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입니다. 통합 삼성물산의 탄생을 두고 합병 결의 발표부터 임시 주주총회까지 52일 간 삼성물산과 엘리엇을 비롯한 반대 진영은 치열한 접전을 펼쳤습니다. 소송전과 여론전이 뒤섞여 숨가쁘게 진행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 합병 발표 직후 엘리엇 공격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시작은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의 합병 결의안 발표였습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속내는 삼성전자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에 있었을 것입니다. 순조로워 보일 것 같았던 합병은 다음날 엘리엇이 주주 자격으로 삼성물산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1 대 0.35)이 불공정하며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며 합병 반대의사를 통보하면서 암초를 만납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수한 엘리엇은 보유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쳐달라고 삼성물산에 요구했고, 두 회사의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결의안이 처리되지 못하도록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삼성물산이 자사주 5.6%를 KCC에 매각, 우호지분 19.78%를 확보해 반격에 나서자, 엘리엇은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및 KCC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추가로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 관련기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제일모직, 삼성그룹 모태기업 품었다 2015.05.26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상속세 줄이고 삼성전자 오너 지배력 강화...합병 시너지는 '덤' 2015.05.26
美헤지펀드 엘리엇, 삼성물산 지분 7.12% 매수..."합병, 주주이익에 반해" 2015.06.04
엘리엇 7% 매집 기습공격... 당황한 삼성2015.06.05
삼성물산 지분 7% 사들인 美 헤지펀드 엘리엇, 보유주식 현물배당 요구 2015.06.05
엘리엇, 국민연금에 서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해야" 2015.06.07
엘리엇,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2015.06.09
삼성물산 백기사로 KCC...삼성물산 우호지분 19.78% 확보(종합) 2015.06.10
[삼성·엘리엇 전면전] 엘리엇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불법...가처분 소송"(종합) 2015.06.11

◆ 위임장 대결 본격화…ISS 보고서로 삼성물산 ‘수세’

법정 소송과는 별개로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타 주주로부터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받기 위한 위임장 대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미 엘리엇은 국민연금과 삼성 계열사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에 대해 합병 반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상태였습니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본격적인 여론전에 들어갔습니다. 삼성물산도 다음날 ‘뉴삼성물산’ 홈페이지를 열고 기관투자자 설득에 나섰고, 제일모직은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어 합병 이후 거버넌스위원회 등 주주친화정책를 펼치겠다는 ‘당근’을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은 점점 궁지에 몰리는 듯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합병 반대 권고를 하고,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회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간했기 때문입니다. 엘리엇을 제외하고도 26.49%에 달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표심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힘을 얻었습니다.

☞ 관련기사
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웹사이트 개설" 2015. 6. 18
삼성물산, 홈페이지에 제일모직 합병 자료 공개 2015. 6. 19
삼성물산-엘리엇, 위임장 대결 개시(종합) 2015. 6. 25
제일모직 "합병 후 배당성향 30%대 유지,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주주친화정책 실시 2015. 6. 30
美 의결권 자문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2015.07.02
삼성물산 소액주주 카페 "합병 반대 위임장 받겠다" 2015. 7. 3
[단독] 美 ISS "삼성물산 합병가 실제 가치 3분의 1"...삼성 "엘리엇 의도 반영 안돼 아쉬워"(종합) 2015. 7. 3
"ISS, 엘리엇의 부정확한 정보 인용" 삼성물산, '합병 반대 보고서' 반박 2015. 7. 6

◆ 승기 잡은 삼성물산…막판까지 표심 잡기 총력전

반전의 계기는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법원은 엘리엇이 낸 두 건의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모두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엘리엇은 곧바로 항고했지만, 항고심에서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패색이 짙어졌습니다. 삼성물산의 지분 11.21%를 가진 단일 최대 주주 국민연금도 합병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물산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습니다.

상황은 삼성물산에게 우세하게 전개됐지만, 두 진영은 최종 변수가 될 수 있는 소액주주의 표심 잡기에 총력전을 다했습니다. 삼성물산은 임직원을 총 동원해 맨투맨 접촉에 나섰고,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한 주라도 위임해줄 것을 소액주주에게 호소했습니다. 엘리엇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됐던 2002년 붉은악마 옷을 입고 한국 팀을 응원한 폴 싱어 회장 사진까지 배포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섰습니다.

☞ 관련기사
공정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2015. 6. 19
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불공정하지 않아"...삼성, 엘리엇에 승소(종합) 2015. 7. 1
삼성물산, 엘리엇에 완승..."항고심도 주총 전 결과 나올듯"(종합) 2015. 7. 7
"주총 참석률 높여라"...삼성물산, 소액주주 설득 잰걸음 2015. 7. 8
삼성물산·엘리엇, 막판까지 주주 표심 잡기 경쟁 2015. 7. 10
복지부, "국민연금, 찬성 입장 정했다"...공표는 안하기로(종합) 2015. 7. 10
삼성, 소액주주 잡기 총력전... '워룸' 만들어 실시간 票 점검 2015. 7. 11
삼성물산과 표대결 앞둔 엘리엇 "싱어 회장, 2002년엔 붉은 악마" 2015. 7. 13
"합병 문제없다"...항고심도 삼성물산 완승(종합) 2015. 7. 16

◆ 합병안 주총서 승인…시사점은

결전의 날인 7월 17일. 4시간 동안 두 진영의 치열한 접전을 지켜본 삼성물산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83.57%의 주주가 참석한 이날 임시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대해 찬성 69.53%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합병 가결을 위해서는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7%)에게 찬성표를 받아야 그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 의안은 모두 부결됐습니다.

삼성물산의 완승으로 끝난 이번 합병 관련 사태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합병비율은 물론, 승계이슈나 회사가치 산정, 경영권 보호장치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입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에게 큰 빚을 지게 됐습니다. 통합 삼성물산이 투명한 경영을 이행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만이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 관련기사
[삼성 합병] 제일모직 주총, 삼성물산 합병안 승인..."주주들이 원하는 결과"(종합) 2015. 7. 17
[삼성 합병] 예상 밖 낙승...삼성 "주주 친화 기업 거듭나겠다"(종합) 2015. 7. 17
[삼성 합병] 9부 능선 넘은 이재용 체제...남은 과제는? 2015. 7. 17
[조선비즈데스크 독해법] 삼성-엘리엇의 합병분쟁이 남긴 것 2015. 7. 17
이번엔 株總 무효 소송?... 삼성 vs 엘리엇 2라운드 조짐 2015. 7. 20
[이재용 체제 안착조건]① 소송 달인 엘리엇, 후속 카드는? 201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