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한다.

이들 유학생 창업 기업들은 유학생의 미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창업 시장이야말로 유학생이 차별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인재와 유학 인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창업을 우대하는 등 유학생의 국내 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성공적인 유학생 창업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해외에서 교육받고 실무 경험을 쌓은 인재를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력 정책 과제다. 유학생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유학 인재를 창업 시장으로 유도하여 기존 기업과는 다른 기업을 육성하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