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음카카오의 서비스 폐지 유감

입력 2015.06.20 04:00

6월초 퇴근하고 집에 온 나를 보자마자 여섯살 난 딸아이가 울먹이며 “아빠, 키즈짱이 안되요”라고 말했다. 키즈짱은 포털 다음과 스마트폰 앱으로 서비스하는 어린이 콘텐츠다. 동영상과 각종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동요 등을 제공한다. ‘키즈짱 마니아’인 딸아이는 10여일 전부터 서비스가 안됐는데 바쁜 아빠한테 말하지 못하고 꾹 참고 있다가 결국 이날 말한거라 했다.

프로그램이 잘못됐나 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을 찾아 다시 설치하려 했지만 키즈짱 앱 자체가 사라졌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인수한 5월 19일에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다. 망연자실한 딸아이에게 “조금 불편하겠지만 앞으로 ‘쥬니어 네이버’를 보라”고 달랬다.

아이들이 즐겨찾는 서비스를 이런 식으로 없애나 하고 다음카카오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기업이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 일이라 그런가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카카오가 이번에는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서비스를 폐지한 ‘마이피플’이야 ‘카카오톡’과 겹쳐 그렇다 했지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클라우드는 1100만명이 넘게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이용자들에게 연말까지 백업받으라 하며 서비스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음카카오는 합병후 서비스를 폐지하며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강화’를 내세웠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이 있으니 중복되는 서비스를 종료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없애는 서비스를 보면 이 같은 설명이 ‘억지’라는 느낌이 든다. 다음의 기존 서비스를 없애는 ‘선택’은 있는데, 카카오톡과 시너지를 내는 ‘집중’은 안보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어린이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이 없는데도 키즈짱을 없앴다. 키즈짱은 1990년대말 ‘꾸러기 야후’의 계보를 이은 어린이 콘텐츠의 강자다. 아마 이번 서비스 폐지로 내 딸 같은 키즈짱 마니아들은 대부분 쥬니어 네이버로 옮겨갔을 것이다.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N드라이브보다 늦게 나왔지만 50기가(GB)나 되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며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 등 글로벌 클라우딩 서비스 업체와 경쟁하며 성장한 서비스이다.

일련의 서비스 폐지로 ‘다음스러움’이 사라질까 걱정된다. 다음은 서비스는 먼저 내놓고 과실은 네이버에 뺏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직하게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내놓고 실험도 많이 했다. 지금은 핀테크가 대세지만, 다음은 2000년대 초반에 이메일 하나로 모든 금융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핀테크의 원조격인 통합금융서비스를 내놨다. 2008년부터 내놓은 오픈IPTV는 지금 구글 크롬캐스트의 원조격이다. 길거리를 실제 사진으로 보여주는 로드뷰는 물론 아이디 하나로 수십개의 게임에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채널링’도 다음이 먼저 도입했다. 구글의 인수 제안으로 유명해진 설치형 블로그 ‘티스토리’는 다음이 지분을 투자하고 인수한 회사다.

다음은 그동안 당장 큰 돈이 안되고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와 기능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물론 그 과실을 거둘 때도 있고, 다른 기업이 가져갈 때도 있었지만 ‘도전 정신’ 만큼은 벤처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사실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제조업에 일반화됐다. 중복되는 생산라인이나 사업부문을 통폐합해 비용도 줄이고 시너지(상승효과)도 내는 식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제조업과 다르다. 지금 이용하는 서비스가 폐지되면 다른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지금 이용하는 서비스가 세상에서 유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폐지는 이용자의 이동을 부른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감청영장 사태로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텔레그램으로 메신저를 옮겼다.

다음카카오가 바라는 대로 기존 서비스 없앤다고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더 쓰는 것이 아니다. 다음카카오 경영진은 카카오톡이 유일한 플랫폼이라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서비스 폐지만 이어지면 사람들은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것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회상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 다음카카오 이용자들은 일련의 서비스 폐지를 보면서 한 가지를 확실히 알게 됐을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언제든지 서비스를 폐지할 수 있으니 ‘믿고 쓰면 안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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