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황 뚫은 '名品 리조트' 전략… 中자본도 반했네

  • 유하룡 기자

  • 입력 : 2015.11.09 03:05

    [에머슨퍼시픽, 1년새 영업이익 10배… 고속질주 비결은]

    중국 최대 민간투자사가 1800억원 넘게 '깜짝 투자'

    설계만 3년 넘게 공들이고 전용 해변·개인 풀장 등 부유층 겨냥 차별화 시도
    20억 분양해도 90% 팔려

    이만규 대표
    이만규 대표
    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에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67위인 에머슨퍼시픽이 '중국판 JP모건'으로 불리는 중국 최대 민간 투자 회사인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약칭 중민투)의 자회사인 중민국제자본유한공사로부터 1806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는 것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투자 주체인 중민투는 쑤닝전기·화룬그룹 등 59개 민영 기업이 주주(株主)로 참여하는 중국 최대 민간 투자기업이라는 사실이었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

    작년 5월 상하이에서 출범한 중민투는 등록 자본금이 500억위안(약 8조8000억원)에 달하고 부동산·금융·항공·태양광 등의 분야에서 7개 자(子)회사를 두고 있다. 중민국제자본유한공사는 북미, 유럽을 비롯해 홍콩·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중민투의 한국 기업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IT(정보통신) 등 첨단 기술 업종이 아닌 리조트 전문 개발 기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중국 자금을 투자받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중민투는 에머슨퍼시픽 지분 33.4%를 취득해 이만규 대표 등 기존 최대 주주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최대 주주 보유 주식 수와는 1주 차이만 나지만 경영권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머슨퍼시픽 기존 경영진은 아난티 브랜드의 발전과 부동산 개발·운영에 집중하고, 중민투는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화권 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에 합의한 것이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풀하우스 내부.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풀하우스 내부.
    이번 투자 유치는 에머슨퍼시픽이 먼저 제안해 6개월여의 협상 끝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에머슨퍼시픽이 한국에서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개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독자 브랜드인 '아난티'가 중국 및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名品 리조트로 성공

    중민투의 에머슨퍼시픽 투자 결정은 높은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에머슨퍼시픽의 올 상반기 매출(486억원)액은 작년 상반기(151억원) 대비 221% 정도 늘었다. 영업이익(197억원)은 10배 가까이 커졌고, 영업이익률은 40%를 넘는다. 올 1월 2일 1만2400원이던 주가(株價)는 지난 6일 4만7800원으로 뛰어 연초 대비 상승률이 285%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가 내년에 완공돼 본격 운영되면 연 매출액이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고급 리조트 시장이 커지고 있어 회사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머슨퍼시픽의 주력 상품은 고급 프리미엄 리조트다. 국내 저가 콘도와 대중형 리조트는 회원권 분양에 실패해 대부분 적자인 반면 에머슨퍼시픽은 하이엔드(high-end) 마켓 공략으로 차별화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이달 말 오픈할 경기 가평의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은 한 채당 분양 가격이 20억원을 넘지만 90% 넘게 팔렸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도 6개월여 만에 분양률이 60%에 달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비싸도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가치'를 제공해 명품(名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설계에만 3년 넘게 공을 들였다. 인테리어·조경·조명 같은 세부 사항도 세계 최고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아난티펜트하우스 해운대의 경우 길이 1㎞의 전용 해변에다 모든 객실 테라스에 개인 풀장을 갖춘다. 중민투는 에머슨퍼시픽의 '프리미엄 리조트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만규 대표는 "이번 유상 증자를 기반으로 수도권과 제주·강원 등 3곳에 펜트하우스 체인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중국 고급 리조트 사업에 곧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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