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게임 개발·퍼블리싱 업체 네시삼십삼분은 일본 라인과 중국 텐센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금액은 1200억원이었다.
당시 업계 사람들은 투자 금액보다도 텐센트와 라인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두 회사가 중국과 일본에 기반을 둔 글로벌 업체인만큼, 이들이 네시삼십삼분의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데 놀라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부 호사가들은 이 투자 계약이 네시삼십삼분 오너와 네이버 고위 임원 간 친족 관계 덕에 성사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황인준 네이버 CFO는 네시삼십삼분 최대주주인 권준모 의장의 처남이다).
그로부터 9개월 동안 네시삼십삼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2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덕에 약 30개 회사에 투자할 수 있었다. 계열사 한 곳은 상장이 임박했고, 자회사 한 곳도 이르면 올해 말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이제 중국과 일본은 물론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네시삼십삼분 본사에서 소태환 대표이사와 박영호 CIO(최고투자책임자), 그리고 다음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계열사 액션스퀘어(모바일 게임 ‘블레이드’ 개발사)의 김재영 대표이사를 만났다.
박영호= 네시삼십삼분에서 지금까지 30개 업체에 총 7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텐센트·라인에 투자받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반 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이뤄졌어요. 30개 회사 가운데 27개사가 게임 개발사고 나머지는 미디어 관련 업체에요.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수석팀장으로 일했던 박 CIO는 올해 4월 네시삼십삼분에 합류했다. 그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 근무할 당시 네시삼십삼분과 액션스퀘어를 비롯해 카카오·록앤올·더블유게임즈 등에 대한 투자를 심사했다.
소태환= 박 이사님을 비롯한 7명의 투자팀이 게임 회사를 발굴하면, 임원들이 참석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해요. 투자심의위원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33분에 열립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을 결정해야 해서 사명 따라 네시 반으로 정했어요.
박 CIO가 부임한 뒤 네시삼십삼분은 약 4개월 동안 10개 회사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올 하반기에도 “지금까지 투자한 만큼 더 할 것 같다”고 박 CIO는 말했다. 현재 모바일 게임 개발사 2개에 대한 투자가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이미 하반기 목표치의 5분의1을 거의 달성했다.
지금은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텐센트·라인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기 전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투자는 고사하고 회사 살림을 꾸려나가기 급급했다. 네시삼십삼분은 이 때 액션스퀘어를 만났다.
소= 그 때는 저희가 외부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전혀 없었어요. '활(네시삼십삼분에서 2013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이 나오기도 전이었거든요. 그런데 블레이드는 정말 욕심나더군요. 액션스퀘어에는 꼭 투자하고 싶었어요. 어쩔 수 없이 권 의장님이 개인 회사 프라즈나글로벌홀딩스를 통해 투자하셨고, 저희는 퍼블리싱을 맡게 됐죠.
프라즈나글로벌홀딩스는 2012년 8월 액션스퀘어가 설립될 당시 김창근 전 조이맥스 사장의 키글로벌홀딩스와 함께 각각 2억1000만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43.9%씩이었다. 이때문에 네시삼십삼분과 액션스퀘어는 ‘특수관계자’로 묶였다.
올해 2월 프라즈나글로벌홀딩스는 액션스퀘어의 지분 일부를 상장 전 매각, 약 84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 상대는 조현준 효성 사장과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이었다. 김재영 대표이사도 이 때 지분 일부를 매각해 2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었다.
김재영= 상장 전에 지분 일부를 판 덕에 집을 한 채 샀어요. 분당 안에서 이사했는데, 원래는 분당 다운타운에 살다가 좀 좋은 동네로 옮겼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액션스퀘어는 현재 블레이드의 해외 진출과 2개의 차기작 출시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하나는 블레이드의 후속작이며, 또 다른 하나는 삼국지를 소재로 한 액션 RPG다. 현재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데도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어제(지난달 29일) 블레이드가 중국에서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현지 퍼블리셔인 텐센트와의 협약때문에 구체적으로 공개는 못하지만, 수치가 굉장히 좋죠. 중국 내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5~10위권 안에는 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3분기에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레나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네시삼십삼분이 판매할 예정이에요.
액션스퀘어는 다음달 중순을 목표로 KB제4호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 중이다. 오는 13일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상장이 확정되는데, 현재 스팩 주가가 공모가(2000원)를 70% 가까이 웃돌고 있는 만큼 합병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액션스퀘어뿐 아니라 네시삼십삼분의 자회사 썸에이지 역시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썸에이지 다음의 상장 후보는 아마도 ‘로스트킹덤’ 개발사 팩토리얼게임즈가 될 것이라고 박 이사는 말했다. 정작 네시삼십삼분의 상장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소= 저흰 아직 현금 여유가 있지만, 개발사들은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태에요. 해외 서비스도 준비해야 하고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저희도 언제든 상장 추진할 준비는 하고 있어요. 다만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는 거죠.
박= 아마 코스닥시장에 상장 신청을 할 확률이 가장 높겠지만 확정된 건 없어요. 게임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거 아세요? 한국에서는 게임 개발사 PER(주가수익비율)이 20배씩 나오는 반면, 미국에서는 '캔디크러시' 개발사 킹(King)의 PER이 4배가 안 돼요.
네시삼십삼분은 지난해 약 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증권·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받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소=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죠. 크게 의식하진 않습니다. 200억원 당기순손실은 투자 방식때문에 발생한 적자에요. 12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이자 비용때문에 파생상품 평가 손실이 발생, 잔고상의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죠. 실제로는 60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그게 가려진 거에요. 현행 회계 방식의 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시삼십삼분은 올해 안에 4~5개의 신작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출시된 ‘플랜츠워2’를 비롯해 ‘챔피언’과 ‘로스트킹덤’ 등을 차례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 및 썸에이지에서 개발한 ‘영웅’도 수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한 상태며, 중국 시장에서는 네시삼십삼분이 직접 퍼블리싱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네시삼십삼분은 해외 진출을 위해 추가 투자 유치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 국내·외에서 투자 제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이번에는 아시아 외의 지역, 북미와 유럽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부터 투자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의 파트너들과 함께 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텐센트와 라인 덕에 중국,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