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는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31일 연속 파업으로 1300억원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매출은 18% 줄었는데 1인당 평균 급여는 17% 정도 늘었다. 매출 감소와 반비례해 인건비는 거꾸로 증가한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12% 줄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났는데 노조는 임금과 업무수당을 무조건 더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주력 산업의 '고임금, 저생산성病'
이런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는 한국의 100대 상위 기업에 공통된 현상이다. 이들 기업의 급여 100만원당 매출은 2005년 2785만원에서 2956만원(2007년)→3626만원(2009년)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2010년부터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월급 100만원당 2740만원으로 10년 전 수준 밑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 적자를 낸 기업도 10년 전 4개에서 지난해에는 14개사로 3배 넘게 늘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자동차 5개사(社)의 1인당 임금은 연평균 9.5%씩 올라 5년 만에 5299만원에서 8338만원으로 57% 정도 뛰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쟁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임금은 대부분 정체 또는 감소했다. 도요타는 2008년(약 8155만원) 대비 2013년 임금(7526만원)이 8% 정도 줄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 자동차업계의 1인당 매출액은 6.5% 감소한 반면 도요타는 35% 정도 늘었다.
한국 제조업의 대표적인 달러 박스(dollar box·현금 창출원)인 조선·중공업은 더 심각하다. 2005년 월급 100만원당 영업이익을 23만원 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총 3조25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노조는 임금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겠다는 태세다. 올해 2분기에만 3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위기경영 조기 극복을 위한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400만원의 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1위 철강 기업인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2005년에는 급여 100만원당 5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20만원으로 줄어 10년 만에 반 토막 미만이 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쟁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는 올라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의 미래는 뻔하다"고 말했다.
이런 고임금 구조가 상위 100대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도 문제이다. 지난해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4390만원으로 100대 기업 평균 연봉(6750만원)의 65%에 그쳤다. 두 집단의 급여 격차는 2009년 1860만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2600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실행 가능한 노동 개혁으로 위기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고질병을 해결하려면 "노동 부문 개혁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측면에서 얼마나 좋은 성과를 올렸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다녔느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임금 체계를 보완하는 게 선결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인 이상 국내 사업장 가운데 근무 기간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를 채택한 기업은 6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체제는 무능력해도 근속 연수만 길면 많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을 보면, 프랑스의 제조업 근속 연수별 임금은 1년차를 100으로 봤을 때 10년, 20년차가 돼도 123, 134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0년차가 되면 217, 20년차는 283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근속 연수에 비례하는 이상으로 임금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한 성공 사례로 독일 폴크스바겐이 꼽힌다. 이 회사의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생산 증가로 존폐(存廢) 위기에 몰렸으나 폴크스바겐 노사는 근로시간 유연화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조철 KIET 주력산업실장은 "폴크스바겐은 노사 간 인건비 절감 노력으로 16억마르크(약 10조원) 정도의 비용을 줄여 2만 1000여개의 일자리(전체 직원 10만3000여명)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과도한 인건비 인상은 소수 특권 노조의 이익만 챙겨줄 뿐 전체 근로자들에게는 일자리 감소 같은 큰 타격을 준다"며 "실행 가능한 노동부문 개혁부터 구체화해 우리나라 성장 엔진이 꺼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