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국내 첫 양주 '캡틴큐'(사진)를 출시 35년만에 생산 중단한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캡틴큐는 현재 남아있는 제조용 주정 2500ℓ만 모두 소진될 때까지만 생산할 방침”이라며 “올 연말이면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캡틴큐는 럼(rum)의 향을 넣은 양주로 불리지만 실제는 일반 증류주다. 양주 같은 분위기만 내는 술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캡틴큐는 롯데주조가 1980년 1월에 내놨다. 롯데주조는 1986년 롯데칠성음료에 합병됐다.
지금만큼 위스키, 와인이 흔하지 않았던 1980년대, 캡틴큐는 양주의 대명사였다. 중남미에서 처음 만들어져 선원(船員)들이 마시는 럼의 맛을 흉내 내 인기를 끌었다. 뱃사람 흉상에서 눈가리개가 떨어져 나가는 TV 광고도 유명했다. 그간 판매된 양을 합치면 600만ℓ에 달한다. 700ℓ가 6병 들어있는 한 상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144만 상자에 달하는 양이다. 누적 판매금액은 2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 술이 가짜 양주의 원료로 쓰이는 사례가 마치 연례 행사처럼 종종 적발돼 롯데를 괴롭혔다. 가짜 양주를 팔았다가 적발된 사람들은 다른 위스키병에 캡틴큐를 넣거나 다른 술 등을 섞어 주로 만취한 손님에게 파는 수법을 많이 썼다. 캡틴큐의 알콜 도수는 35%로 위스키의 40%보다 낮지만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는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기가 가능하다. 2006년에는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되기까지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지난 7월 서울 강남에서 캡틴큐를 가지고 가짜 양주를 만드는 사건이 또 한 번 적발됐다”며 “더 이상 주류시장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캡틴큐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