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플라바 박성준 대표
지역상점과 개인 연결 P2P 특화 모델로 기업은행 핀테크공모 대상 받아
11일 기업은행 '핀테크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나오는 박성준(사진) 나인플라바 대표와 근처 카페에 앉자마자 그에게 어림잡아 다섯통쯤의 전화가 연거푸 걸려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인데 투자하고 싶다', '온라인 쇼핑몰인데 어떻게 대출받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마주 앉은 지 15분이 훌쩍 흘렀다.
나인플라바는 P2P(peer-to-peer·개인 대 개인) 대출 업체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재테크를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일반적인 P2P 모델과는 달리 지역 상점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기업은행은 나인플라바의 이러한 사업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나인플라바의 사업모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하루 매출이 잘 나오는 상점이라도 수시로 운영자금이 필요한 곳이 전체 49.3% 정도 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은행에서 창업자금이 아닌 중간 운영자금을 담보 없이 빌리기가 쉽지 않고, 제2, 제3 금융권으로 넘어갈 경우 이자가 올라가기 때문에 P2P 대출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나인플라바는 대출이 필요한 상점에 설치돼 있는 POS 단말기(카드 결제기) 6개월치 일 매출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상환 능력을 점검한다. 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대출 금액을 결정해 대출 중개 사이트 ‘펀다(funda.kr)’에 올린다. 상점은 연 12% 금리로 3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대출금액에 따라 10분의 1 내지는 20분의 1 수준의 금액으로 소액 분산 투자할 수 있다. 목표수익률은 7%다.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총 9건의 대출을 성사시켰다.
박 대표는 “다른 경쟁 P2P 업체들은 대출을 필요로하는 개인의 신용도를 은행보다 정밀하게 보겠다는 것이고, 펀다는 사업을 하는 개인 신용도보다 사업장의 매출 데이터를 통해 상환 능력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 시스템에 신뢰가 쌓이면 지역 상점들이 대출을 받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인플라바가 지역상점 대출 특화 플랫폼을 만든 것은 두 달 남짓이지만, 회사 설립은 201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인플라바는 원래 모바일 쿠폰 적립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던 곳이다. 커피 등을 사면 상점에서 나눠주는 쿠폰 종이 대신 앱으로 구현한 쿠폰에 도장을 찍어 쿠폰을 들고 다니는 수고를 없애고, 지인끼리 공동으로 쿠폰을 적립하게 해 빠르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상점 입장에서는 고객이 쿠폰에 도장을 찍는 시점, 상품 등 데이터를 가지고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
나인플라바는 다음커뮤니케이션(현 다음카카오)이 2012년 12월 덜컥 10억원을 투자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이 자금으로 2013년 전국에 가맹점을 1400개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갔다.
그런데 다음의 투자가 되레 독(毒)이 됐다. “다음의 대규모 투자로 회사 가치(밸류에이션)가 커진 상황에서 2014년 예정됐던 추가 투자가 다음카카오 합병건으로 무산된 거에요. 서비스를 원하는 상점에 POS 단말기도 깔아줘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고 비용이 드는 서비스여서 자금이 절실했었죠. 어설프게 고등학교 졸업했는데, 고등학교(초기투자자)에 다시 가니 ‘너 졸업했잖아, 왜 또 왔어?’라고 하고 대학교(대형투자자)에 가니 ‘물(실적 지표)이 덜 익었다’고 하더라고요. 직원들은 다 나가버리고 이러다 망하는 건가 싶었죠.”
그런 그에게 올해 초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핀테크 바람이 불고 있으니 한 번 타보라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기존에 회사가 갖고 있던 상점 데이터 분석을 상환 능력쪽으로 적용해보면 괜찮은 사업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팀원 5명을 모아 피봇(pivot·사업 아이템 수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지속적인 수익이 없어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중금리 대출 시장을 개척한 뒤 축적된 데이터와 분석 노하우를 은행에 제공해 장기적으로는 은행이 이 시장에 진출하도록 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 시장이 기반을 잡으면 은행에 자리를 내주고, 나인플라바는 분석 데이터만 제공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