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효성·SK·LIG…오너 가족 무더기 수사·재판은 왜?

조선비즈
  • 조귀동 기자
    입력 2015.09.01 16:48 | 수정 2015.09.01 17:51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부사장이 5월 항소심 판결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문희상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처남 취업 청탁 혐의 때문이다. 지금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혐의가 확정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진처럼 일가족 여러 명이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을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수감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효성(004800)은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이 지난해 6월부터 2주에 한 번 꼴로 서울중앙지법 서관 509호에 출석해 3~4시간가량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8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두 사람 모두 기소했기 때문이다.

    SK(003600)는 형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14일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지만,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강릉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또 LIG는 아버지 구자원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이지만, 장남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여전히 영어(囹圄)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공판을 본 뒤 조양호 한진 회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선일보DB

    재계는 이같이 오너 일가(一家)가 한꺼번에 법적 문제를 겪는 이유를 오너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 강압적인 기업 문화 오너 일가가 모두 기업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바람에 횡령 등에 연관 오너 일가의 ‘평판’이 크게 손상돼 회복하지 못하는 것 등 세 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지난해 12월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뒤 강압적인 기업 문화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는 퇴직을 열흘 앞둔 부기장이 “대한항공은 철저히 회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움직인다”며 기업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부기장은 “그 밑의 임원들, 보직을 맡고 있는 각 본부장 및 팀장들은 회장님의 눈치만을 보기 바쁘다”며 “처음부터 직언을 하는 충신들을 곁에 두셨다면 이들(아첨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몇 년 전 한 사외이사의 며느리가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과정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취업청탁 시비가 제법 있었다”며 “그때 조 회장이 ‘쓴 소리’에 귀담아 들었다면 이번처럼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횡령, 사기 등 오너 일가가 기업을 무대로 벌인 경제범죄에서 형제 또는 부자가 한꺼번에 연루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효성의 경우 조석래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한 법인세 탈루, 세금 포탈 등의 혐의로, 장남 조현준 사장은 해외차명계좌를 통한 증여 관련 세금 포탈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사건이 상당히 연관되어 있어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묶이게 됐다.

    전직 효성그룹 고위 임원은 “조현준 사장의 경우 2013년 횡령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이전부터 여러 차례 기업 경영 행태가 문제가 되었었다”며 “이를 일상적인 일처럼 여겼던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가운데)는 2주에 한 번 꼴로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온다. 같이 재판을 받는 장남 조현준 사장은 따로 재판정에 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조선일보DB
    LIG의 경우 구자원 회장과 구본상 전 사장, 구본엽 전 부사장이 회생불능 상태인 LIG 건설 명의로 2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한 뒤 부도처리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구씨 일가가 이 같은 일을 한 이유는 계열사 지분을 회수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회사 돈 465억원을 빼돌려 한 창업투자회사에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두 사람이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낮은 계열사 지분을 높이기엔 최씨 일가의 현금동원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정설이다.

    이전에 사회적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승연 한화(000880)회장의 경우 지난 2012년 계열사에 부실을 떠넘기고(배임) 차명 재산을 보유한 것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1억원으로 형량을 낮췄다. 문제는 2012년 당시 검찰 구형량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에 달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난 2007년 보복 폭행 사건 여파로 김승연 회장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후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 팀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는 여러 차례 폭행, 뺑소니, 마약 등의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봉수 피크15 대표는 “오너의 ‘브랜드’가 한 번 나쁜 쪽과 연결되면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며 “결국 브랜드가 계속해서 나빠지게 되고, 그 과정이 누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결국 초기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 빨리 해당 이슈를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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