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10년 동안 신약 개발에 매진한 결과물이 이번에 발표된 거액의 기술 수출입니다. 아이진도 당뇨망막증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나선 지 이제 10년이 됩니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물이 나타날 겁니다."

아이진은 노인성 질환 치료제를 주로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당뇨망막증, 욕창 같은 허혈(노화로 인체 조직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세포가 손상되는 현상)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주력 분야다.

아이진은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을 노렸지만 한 차례 실패했다. 1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는 기술성평가에서 A등급을 받고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게 됐다.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아이진의 유원일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가양동 아이진 본사에서 만났다.

이달 초 기간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아이진 수요예측에는 454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경쟁률은 408.14대 1로 453개 기관투자자가 공모가(1만35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유원일 아이진 대표.

기관투자자들이 아이진에 관심을 보인 것은 현재 임상2a상이 진행 중인 당뇨망막증 치료제 'EG-Mirotin' 때문이다. 당뇨망막증은 당뇨 때문에 생기는 합병증의 하나인데, 아이진은 비증식성 당뇨망막증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다. 기존에 나온 당뇨망막증 치료제가 황반변성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데 비해 아이진의 치료제는 그보다 더 앞선 단계에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아이진이 개발하는 비증식성 당뇨망막증 치료제는 아직 경쟁업체가 없다"며 "한미약품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한 것처럼 우리도 세계 최초 개발 신약이라는 점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G-Mirotin의 임상2a상 결과는 내년 2분기 정도에 나올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임상2a상이 올해 말 마무리되고 임상 결과 보고서가 나오면 신약 개발 성공 여부도 알 수 있다. 아이진은 임상2상까지만 기술 개발을 하고 그 이후에는 글로벌 제약사에 관련 기술을 수출한다. 유 대표는 "2016년 하반기에는 EG-Mirotin 기술 수출 금액이 매출액에 반영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진은 당뇨망막증 치료제 외에도 여러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욕창 치료제인 'EG-Decorin'은 국내에서 임상2상이 진행 중이고,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EG-HPV'도 개발 중이다. 특히 유 대표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 대표는 "지금 사용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한 번에 200달러씩 모두 세 번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며 "EG-HPV는 백신 접종 비용을 3분의 1로 줄여 비용 부담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아이진은 러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다. 종근당을 통해 국내 출시도 준비 중이다. 유 대표는 "이르면 3~5년 안에 새로운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내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진은 이번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들어오는 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임상이 진행 중인 신약들 외에도 대상포진 백신, 녹농균 백신, 심근허혈재관류 손상 치료제 등의 개발에 1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그동안 2개 연구팀을 운영해왔는데 최근에 연구3팀을 새로 만들어서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을 더 빨리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며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인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소를 확장하고 연구 인력도 계속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진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68대 1이었다. 공모가는 1만3500원이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42억원

◆주요 주주: 유원일 대표(9.7%), 튜브메가트렌드투자조합(5.9%), 조양제 연구소장(5.8%), 부광약품(4.6%), 볼빅(4.2%)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1000만주의 64%인 645만주

◆주관사(NH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초기 비임상 개발 단계를 거쳐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함.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는 고위험 사업. 임상시험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 최종 판매허가 승인을 얻을 확률은 29~32%.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투자비용 회수가 불가능해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음.

신약 개발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면 재무안정성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 더 나아가 자본잠식상태까지 갈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