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책 산업은 현재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전용 단말기를 내놓고 자사 도서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한 전자책 콘텐츠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해왔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전용 단말기나 별도의 도서 유통망 없이도 무려 18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전자책 전문 벤처기업이 있다. 2008년 설립해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리디북스'〈사진〉 다. 리디북스의 서비스는 별도의 전자책 단말기가 없어도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로 전자책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강점이다.

리디북스는 201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째 전자책 앱(응용 프로그램)과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200억원 정도로 현재 36만종의 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다. 리디북스 창업자인 배기식 최고경영자(CEO)는 "전자책은 종이책 비즈니스의 하위 산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종이책 산업 자체가 꺾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책으로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기존 출판업계는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기존 종이책은 '제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 전자책은 '엔터테인먼트업'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이책은 제품을 생산해서 재고 관리를 해야 하는 산업인 반면 전자책은 재고가 없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들은 재미있거나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들을 찾는다"며 "이렇다 보니 책 콘텐츠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쓸 때의 재미, 효용성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배기식 리디북스 대표는 “앞으로 전자책을 즐기는 독자들을 1000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싶다”고 했다.

리디북스가 창업 5년 만에 처음으로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출시하는 것도 독자들에게 보다 큰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올가을에 나올 예정인 '리디북스 페이퍼'는 약 6인치 크기의 화면에 e잉크(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다. 배 대표는 "진짜 종이보다 더 종이 같은 화면으로 독서 경험을 주기 위해 만든 기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리디북스 서비스는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써야 했는데, 화면 뒤에서 빛을 쏘는 LCD(액정표시장치)의 특성상 눈이 아프거나 제대로 글이 안 보이는 현상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기기를 개발했다. 실제로 시험해보니 밝은 햇볕 아래에서도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고, 글자 크기, 화면 밝기 등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그는 "전자책을 다독(多讀)하는 독자들을 위해 만든 기기"라며 "책 읽는 경험을 조금 더 편하고 쉽게 해주기 위해 단말기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앞으로 최소 1000만명 이상의 회원 수를 모집하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 텍스트를 멀리한다고 하는 10·20대부터 노안이 와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50대 이상까지 누구나 독서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