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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지분으로 그룹 지배… 롯데 순환출자 416개

  • 김태근 기자

  • 입력 : 2015.08.04 03:22

    [롯데 후계 분쟁] 기형적인 지배구조 도마에
    오너는 자기 돈 쓰지 않고 계열사끼리 자본 내도록 해 대기업 순환출자 90% 차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부자(父子) 관계마저 깨질 위기에 처한 롯데그룹 사태의 뿌리는 기형적인 기업 지배 구조에 있다. 롯데그룹은 한국에만 직원이 10만명에 달하지만, 기업의 소유 구조는 400개가 넘는 순환출자 고리에 기반하고 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계열사 간에 A사는 B사에, B사는 C사에, C사는 다시 A사에 출자하는 고리 형태의 재벌 지배 구조 형태로, 오너가 작은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오너가 자기 돈을 쓰지 않고 계열사끼리 서로 자본을 내놓도록 해 강한 지배 구조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순환출자를 보유한 11개 대기업의 출자고리 수 그래프
    경제민주화 논의가 뜨겁던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벌들이 새로 순환출자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해소에 비용이 많이 들어 경영 효율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율적인 정리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자동차 그룹 등 주요 재벌 그룹은 기존 순환출자를 하나 둘 정리했지만, 롯데그룹은 이런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롯데쇼핑, 롯데리아,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무려 416개에 달한다.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 국내 11개 대기업 집단 중 압도적인 1위이고, 전체 순환출자 고리 수 459개의 90% 이상이 롯데그룹의 것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국내 롯데그룹의 정점에는 호텔롯데가 있고, 이 호텔롯데를 일본 롯데홀딩스(19.1%)와 일본 롯데 계열 L 투자 회사들(80.2%)이 지배하는 것이 롯데 그룹 지배 구조의 골간이다.

    정부와 기업 지배 구조 전문가들은 롯데의 비정상적인 지배 구조의 원인을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려는 오너 일가의 '탐욕'에서 찾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월 말 현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주식은 0.05%에 불과하고, 신동빈 회장 등 일가의 주식 지분을 더해도 2.41%에 불과해, 이런 지분으로 80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을 소유하려면 순환출자 고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 구조 전문가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창업자가 93세가 되도록 후계 문제를 정리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을 사유물로 보는 시각 탓에 그룹의 지배 구조가 망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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