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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라시아 등 65개국에 인프라 투자… '21세기 실크로드' 一帶一路

  • 홍인기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 입력 : 2015.11.09 03:05

    공단·철도·항만 등 광범위한 투자… 침체된 글로벌 경기 살리는 기회로
    TPP 주축 美의 東進에 맞서 中, '인프라동맹' 西進카드 내놔
    고도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중국… 잉여상품 수출할 새 市場 구축

    홍인기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홍인기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지난달 25~29일 기업인 250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은 네덜란드 왕실의 알렉산더르 국왕 부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한 참여와 지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같은 달 29일과 이달 2~3일 각각 방중(訪中)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과의 경제협력 의지를 천명하며 '일대일로'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유라시아 대륙을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유도하는 구상)와 중국의 '일대일로' 간 연대(連帶) 강화에 합의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러브콜을 보내는 '일대일로'는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 아라타우 소재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처음 등장했고 그해 9월 중국의 국가경제전략으로 공식화됐습니다. 중국 시안을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터키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이탈리아 베니스를 종점으로 하는 육상(一帶)과 중국 서해안을 따라 서태평양과 말라카 해협·인도양을 지나 아덴 만(灣)을 경유해 베니스로 향하는 해상(一路) 두개로 구성돼 있지요.

    유라시아 대규모 투자·개발… 中 '西進 카드'

    올 3월, 중국 국무원은 '실크로드 경제 벨트 및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비전과 행동 지침'을 통해 2017년부터 60여개국 94개 도시에 산업공단, 철도, 항만, 도로, 에너지사업 등과 관련한 광범위한 인프라 투자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 투입되는 자금만 장기적으로 수십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가 지나가는 세계 65개국 정부와 협의를 거치는 공공부문 투자와 민간 투자를 병행하는 '관민(官民) 합작 파트너십(PPP·Public-Private Partnerships)' 방식으로 사업 추진 방침을 밝혔습니다. '일대일로'의 첫 작업으로 올 4월 20일, 시진핑 주석은 파키스탄을 찾아가 민영수력발전소와 서부 지역의 청정에너지 설비투자에 합의했습니다.

    중국 '일대일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일대일로'는 글로벌 경기(景氣)가 수년 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는 마당에 대규모 인프라 개발·투자로 고용 증진과 상당한 경제적 부가 가치 창출을 낳는 매력적인 해법으로 주목됩니다. 이미 시장이 완전 포화 상태에 이른 유럽 국가들로서는 중앙아 등 개발을 통해 경제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몇 개 주목할 측면도 있습니다. 먼저 '일대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아시아 중시(重視), 즉 동진(東進)에 맞서는 중국의 '서진(西進) 카드'입니다. 러시아와 중앙아, 유럽 등을 잇는 친(親)중국 세력권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일부에선 인프라 투자를 매개로 한 '인프라 동맹' 등장을 점치기도 합니다. 중국이 최근 영국 주도의 EBRD(유럽부흥개발은행)에 자진 출자 형식의 회원 가입을 신청했고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 기간에 영국이 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등 이미 이런 움직임은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中의 '꿈'… 자금 조달, 중·러 갈등 등 숙제

    '일대일로'는 중국 국내 석유 매장량의 22%, 석탄의 40%가 매장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개발과 중앙아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겨냥합니다. 신장자치구에는 중국의 10대 석유기지 중 4개가 자리 잡고 있고 '카자흐스탄~차이나오일 파이프라인'과 '중앙아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도 신장자치구의 핵심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툭하면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터지는 이곳에서 경제개발을 통해 친(親)중국화, 즉 정치적 안정을 꾀하는 것이지요. 이미 2000년 18억달러 정도이던 중국과 중앙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교역액은 2013년 50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러시아의 이 지역 영향력이 줄고 있는 틈을 헤집고 중국이 맹주(盟主)로 뜨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독일·네덜란드·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최근 잇달아 중국의‘일대일로’전략에 대한 참여와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AP 뉴시스
    마지막으로 고도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중국이 성장률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중국으로선 과잉설비에 따른 잉여상품을 수출할 만한 신시장이 절실한데 그 해결책이 일대일로 인접 국가입니다. 고속도로·철도·항만·주택·산업 단지·에너지 수송시설 같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과잉설비 문제는 물론 성장률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련 국가 대부분이 권위주의 정권이며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 다툼이 예상되고, 방대한 자금 조달이 만만찮다는 점 등은 '일대일로'의 앞날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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