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배럴당 100~11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 유가는 1년 사이에 반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가가 2016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유가가 급락한 이유는 전 세계 수요가 줄었고, 셰일오일 등장 이후 공급 과잉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위원은 “유가가 사이클 상 등락을 거듭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6년부터는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며 “셰일 혁명으로 새로운 유가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유가가 2020년에는 적어도 70달러를 넘고, 많게는 90~100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2020년에 유가가 75달러 부근에 닿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9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100달러까지 예측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카르텔(담합) 여부에 따라 유가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OPEC은 지난 5월 “향후 10년 내에도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대까지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유가는 75달러 수준(2025년 기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가 저점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투자해야 할 적기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전 세계 자원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치열한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위원은 “저유가 시기를 이용해 자원기업들의자산 매각과 기업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에 유가가 하락했을 때 엑손이 모빌을 인수해 엑손모빌이 탄생한 것처럼, 기업들은 현재 저유가 시기를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사업을 확장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최대 국영 석유 회사 시노펙도 자원 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석유 회사 셸은 올해 4월 영국 석유가스 회사 브리티시가스를 700억 달러에 인수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매킨지도 유가가 떨어지면서 에너지 시장의 새 국면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기업들이 관련 자산을 매입할 시기인지,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아보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 위원은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그는“한국은 그동안 광구 등에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의 자원 개발을 주로 했지만, 최근에 전세계는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 인력, 마케팅 등 실제로 운영하는 모든 것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과거의 자원개발 투자에서 잘못 된 점은 개선하고 자원개발 산업 인프라를 확충해 자원 강대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