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요란한 소문과 달리 '찔끔 할인'… 정기세일과 '블프' 무슨 차이죠?

조선일보
  • 류정 기자
    입력 2015.10.02 03:05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마음먹고 왔는데, 막상 사고 싶은 물건은 모두 세일(sale)이 아니라네요. 이거 '낚시'(미끼질) 아닌가요?"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백화점에서 만난 공동희(22)씨는 신발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집어들었다가 '할인 대상 제품이 아니다'는 말에 도로 내려놓았습니다. 미국 유학 중 서울에 왔다는 공씨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때는 최대 80%까지 할인하는데, 여기서는 할인 폭이 10~20%밖에 안 돼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부 차숙자(59)씨도 "평소 이맘때 하던 가을 정기 세일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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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수 경기(景氣)를 살리려고 야심차게 기획한 할인 행사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이날 전국 2만7000여개 유통 점포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입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핵심 소비 품목인 명품과 가전 제품이 쑥 빠진 데다, 행사에 참여한 의류·주방용품 업체들도 할인율이 대부분 10~20% 남짓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체들은 재고(在庫) 물량이 나오는 시점이 아닌 데다, 제조업체가 할인에 거의 참여하지 않아 할인율이 높아질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주요 할인 주체는 재고를 털어내려는 제조업체인데, 우리는 정부가 유통업체만 싸게 팔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그렇다고 납품업체들에 할인 폭을 높이라고 '갑(甲)질'을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어쨌든 홍보 효과 때문인지 이날 서울 시내 백화점들은 평소보다 2~3배 정도 붐볐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할인율에 그냥 발길을 돌리는 주부가 많았습니다. 주부 이모(53)씨는 "첫날이라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정부가 민간 업체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준비하지 않고 급조(急造)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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