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⑤ 투자자 울리는 반복되는 어닝쇼크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5.08.12 14:12

    최근 몇 년에 사이 건설·조선 업체들의 실적이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에 못미치는 어닝쇼크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분기 GS건설을 필두로 건설업체들의 실적 악화 소식이 터저나오더니, 지난해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보고했다. 올해 들어선 대우조선해양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멀쩡하던 회사가 갑자기 큰 적자를 기록하면 투자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속수무책으로 하염없이 하락하는 주가를 바라만 보게 되는 것이다. 실적 변동이 심한 경우 분식회계 논란까지 제기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 경우 투자자들은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미청구공사, 현금흐름 등을 통해 수주업체들의 부실 가능성을 수시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당국이 나서 건설업 및 조선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반복되는 어닝쇼크…투자자들 속수무책

    건설·조선 업체들의 잇따를 어닝쇼크의 시작은 GS건설(006360)이었다. 지난 2013년 4월 GS건설이 아랍에미레이트(UAE) 현장 등에서 1분기 535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 소식에 4월 초 5만원대였던 주가가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4월 중순 이후엔 2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말 그대로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해외 사업장의 원가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것이었다. 여러 건설사들이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과도한 경쟁이 펼쳐졌고, 원가율을 낮게 잡아 저가에 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호재라고 생각했던 대규모 해외 건설 프로젝트가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해외 공사 수주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 없다. GS건설 이후에도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028050)등이 해외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주가가 하락했다.

    단순한 실적 악화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갑작스런 실적 악화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지난 2013년 12월에 대우건설(047040)이 1조원 이상의 부실을 감췄다는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엔 한신공영(004960)이 과거 5개년도 재무제표를 한꺼번에 수정하며 분식회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부터는 조선업체들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이 큰 손실을 기록하더니 올해 들어선 대우조선해양(042660)이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발표하며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초 22만원대였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9만원대로 떨어졌고,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올해 7월에만 주가가 48% 하락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까지 실적발표를 한 기업 기준으로 증시 전체 2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를 15.2% 밑돌았는데, 이는 조선업체들의 부진한 실적 때문이었다. 조선 3사가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큰 폭으로 악화된 것이다.

    조승빈 연구원은 “조선 3사의 어닝쇼크로 3분기 컨센서스 하향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증시 전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전주대비 1.5% 하향조정됐다”고 전했다.

    ◆ 건설·조선업종 특수성…현금흐름 등 살펴야

    유독 왜 건설·조선 업종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회계 및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완성품을 만드는 데 장기간이 소요되는 산업의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IT 업체의 경우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점에 매출을 한꺼번에 반영(비용도 동시 반영)할 수 있는데, 건설·조선업체의 경우 공사에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나눠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 제조 기간이 길기 때문에 매출 원가를 추정해야 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공사(제조)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가(비용)가 얼마나 될지 추정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 역시 원가 추정을 잘못했거나, 예기치 않게 발생한 비용 때문에 비롯됐다.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 그때 그때 반영을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몰아서 반영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건설·조선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어닝쇼크와 분식회계 논란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건설·조선업체에 투자한 주주들은 언제 어닝쇼크라는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맘을 졸여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조선과 같은 수주산업에 투자하려면 일반적인 재무상태 분석은 물론, 미청구공사, 현금 흐름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오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에 청구하지도 못한 공사미수금으로 대금 지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산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청구공사는 증가하는데 초과청구공사(미청구공사의 반대 개념)가 줄어든다면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익은 지속되는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일 경우에도 부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특별감리 요구도

    투자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과 별도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대규모 손실처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수주산업과 관련, 보완책이 마련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건설·조선 회계기준에 대한 전방위적 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특별감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감독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해당 업종 전체에 대한 증권시장의 신뢰를 추락시킨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7월 27일 “금융감독원이 건설업 및 조선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2분기에 큰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체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7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고,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AA-'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적자 지속으로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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