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이노베이션] ICT 무장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자 세계로"

조선비즈
  • 임솔 기자
    입력 2015.10.30 09:33 | 수정 2015.10.31 14:17

    작게…가볍게…편리하게…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과 융합
    국경 넘어 해외 진출 늘어

    “2012년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만삭의 임신부가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실려 왔는데, 응급실에 초음파 기기가 없어 태아 상태를 알 수 없었어요.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임신부와 태아 모두 숨졌습니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 개발에 매달리게 된 계기입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인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는 2001년 공대를 졸업한 뒤 의사의 꿈을 안고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졸업 후 의사로 일하던 중 응급실에서 겪은 임신부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고 병원을 그만뒀다. 그는 다시 공학도의 길을 걷기로 했다.

    류 대표는 “응급실이나 구급차에서 임신부와 태아의 상태를 바로 확인했다면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며 “병원을 그만둔 이후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초음파 기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힐세리온을 설립하고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해 초음파 개발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는 공학도와 의사의 경험을 살려 2년에 걸친 연구개발(R&D) 끝에 지난해 2월 휴대용 초음파 ‘소논(SONON)’을 개발했다.

    ◇ICT와 융합으로 거듭나는 헬스케어 산업


    힐세리온은 의사가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환자를 검사할 수 있는 초음파 기기를 개발했다. 스마트폰 크기의 휴대용 초음파 기기는 무게도 400g 이내로 가볍다. /힐세리온 제공
    보통 초음파 기기는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에 무게도 많이 나가 이동이 불편하다. 소논은 스마트폰 크기에 무게도 400g 이내로 가볍고 무선으로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다. 의사가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소논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초음파 영상을 볼 수도 있다. 가격은 이전 장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소논은 의료진의 호평을 받아 지난해 국내에서 3억원 가량 팔렸다. 올들어 이달까지 매출은 15억원으로 급증했다. 힐세리온은 소논의 제품력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털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달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소논의 판매 허가도 받았다.

    류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첫번째 목표 시장은 병원의 초음파 보급률이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베트남이다. 이후 최대 초음파 기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초음파 보급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청진기 대신 무선 초음파를 갖게 하겠다”며 “초음파 보급률이 1% 오를 때마다 임신부와 태아 사망률을 1%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이 열쇠다

    건강관리 서비스기업 눔은 한국 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하다. 정세주 눔 대표는 2006년 창업 당시부터 한국 보다 미국 시장에 주력했다. 정 대표는 2011년 미국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운동량과 식사 습관을 관리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눔은 제품을 출시한 지 5년만에 미국인 3500만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눔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동량과 식사습관을 관리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만 3500만명이 이 앱을 다운받을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가 많다. /눔 제공
    정 대표는 지난해 6월 애플의 건강관리 플랫폼인 헬스키트(HealthKit) 사업부에서 파트너십을 맺자고 요청한 것을 거절해 의료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정 대표는 이제 막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에 비해 5년간 꾸준히 고객을 확보해온 눔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눔은 아테나, 알리안츠 등 대형 보험회사와 공동으로 질병 예방을 위한 보험 상품도 만들었다. 눔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에 기록된 운동량과 식사습관을 토대로 상담하는 집중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질병 발생으로 생기는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 눔은 일반 고객 외에도 기업 간 거래(B2B)의 수익모델도 확보했다. 눔은 미국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올해 8월부터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도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5년 전 미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매일 3000명이 넘는 미국인이 눔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며 “이미 축적한 3500만명의 건강 정보를 활용해 전 세계인의 개별 특성에 맞춘 건강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화 시장을 노려라

    한국의 혈액진단기업 BBB는 지난해 혈액 한 방울로 30초만에 말라리아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기기 ‘엘리마크’를 개발했다.

    BBB는 혈액 한 방울로 30초안에 말라리아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내년까지 말라리아 사망자가 많은 아프리카 가나지역에 10만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BBB제공
    보통 말라리아의 경우 의사가 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해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의료진과 진단기기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 진단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말라리아 사망자 약58만명의 90%가 가나를 비롯한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했다.

    BBB는 지난달 미국 하버드의대와 협력해 내년까지 아프리카 가나 지역에 제품 10만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최재규 BBB대표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분석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벤처캐피털은 590개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에 약 50억달러(5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전체 스타트업 기업 투자의 40%가 넘는 수준이다. 최근 5년 이내 창업한 한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 수는 300여개다.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아직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세계 시장 8000조원의 1.3%인 100조원에 불과하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 전 세계인의 건강을 지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산업(Healthcare Industry)ong>
    사람의 건강을 돌보는 모든 주체와 서비스를 말한다. 병원, 제약, 의료기기, 생명공학, 건강보험 등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상품ㆍ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사회 경제 분야를 포함한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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