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③ 현대엔지니어링… ‘원가율 조작 의혹’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5.08.12 14:10

    시공능력 10위권의 대형 건설업체 중 하나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 관계자를 통해 원가율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현대엔지니어링의 모회사인 현대건설(000720)의 주가는 하루 만에 11% 넘게 급락했다. 금융당국도 관련 사안에 대한 확인에 들어가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감사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다만 건설업의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원가율 자체가 추정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측 역시 공개된 문건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내부 자료일뿐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재무담당 전 임원, 원가율 조작 의혹 제기

    현대엔지니어링의 재경본부장을 지낸 김 모씨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원가율을 낮춰 손실을 감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 회사 내부에서 작성한 문건인 ‘2015년 컨틴전시 플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작성된 원가율이 실제 상황보다 낮게 책정됐고, 이로 인해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원가율이란 매출액 대비 원가의 비율을 퍼센트로 나타낸 것이다. 매출액 대비 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은 커지고, 반대로 원가율이 100%를 넘어가면 매출액보다 비용이 더 많아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김 전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105% 정도로 파악이 됐던 오만 가스 처리시설 사업장의 원가율이 결산 시점인 12월 30일엔 91%로 대폭 내려갔고, 결과적으로 이 사업장에서만 약 1000억원의 손실이 축소됐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일부 회계 전문가들도 원가율이 10% 이상 줄어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수주를 위해 원가율을 낮게 책정했다가 실제 비용에 맞춰 원가율을 높이는 사례는 더러 있지만 낮추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수주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저가 수주를 한 경우 과도하게 원가율이 낮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계약금액과 원가의 차이가 수익으로 잡히는데, 원가율이 낮게 책정했다면 매출액이 실제보다 커지는 효과를 낳게된다”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 특성… “원가율 조작 판단 어려워”

    원가율 조작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원가율이라는 것은 매출에 맞춰 추정한 숫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은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공사 진행률이나 국제유가, 환율 등 대내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상장사에 비해 주주들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비상장사가 실적을 부풀려 굳이 세금을 더 낼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에서 고의로 손실을 숨겼는지 여부를 심의 중인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의혹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상장사인 대우건설의 경우 2013년 말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돼 지난 11일 과징금 20억원의 징계를 받았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내부자 제보를 통해 의혹이 발생했다는 점은 대우건설과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다”며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실적을 부풀릴 이유가 없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신규상장(IPO)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도대로 3000억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흑자였다””고 덧붙였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해외 사업장의 특성상, 단기간 내 진행상황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중동 현안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정 수준의 비용 반영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반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면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실적에 신경을 썼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사이지만 실적이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 판결 길어질 듯… 어닝 리스크 존재

    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사실 여부가 가려지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 실적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서 의혹이 발생한 대우건설의 경우 1조5000억원 대의 분식혐의가 불거진 후, 2013년 4분기 실적 발표때 1조1000억원 가량의 빅배스(big bath·잠재 부실 털어내기)를 실시했다”며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분식혐의에 대한 법적 리스크 보다는 어닝 리스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충당금 반영 등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2분기 원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86.5%), 전분기(91.9%) 대비 악화된 92.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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