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르포]⑤ "금수저들의 돈 잔치"…협력업체들이 본 ‘대우조선 사태’

입력 2015.11.04 10:44 | 수정 2015.11.09 09:22

“거제공화국 대우조선해양. 금수저들의 돈 잔치죠. 우리 같은 흙수저들이 감히…”

429만㎡(130만평)나 되는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6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한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5만명, ‘직영’으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정직원들이 1만3000명가량 된다.

11월 3일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중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와 협력사 임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6만명 가까운 직원들이 모여 ‘대우조선 해양 살리기’ 토론회를 연다는 것.

‘옥포 사람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상전과 하인들이 모여 할 말이 뭐 있겠나”는 식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5조원 지원, 노조의 ‘임금 동결, 파업 중단’ 약속 등에 대한 협력업체 직원들의 시각은 어떨까? 처음 만난 그들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쳤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말한 게 알려지면 죽는다.”

하지만 오랜 설득 끝에 조금씩 입을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직영이면 거제에서 안 되는 일이 없죠. 직원 명찰만 보고도 술집들이 외상 줄 정도.”

한 협력업체 직원은 “작업복에 ‘실업’이란 글귀를 새긴 우리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잘리면 ‘호상’이냐 ‘객사’냐고 묻습니다. 챙길 만큼 챙겨 나온 사람은 ‘호상’, 그럴 시간도 없이 나온 사람은 ‘객사.’”

협력업체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직영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왜 저기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이들은 박탈감, 상실감이 강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7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출근하기 위해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걸어가고 있다. ‘직영’으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정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은 같은 작업복을 입는다. 다만, 이들 가슴에 붙어 있는 명찰이 직영과 협력업체 직원을 구분 짓는다./조지원 기자
협력업체의 한 대표는 “직영은 일을 안 해도 월급을 받는다. 우린 일 많이 해도 못 받을 수 있다. 종류가 다른 사람들”이라고 했다.

“휴일 반납하고, 야근 밥 먹듯이 해도, 직영 월급의 반도 못 받는다.”

턱에 붙은 반창고, 굳은살 박힌 손가락 끝에 까만 때.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B(30)씨는 “얼마 전까지 직영들이 ‘너 말고도 일 할 사람 많다’고 했다. 우리는 소모품이다. 개00란 말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직영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현장 책임을 맡고 있는 대리가 밤 11시쯤 술자리로 불렀다. 도착했을 때는 술자리가 끝나 있었다. 계산만 하고 왔다. 다 알지 않느냐. 이런 것은 갑질 축에도 못 든다.”

“직영 부장들이 나가면 협력 업체 차린다. 그들이 우선권을 갖고 다 쓸어 간다. 죄의식이 없다.”

“몇몇 부장들이 식당이나 주점 지분에 투자해서 1억, 2억 번다는 말도 있다. 월급은 용돈이란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직원 훈련 받은 사람 중 몇몇을 뽑는다. 직영 시켜 달라고 3000만원 들고 갔다가 5000만원에 밀렸다는 말도 들었다.”

3조원 넘는 손실이 드러난 올해 7월 이후 작업 군기가 세졌다고 했다. C(45)씨는 “시간 관리가 엄격해졌다. 이동 시간부터 화장실 가는 것도 통제하려 든다. 요즘엔 휴대전화도 아예 못 쓰게 한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 한 조선소 직업소개소 사무실 문이 잠겨 있다. /조지원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5조 지원’, ‘3000명 감원’ 계획도 남 얘기라고 했다.

“협력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해양 플랜트 저가 수주가 시작된 3~4년 전부터 돈 못 받아 문 닫는 업체들이 마구 생겼다. 해마다 20~30개 업체가 문을 닫았는데, 지금 와서 ‘까고 도와 달라’고 한다. 어차피 그들만의 잔치”라고 했다.

협력업체 대표 이모(54)씨는 정부 지원에 대해 불신이 가득했다.

부장 한 명에 차장 두 명이 있어야 조직이 정상이 아닌가? 옥포에는 부장 두 명에 차장이 한 명이다. 30년~35년 차가 너무 많다. 잘라도 된다.”

협력업체 사람들은 그래도 정부 지원이 아쉽다고 했다.

“가진 돈이 많은 협력업체 사장들은 자기 돈 써가며 한두 달은 버티겠지만, 지금 상태라면 다 문 닫을 수밖에 없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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