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의 몰락]① "장밋빛 환상은 없었다"…뉴타운 해제 가속화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15.09.03 10:43 | 수정 2015.09.03 16:49

    예견된 몰락이었다.

    낡은 동네를 밀어버리고 휘황찬란한 ‘아파트 숲’을 만들겠다는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저성장기에 낄 자리는 없었다.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던 시절에 맞춰 짜진 뉴타운 사업은 2008년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내리막 길을 걷자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환경파괴와 난개발, 강북 내 불균형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결국 뉴타운 사업은 빠른 속도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 뉴타운 일대. /조선일보DB

    뉴타운 사업이 등장한 건 200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이다. 그해 10월 길음과 은평, 왕십리를 뉴타운 시범사업지구로 정했고, 2003년 한남·노량진 등 12개 지구를 2차 뉴타운 구역으로, 2005년에는 장위·수색 등을 3차 뉴타운구역으로 정했다. 부동산시장은 들썩거렸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성동구의 경우 2002년 초 3.3㎡당 아파트 매매가가 713만원이었지만, 1년 뒤에는 883만원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23.8% 오른 것이다.

    길음과 은평이 속한 성북구와 은평구도 각각 584만원에서 689만원으로 18%, 514만원에서 617만원으로 20.03% 오를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달아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3.3 ㎡당 781만원에서 1008만원까지 올라 서울 전체가 뉴타운이라는 장밋빛 꿈에 취했다.

    이명박 시장의 뒤를 이어받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런 개발 기대감에 불을 질렀다.

    뉴타운 구역 50개를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2006년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뉴타운 사업이 주는 기대감과 파급력은 컸다. “우리 동네는 왜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해주지 않느냐”는 문의가 빗발쳤을 정도다. 뉴타운 사업이 계획대로 된다면 강북도 강남만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꿈’이 팽배했다. 주민들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환상을 품었다.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이 환상은 무너졌다. 경기 악화에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뉴타운 구역 곳곳에서 개발 비례율(개발 기대이익률)이 급감했다.

    조합원 한 명당 ‘억 소리’나는 분담금을 내야 하는 지역이 속속 생겨났다. 결국 오 전 시장은 2008년 “추가 뉴타운 선정은 없다”고 발표하며 꼬리를 내렸다.

    당시 오 전 시장은 “뉴타운 지정 후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보고 추가 뉴타운 계획을 무기한 미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역시 2011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뉴타운 사업은 현 시점에서 볼 때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정부 스스로 뉴타운 사업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뉴타운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도 빠르게 실망으로 바뀌었고, 고통까지 동반됐다. 특히 조합이 설립된 지역의 경우 조합 설립을 해산하면 시공사 측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합 측에 대여한 비용을 갚아야 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결국 오래된 주택과 시설이 방치되면서 주변이 슬럼화된 지역까지 나왔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에 나선다.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짜인 뉴타운 사업으로는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 시장은 2013년 7월 창신·숭인 뉴타운구역을 해제하고, 지난해 4월 뉴타운 사업 가망성이 없는 44개 구역 중 28곳의 뉴타운구역을 시장 직권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중 주민 추진위원회를 해산 결정한 미아16구역을 제외한 27곳의 직권해제안건을 이달 16일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뉴타운 사업지의 경우 683개 구역 중 245개 구역이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이미 해체됐다. 추진주체가 없는 111곳도 결국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실상 뉴타운 사업이 종말을 맞게 된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뉴타운 사업은 강남과 강북을 균형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재개발 구역들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사업주체와 조합원, 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며 “이후 정치권 선거 공약으로 변질되면서 도시재생 사업보다는 지역구 간 ‘나눠먹기식 게임’으로 변질된 것도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 성장기라는 시대 특성에 맞춰 짜진 뉴타운사업이 애초 도시재생사업의 대안이 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며 “사업지 주민들은 부동산 개발을 통한 자산증식이라는 ‘장밋빛 꾐’에 어찌 보면 농락당한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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