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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나스닥시장 노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 노자운 기자

  • 입력 : 2015.11.08 10:25 | 수정 : 2015.11.08 16:18

    삼성그룹의 바이오 부문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단숨에 바이오 분야의 대표주가 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 대신 나스닥시장 상장을 검토하는 이유는 뭘까.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성분을 실험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안에 15만리터(L) 규모의 공장을 착공해 2020년까지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지호 기자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성분을 실험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안에 15만리터(L) 규모의 공장을 착공해 2020년까지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지호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예상 시가총액 10조~20조원?

    국내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시가총액이 약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에 대한 공식적인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없다. 아직 영업이익이 나오고 있지 않은 만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토대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기존 공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을 추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한 가지는 미래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바이오·제약주 평균 PER을 대입해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51.3%) 가치를 추정한 뒤, 전체 시가총액을 역산한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0년 7000억원 이상의 연결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 현재 국내 바이오·제약주의 평균 PER은 약 30~40배에 달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역산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13조5000억원이 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지분 가치를 10조원으로 보기도 한다”며 “시가총액을 20조원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을 토대로 추산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넘나든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장외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당 1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전체 주식 수가 2036만6649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가총액 전망치는 20조원이 넘는다.

    ◆ “국내 증시서 공모 자금 조달 어렵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현재 국내 증시가 공모 자금을 조달할 만한 규모가 안 된다는 이유로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조원이라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공모 규모는 약 1조7500억~2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비상장사가 기업 공개를 할 때는 주식 가치를 어느 정도 할인해서 공모 시장에 내놓는다. 예상 시가총액 10조원에 할인율을 비교적 높은 수준인 30%라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7조원이 나온다. 이 중 공모주 비중이 25~30%라고 가정한다면, 공모 규모는 1조7500억~2조1000억원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시가총액이 20조원이라고 가정하고 할인율 30%, 공모주 비중 30%를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예상 공모 금액은 최대 4조2000억원이 된다.

    공모주 비중 예상치(25~30%)는 코스닥시장 상장 조건에서 나왔다. 현행 상장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가 500명이 넘고 소액주주 지분율이 25%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전체 상장 주식의 25% 이상을 공모주로 내놓아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는 삼성물산(51.04%), 삼성전자(46.79%), 미국 제약사 퀀타일즈(Quintiles, 2.95%)로 소액주주 지분이 거의 없다. 따라서 공모주 비중이 전체 상장 주식의 25%가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측은 국내 주식 시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 물량을 받아낼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상장할 당시 공모 규모가 4조8881억원에 달했는데, 20조원에 가까운 시중 자금(청약 증거금)이 몰린 바 있다.

    ◆ “바이오·제약 대표株 놓칠 수 있어”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시장 대신 나스닥시장 상장을 택할 경우 국내 증권 업계가 바이오·제약주를 대표할‘대어(大魚)’를 놓치게 된다고 말한다.

    현재 코스닥시장 대표주인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바이오· 대표주의 시가총액은 10조1790억원(한미사이언스)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이라면 이들을 제치게 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증시에 상장될 경우 다른 바이오·제약주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바이오·제약주가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등락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도주가 업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5일 한미약품이 5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제약주들이 동반 상승 마감했다. 이 중 펩트론은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28% 올랐다.

    더군다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0.3%를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시장 상장을 확정지은 상태다. 지난해 말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발표한 뒤 올해 8월에는 골드만삭스와 씨티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모간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공동 자문사로 선정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마저 국내 증시를 두고 해외에 상장된다면, 이후 다른 바이오·제약 업체들도 줄줄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따라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 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개인 주주로서의 권리를 더 중요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시장에 상장된다면, 그룹측에서 회사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기 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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