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가파른 증가세… 家計는 안전한가

  • 이진석 기자

  • 유하룡 기자

  • 입력 : 2015.06.10 03:04

    [한달새 사상최대 10兆 늘어난 가계대출의 80% 차지]

    부동산 경기엔 온기 돌지만 소비·기업 투자는 늘지 않아
    8년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 韓銀, 가계대출 급증 우려
    부동산업계 "실수요자 위주, 대출 부실화 가능성 적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은행을 비롯해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우체국 등 예금을 받는 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 금액이 한 달 만에 10조1000억원 늘었다. 한 달 새 10조원 넘게 늘어나기는 처음이다. 증가율(10%)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8년 만이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늘어난 가계대출의 80%를 차지한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12.3%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되살아난 부동산 경기가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경제에 직접 활력을 불어넣을 소비나 기업 투자는 늘지 않고 부동산 시장만 뜨거워지고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5개월째 10%대 증가율

    가계대출 급증세는 LTV·DTI 규제가 완화되고, 한은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낮춘 작년 8월 이후 시작됐다.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를 명확히 한 데다, 한은이 금리까지 낮추자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8%(전년 동월 대비), 올 2월 9%를 넘어섰고 4월에는 10%까지 높아졌다. 은행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400억원에 달하고, 신용카드 결제 대금 등을 합쳐 통상 가계부채라고 부르는 빚덩어리는 지난 3월 말 현재 1099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와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 그래프
    한은은 이 같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우려한다. 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한다면 경기 부양 차원의 금리 인하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제로(0) 금리 상태인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연 1.75%)와 금리 차가 줄어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 후 다소 시차는 있겠지만 한은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럴 경우 금리가 낮다고 대출을 늘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소비가 더 줄어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 다시 집값이 떨어지는 우울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한은은 판단한다.

    부동산 전문가들, "주택대출 부실화 가능성 높지 않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대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주택 매매와 아파트 신규 분양이 늘면서 담보대출의 절대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악성 대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주택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올 들어 5월까지 5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40만건)은 물론, 2006년 통계를 낸 이후 최대치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주택 거래가 부진했던 서울과 수도권에서 거래가 활발하다. 올 5월까지 전년 대비 주택 거래 증가율이 서울 51%, 수도권 36%로 지방(15%)을 크게 앞지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의 경우, 전세난에 지치고 월세 부담이 커지자 30~40대 실수요자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선 최근 주택 거래는 주로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 소형 주택에 몰려 있다. 실제 올 4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이 전체의 40%, 60~85㎡ 중형이 44%를 차지한다. 매매가도 3억원 이하가 30%, 6억원 이하가 84%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건당 평균 금액도 1억원 미만이다.

    연체율도 0.38%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78%)의 절반 수준이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중도금 집단대출도 늘고 있다"면서 "집단대출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기존 주택을 팔거나 전세금을 빼서 상환하는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