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의결하는 삼성물산(028260)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삼성물산과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 간의 주주 표심(票心) 잡기 경쟁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사실상 9일 자정이 마감이라 이미 결정을 내렸다. 양 측의 의결권 대리인을 통해서 신청하는 방안은 10일이 마지막 날이다. 17일 주총장에 나설 의향이 있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득인 셈이다.

삼성물산은 10일 지난달 제일모직 기업설명회(IR)을 통해 밝힌 주주친화 정책의 구체적인 사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상설 조직인 거버넌스 위원회(주주권익 위원회) 위원에 3명의 외부인사를 선임하고, 그 가운데 주주 측 인사 1명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거버넌스 위원회를 사외이사 3명, 외부인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하고 외부인사 가운데 1명을 주주 추천 방식으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외부전문가는 주주 권익보호라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주요 주주의 추천을 통해 선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에 우호적인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그들이 추천하는 인물을 뽑겠다는 의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사외이사까지는 아니지만, 거버넌스 위원회 전문위원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일종의 ‘초대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물산은한 주주에게 정기적으로 회사의 경영상황과 계획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는 주주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주와 소통 확대 및 기업시민의 역할 강화를 맡는 CSR(기업의 사회책임) 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회공헌 기금을 영업이익의 0.5% 규모까지 확대해 운영키로 했다.

엘리엇도 이날 “그동안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합병 반대 위임의사를 밝혀왔다”며 “합병 반대를 밝히거나, 엘리엇에 위임장을 보낸 주식이 수천만주라는 게 분명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삼성물산 주식은 약 1억5620만주 정도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저평가된 가격을 제시한 합병안의 반대에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