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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藥 대박 꿈꾸는 '제2 한미약품' 어디일까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 2015.11.09 03:05

    상반기 R&D 투자 대폭 늘린 종근당의 비만 억제 신약과 LG생명과학 혼합 백신 주목
    동아에스티도 천연신약 개발

    바이로메드·셀트리온 등 바이오 업체들도 유망

    한미약품이 118년 한국 제약산업 역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4조8000억원대의 신약(新藥)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성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과연 제2, 제3의 한미약품은 어디가 될까.

    '무모한 R&D 투자'가 성공 비결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매출의 5분의 1을 R&D에 투자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6분의 1로 내려앉았는데도 R&D 투자를 계속한 '뚝심'이 대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점에서 종근당의 행보가 눈에 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38%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매출의 14.2%인 409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년 대비 102억원이 늘었다. 종근당은 항암제를 개발하던 중 이 약에서 비만 억제 효과를 발견해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이 약은 2011년 미국 한 제약연구저널이 선정한 '글로벌 100대 혁신적 신약'에 들어갔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 현황
    /동아에스티 제공
    매출에서 R&D 비중이 높기로는 LG생명과학도 유명하다. 올 상반기 매출의 20.5%를 R&D에 투자했다. LG생명과학은 B형간염과 뇌수막염 등 5가지 질병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해외에서 임상시험의 최종 단계인 3상을 끝내고 판매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옛 동아제약의 전문의약품 사업을 떼내 설립한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수퍼박테리아용 항생체 '시벡스트로'가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2003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에 이어 국내 제약사로는 두 번째 FDA 승인이다. 동아에스티의 당뇨 합병증 치료제는 천연물 신약 물질로는 국내 최초로 미 FDA 마지막 임상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1주일에 한 번만 붙이면 되는 패치 형태의 치매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복제약 시장도 가능성 커

    바이오 업체들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업체 제넥신도 한미약품처럼 약효 지속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미국에서 두 가지 종류의 유전자 치료 신약을 환자에게 시험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새로운 원리의 항체 신약을 개발 중이다.

    상반기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 현황
    신약이 아니어도 세계시장에서 통할 방법이 있다. 바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 등 연간 10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고가(高價) 바이오 의약품들의 특허가 올해부터 잇따라 만료된다.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제약사가 동일한 효능의 복제약을 싸게 만들어 대량 공급할 수 있다. 2011년 2억달러 규모이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0년 173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2012년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램시마'의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유럽에서도 시판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미 FDA 승인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유방암 치료제의 복제약도 개발,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관절염 치료제의 복제약 2종에 대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도 호재

    글로벌 제약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호재(好材)다. 지난해 미국 터프츠 약물 개발 연구소는 제약사가 약 하나를 시판하기까지 평균 25억6000만달러가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1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신약 허가 건수는 정체 또는 감소 추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 원칙을 버리고 중소형 제약사나 벤처업체가 개발 중인 약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연매출 42조원의 사노피가 매출 5820억원의 한미약품이 개발한 약을 도입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의약품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환부(患部)만 공격하는 등 안전성이 뛰어난 바이오의약품도 선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로 화학합성 의약품에 집중했기 때문에 바이오 부문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연물 신약도 틈새시장이다. 성상현 서울대 약대 부학장은 "한의학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가 천연물 신약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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