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준을 재설정(reset)한 20대 신소비자 그룹
금융위기 영향으로 보수적 사고...디지털 정보 탐색 능력 보유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미래 신(新)소비자들은 누구일까. 답은 ‘리셋 세대(Reset Generation)’다. ‘리셋 세대’는 삶의 기준이 이전 세대와 달리 ‘재설정(Reset)’됐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1986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나 새천년인 21세기에 소비를 시작한 세대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라고도 불린다.
조선비즈가 15일 단독 입수한 삼성전자의 소비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글로벌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리셋 세대’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들을 “미래 소비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최초의 세대”로 표현했다. 역사상 가장 IT기술 이해도가 높은 집단으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으로 불린다. 디지털 시대에 성장해 기술을 통해 독립심과 경쟁력을 키웠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겪었다. 리셋 세대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보수적이면서도 디지털 기기들 활용해 모든 정보를 꼼꼼히 따진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미국∙중국∙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 등 19개국 1만명의 리셋 세대를 설문 조사한 뒤 작성됐다.
◆금융위기 트라우마가 리셋의 원인
리셋 세대의 실용적∙보수적 심리∙행동 양식엔 금융위기가 큰 작용을 했다. 85%는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 침체 때문에 우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54%는 돈이 없어 휴학하거나 실직한 적이 있었다.
94%의 리셋 세대가 직업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 중 51%는 경제위기 이전보다 그 정도가 심해졌다고 답했다. 그들 중 52%는 공과금 등 월 생활비에 대해 걱정했다. 두번째 근심거리는 건강에 들어가는 비용(44%)이었다.
19%의 리셋 세대가 미래에 대해 ‘심각한 걱정’을 드러낸 가운데 이탈리아와 헝가리의 비율은 44%, 39%로 가장 높았다.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리셋 세대 중 54%는 실직 상태였다. 반면 네덜란드∙호주의 리셋 세대는 6%∙10%만이 미래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경기 침체 속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리셋세대가 늘었다. 미국은 1000명당 출산율이 2007년 14.3명에서 2009년 13.5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1000명당 결혼자 수도 7.3명에서 6.8명으로 감소했다.
부모 의존도는 높았다. 52%는 부모와 동거했다. 가족 중심적인 스페인∙이탈리아∙멕시코∙아르헨티나 등에선 이 비율이 70%를 넘겼다. 정규직이어도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는 43%였다. 반면 가계 경제 기여도는 낮았다. 가계 보탬 없이 기거하는 비중이 48%였다.
부모들은 여러 방법으로 이런 자식들을 부양하고 있었다. 리셋 세대의 3분의 2는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비상시에 자신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절반이 채무 상환에 부모의 도움을 받길 원했다. 실제 부모가 학자금 대출을 갚은 경우는 32%, 집 마련에 돈을 보태준 경우는 30%에 달했다.
◆젊은 육체에 성숙된 정신으로 리셋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리셋 세대들로 하여금 삶을 진지하게 보게 만들었다. ‘생활의 변화에 욕구를 희생하겠다’는 비율이 65%였다. 3분의 1이 절약하기 위해 소비를 줄인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명품(46%)∙최신기술제품(39%)∙영화(37%)∙외식(36%) 순으로 소비를 줄였다.
이 세대에게 성공∙행복의 정의는 이전 세대들과 달랐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덕목’을 묻는 질문에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꼽은 비율이 67%에 달했다. ‘건강’을 선택한 비율은 58%, ‘사랑과 로맨스’는 47%였다. 반면, 명품 옷(11%)∙비싼 차(14%)는 중요도가 떨어졌다.
이는 과거엔 위험을 회피하는 노년층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리셋 세대들이 존경하는 인물로는 빌게이츠, 안젤리나 졸리, 오프라 윈프리 등 공익에 기여하는 인물들이었다.
◆보수적 사고에 디지털로 무장한 신(新)소비자…"기업들 쌍방향 소통 강화해야"
디지털 기술은 리셋 세대 생활의 일부다. 71%가 MP3 플레이어를, 65%가 노트북을, 46%가 집안에서 브로드밴드를 사용한다. 88%가 소셜네트웍스서비스(SNS)를 쓰고 74%가 인터넷 토론장에 글을 올리며 63%가 블로그에 적극적이다. 이는 어느 세대보다 가장 까다롭고 힘있는 소비자 그룹이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정보에 대한 욕구가 크다. 34%가 SNS로, 43%가 품평사이트를 이용해 물건을 사기 전 모든 조사를 마친다. ‘디지털 원주민’답게 자신들도 브랜드 가치 형성에 직접 참여하길 원한다. 상품에 대해 긍정∙부정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비중은 80%를 넘었다. 이들은 구매시 가격 대비 성능(63%)∙신뢰성(56%)∙혁신(36%)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쌍방향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세대 상품 구상에 리셋 세대를 참여시키고, 특별한 브랜드 이벤트에 초대하는 식이다. 또한 리셋 세대들은 외형을 통한 과시보다 재미와 느낌에 중심을 두므로 상품의 효율성과 브랜드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내 브랜드 관리자에 힘을 실어 SNS로 활발한 소통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