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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애초에 잘못된 만남 '유로존'… 그리스보다는 독일이 탈퇴하는 것이 낫다

  • 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 입력 : 2015.07.25 03:04

    유로 가치 하락하면 그리스 등 혜택
    마르크 가치 오르면 독일도 궁극적 이익

    최근 그리스와 유럽 채권국들 간의 논쟁은 서로 다른 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들이 애초에 통화동맹(유로존)을 맺지 말았어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엔 그리스보다는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첫 국가가 되는 게 나을 듯싶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몇 달간 서로를 비난하며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승자는 없었다. 그리스와 채권단이 합의한 3차 구제금융안에는 그동안 그리스 개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됐던 뻔한 전략들만이 담겼다. 긴축을 극렬히 반대했던 그리스 국민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게 생겼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요구했던 긴축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들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독일이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가야 한다'는 말을 꺼내 정치적 금기를 깼다는 것이다. 유럽 정치인들은 수십 년간 공동 통화(유로화)를 유럽 통합의 상징으로 선전해왔다. 그러나 7월 11일 모든 것이 변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회원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타당하며 실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이번에)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엔 그리스를 잠시 유로존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협상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면, 과연 누가 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가 먼저 유로존을 탈퇴하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뒤이어 나간다면, 이들 국가의 새 통화 가치는 급락할 것이다. 이 경우 이 국가들이 유로화로 빚을 갚을 수 없게 돼,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일어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만, 경제적 고통이 길어지고 다른 나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만약 독일이 유로존을 떠난다면,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투자사 시타델 창업자인 케네스 그리핀과 아닐 카시야프 시카고대 교수,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 유력 인사들이 이미 이를 주장한 적이 있다.

    독일이 마르크화로 돌아가면 유로화 가치가 즉각 하락해 유로존 내 비주류 국가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경제 규모는 유로화가 처음 도입됐던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스 경제는 유로존 출범 전 수준으로 후퇴할 위기다.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의 재정 취약국들이 경제 성장에 시동을 걸 기회가 될 것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오스트리아, 핀란드가 독일을 따라 유로존을 나가 새로운 통화 동맹을 결성하면,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독일의 유로존 탈퇴로 빚어질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유럽에서 1유로로 살 수 있는 것보다 1마르크로 살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의 양이 더 많기 때문에 독일 국민의 구매력은 더 높아진다. 마르크화로 바뀌면 독일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가치는 낮아지겠지만, 독일이 부채를 갚기는 더 쉬워질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일부 독일 국민은 마르크화 가치가 오르면 독일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사실 나머지 국가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며, 궁극적으로 독일에도 좋은 일이다. 독일은 수년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독일이 산 것보다 판 게 더 많았다는 의미다. 독일은 작년엔 사상 최대 규모인 2153억유로(약 271조원)의 경상 흑자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독일의 수요가 충분치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계속해서 독일 정부에 수입을 늘리라고 닦달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독일의 경상수지 불균형이 '과도하다'고 봤다.

    독일은 통화 가치가 비싸지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이미 알고 있다. 유로화를 쓰기 전, 마르크화 가치는 계속해서 올랐다. 독일 기업들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마르크화 절상에 대응했다. 독일이 다시 마르크화를 쓰게 되면, 독일 회사들이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하락을 개선할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이 정치적인 면에서 얻게 될 이익이 가장 클 것이다. 독일은 유럽에서 패권국으로서의 역할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독일이 패권국으로서 치러야 할 비용을 부담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지금 독일은 유럽의 약한 결합 관계를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에게서 약간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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