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모바일은 현재 벤처업계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국내 80여개 벤처기업을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며 거대한 '벤처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박사·피키캐스트·굿닥·쿠차·카울리 등 지난 2~3년간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업체를 거의 다 인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상혁(44) 옐로모바일 대표에게 "요즘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느냐"고 묻자 "벤츠 S500인데요, 왜요?"라고 되물었다. 이 차는 2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세단이다. 이 대표는 "작년까진 택시를 타고 다녔다"며 "벤츠를 타라는 것은 투자기관의 요청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창업 4년차인 옐로모바일은 작년 말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에서 1억500만달러(약 1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회사 가치는 1조원으로 평가됐다.

"경영진이 한꺼번에 같은 비행기를 타선 안 되고, 운동을 하고, 영어를 배우라는 등 투자받을 때 각종 부대조건이 붙었어요. 창업자의 건강과 시간도 투자 대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사고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는 “우리가 인수한 벤처기업 80여곳의 창업자들과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아시아 최고 모바일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석사를 받았다. 1998년 컨설팅업체 '마이원카드'를 창업해 201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매각했고 이듬해 옐로모바일을 설립했다. 그는 "인수한 회사의 경영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원래 창업자가 예전처럼 독자 경영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옐로모바일은 투자 외에 법무·홍보 같은 계열사 지원업무만 맡는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의 이런 사업 방식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것저것 모아놓기는 했지만 실적 개선 효과는 별로 없고 장부상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옐로모바일의 올 1분기 실적은 228억원의 대규모 적자였다. 매출은 작년보다 619% 늘어난 618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TV 광고 등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는 쿠차 등 서너 개 계열사만 적자이며, 나머지 70여 기업은 모두 흑자"라며 "연말까지 전체 실적도 흑자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옐로모바일의 전략은 분야별로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 1위를 모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회사를 무작정 인수한 게 아니라, 각 분야에서 1, 2위 업체만 인수했습니다. 여행박사는 자유여행 시장에서, 쿠차는 모바일 가격 비교에서, 피키캐스트는 10~20대 모바일 뉴스 소비에서 각각 1위입니다. 그런 업체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자는 겁니다."

그는 '벤처 연합'이라는 비즈니스 방식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바뀐 새 패러다임에 적합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은 포털·검색 사이트가 첫 화면을 장악한 뒤 그 안에 부동산, 가격 비교, 여행 등 모든 기능을 넣어버린다"며 "그 결과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대기업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검색 앱 하나에 이런 모든 기능을 담을 수 없어요. 이용자는 PC 때와는 달리 분야별로 하나씩 앱을 내려받아 이용하죠."

그는 모바일 앱 시장의 선점(先占) 효과를 강조했다. 한 분야에서 6개월 먼저 등장해 1위가 되면 나중에 진입한 2위가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한번 지하철 앱을 내려받으면 그 앱이 정말 형편없지 않은 한, 두 번째로 다른 앱을 내려받지 않습니다. 한 가지 기능만 특화한 앱이기 때문에 2위가 별로 차별화할 수단도 없어요."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분야별 1위 앱을 차례로 인수하고 있다"며 "아시아 최고의 모바일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포부대로 옐로모바일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시간과 실적에 달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