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희한한 연구를 많이 한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차부터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과 포도당 감지 렌즈, 배달용 드론까지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이런 연구는 달 탐사 만큼 어렵다는 뜻에서 ‘문샷(Moonshot) 프로젝트’라고 불리며 전 세계 기술자들을 열광시켜왔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의 손실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구글 문샷 프로젝트의 연간 손실액은 최소 5억달러(약5919억5000만원)에서 최대 40억달러(약4조7300억원)에 이른다. 이익에 민감한 월가는 구글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문샷 프로젝트를 지목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런 저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묘한 한 수가 바로 구글이 현재 추진 중인 지주회사 알파벳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무인자동차

◆ 드러나지 않는 문샷 프로젝트 손실

구글의 문샷 프로젝트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프로젝트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문샷 프로젝트 중 알짜는 온도조절기 업체 네스트(Nest)와 보안카메라 업체 드롭캠(Dropcam)다. 월가는 두 기업의 올해 매출이 3억6800만달러(약4343억1300만원)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두 회사 정도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에버코어(Evercore)는 “장기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구글 비밀연구소인 ‘구글X’의 올해 운영 손실은 9억900만달러(약1조728억원)에 달하는 데 매출은 1000만달러(약118억200만원)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구글의 문샷 프로그램과 인터넷에 기반하지 않은 다른 사업의 연간 손실 규모가 40억달러(약4조73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거대한 손실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구글의 막대한 검색 광고 매출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 지주회사 알파벳 효과는

지난 8월 10일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구글을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 안을 발표했다.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아래에 다수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알파벳의 자회사는 구글(검색광고, 안드로이드 등), 캘리코(수명 연구소), 캐피털(투자회사), 라이프사이언스(생체콘택트렌즈개발), 사이드워크랩스(도시건설업체), 네스트(온도조절장치), X랩(무인자동차 등) 등이다.

구글 공동창업자(CEO)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사장, 루스 포랏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알파벳의 CEO, 사장, CFO로 고스란히 자리를 옮긴다. 순다르 피차이가 구글 CEO를 맡았다.

FT는 구글이 설립할 알파벳이 문샷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고도의 한 수라고 봤다. 문샷 프로젝트들이 알파벳이라는 우산 속에 있으면, 이익을 내라는 월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을 통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당장 돈은 되지 않지만, 미래에 높은 가치를 가져올 회사를 알파벳을 통해 인수하는 것이다. 앞으로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알파벳에 회사를 파는 것을 목표로 창업에 나서게 되면, 구글 조직은 더욱 탄탄해진다.

FT는 알파벳 덕분에 ‘구글은 공룡’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럽과 러시아에 이어 미국 본토에까지 구글의 반독점 혐의를 조사 중인데, 회사를 쪼개고 분할하면 거대 공룡 이미지에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알파벳의 진정한 효과라고 F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